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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펜션

블로그 보고 온 배내골 펜션 손님.

선비(sunbee) 2013. 7. 29. 17:34

 내가 배내골 에코펜션에서 겪은 소소한 일을 가지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만 우리 집 홈피가 허접해서 그런지 찾는 이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뜻밖에도 블로그 글을 보고 왔다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이 손님은 지난 7월 24일 내 블로그 댓글란에 “글을 읽다보니 점점 빠져들어 꼭 에코 팬션에 가보고 싶어지네요”라고 댓글을 남긴 ‘민준맘’과 그의 가족들입니다.
 
 사실 요즘 사람들은 내 자신도 그렇지만 인터넷을 검색하여 자신이 필요한 정보만 취하고 그 정보를 제공한 측에 고맙다는 댓글 한 마디 남기기에 무척 인색합니다.
 이 같은 세상에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니 그 자체만으로 고마운 일인데 실제로 우리 집을 찾아 주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사실 블로그 댓글에 전화하고 가겠다고는 하였지만 나는 반신반의 하였고, 아내는 전화를 받고 계약금을 입금시키지 않아도 되겠느냐는 물음에 “그냥 믿어보지요 뭐”하고서는 내심 큰 기대를 않으면서도 일단은 손님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때쯤이면 펜션의 성수기로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잡지 못하는 시기인데 올해는 어찌된 판인지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배내골 전체가 적막하리만큼 펜션 찾는 이가 없습니다.
 하여 우리 집은 방이 모두 비어있으므로 이왕이면 가족끼리 편히 쉬라고 별채를 권하여 그리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들은 내 블로그 글을 다 읽어보고 어디서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까지 눈치 채고는 아이들의 물놀이기구까지 준비하여 왔고 짐을 풀자마자 곧바로 물놀이를 하러 갔습니다.

 

 

-물놀이는 이웃의 배컴펜션 옆 계곡으로...

-배컴펜션의  여주인이 뭔가를 폰에 담고 있어 가보니

나리꽃과 나팔꽃이 서로 부둥켜 안고 있네요-

 

-마치 이집 식구들이 계곡을 전세 낸 것 같네요-

 

 

 

-할머니는 자식들 손주들 어찌 될까봐 초병을 서고 있네요-

 

 그들이 물놀이를 마치고 삼겹살 바비큐에 술잔을 기울고 있어 내가 민준맘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니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대체로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품들이라서 나는 ‘민준맘’이 그런 여성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말을 걸어보니 의외로 부끄럼을 많이 타고 다소곳한 전형적인 가정주부 여성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고자 사진을 좀 찍겠다고 하니 여성분들은 모두 손사래를 치며 얼굴은 보이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돌렸습니다.


 손님들이 떠난 후 청소를 하기위해 집안에 들어가 보니 장롱에 이불을 개놓은 것이며, 주방 설거지를 해 놓은 것이며 손 댈 것이 없도록 깨끗하게 정리를 해 놓았습니다.
 대체로 깨끗이 한다고 해도 손님들이 화장실 휴지통과 싱크대 음식찌꺼기 통까지는 비우지를 않는데 이것까지 깨끗이 비우고 갔습니다.

 

 

 

-떡하니 버티고 폼을 잡는 녀석이 민준이고 그 앞이 민준이 동생인가 봅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시내의 모텔 등의 숙박시설에 비하여 팬션의 사용료가 지나치게 비싼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비싼 펜션 사용료에 대해 펜션의 주인입장에서 대변을 한다면

    첫째, 모텔 등이 연중 내내 영업을 하는데 비해 펜션들은 한 시즌 잠깐 영업을 하므로 그 시즌에 바짝 수익을 올려야 함이고,
  둘째, 모텔은 잠만 자고 가므로 이부자리 정리만 하면 되지만 펜션에서는 온갖 취사와 레크레이션을 하므로 주방설거지를 비롯해 온갖 쓰레기 정리 등 뒤치다꺼리가 한둘이 아닙니다.
  셋째, 동절기 난방의 경우 펜션에 손님이 계속 있어 난방을 지속적으로 하면 당일 난방비가 많이 들지 않는데, 1주일 내내 집을 비워 놨다가 주말 하루 난방을 하려면 적어도 대여섯 시간 전부터 난방을 해야 하므로 기름값이 엄청 들어갑니다.


 펜션들의 사용료는 이런 점들이 반영된 가운데 투자비용, 관리 인건비, 냉난방 전기료와 기름 값, 소모품비 등을 고려하여 사용료를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민준맘 식구들과 같이 더운 여름에 에어컨도 켜지 않고 청소까지 관리인이 손댈 것 없을 정도로 하고나면 펜션주인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관리비가 절감된다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몫은 당연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기왕에 전기와 기름사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이야기인데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켜고 추운 겨울에 불을 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펜션 사용자는 그런 에너지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펜션사용료를 지불하였으므로 자신이 지불한 대가만큼 누릴  권리가 당연히 있습니다.
 펜션을 운영하는 주인의 입장에서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입장은 못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 받는 경우가 있는데 창문만 열면 시원한 자연 바람으로 충분히 시원함에도 굳이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경우이고, 이보다 심한 사람은 창문을 열어 놓고 24시간 에어컨을 켜는 사람들이죠.

 

 1달 전쯤에는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부산의 모 고등학교 교사들인데 방바닥이 차갑다며 보일러를 떼면서 동시에 에어컨을 켜 놓고 밤새도록 음주가무를 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떠나고 나서 방에 들어가니 바깥기온이 높은 여름철이라 방바닥이 식지 않으므로 방이 찜질방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는 몸만 살짝 빠져 나갔지 실내는 실내대로 실외는 실외대로 이부자리며 먹다 남은 음식이며 한 마디로 개판 그 자체였습니다.
 

 청소를 다 하고 늦은 점심식사를 하면서 아내의 친구가 하는 말이 “저런 선생들한테 우리 아이들을 맡겨놓고 있으니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노, 대한민국 앞날이 걱정이다”하면서 밥맛마저 없다고 하였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고 그들의 인격을 믿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았으니 전기료와 기름값이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하여 받은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보상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모범이 되지는 못할망정 선량한 사람 밥맛마저 앗아가서야 되겠습니까?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만 옆길로 갔네요.
 우리 집을 찾아주고 청소까지 깨끗하게 해주고 간 민준맘의 가족들께 감사드리면서 관리비용을 절감해 주었으니 나도 보답을 해야 되겠지요. ㅎㅎ
 민준맘이 다음에 또 우리 에코펜션을 이용하신다면 마음 같아서는 공짜로도 해드렸으면 싶습니다만 경영상 그러지는 못하고 관리비용 정도에 해당하는 30%는 할인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 이어 갔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에코펜션의 이용안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http://sunbee.tistory.com/ 에서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