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양산 배내골 에코펜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날은 날씨가 더운 주말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배내골을 찾았고 에코펜션에도 리모델링 공사를 막 마친 작은 방 하나를 제외하고는 손님이 다 찼습니다.
그런데 밤 11시경 아가씨 두 명이 방을 찾으므로 얼씨구나 하고 빈방을 다 채웠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방에 들어서자말자 에어컨부터 켜고 짐을 풀고서는 바비큐장서 술과 고기로 판을 벌렸습니다.
필요 없는 전기를 낭비하고 있으므로 내가 지나는 말로 “손님들, 요새 전기가 모자라서 그 더운 공장에서 에어컨을 못 켜고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렇게 시원한 곳에서 놀면서 에어컨을 켜야겠습니까?”라고 했더니 “창문을 열면 벌레가 들어오는 것이 싫어서 에어컨을 켜야 한다.” 라고 했습니다. 나는 “방충망이 있어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할까 하다가 그들의 말투로 보아 씨가 먹힐 것 같지를 않아 그만 두었습니다.
암튼 그들은 바비큐장에서 한참을 보내더니 어딘가에 전화질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들어보니 인생이 별거냐며 오늘 밤 함께 즐기게 배내골로 오라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보기론 20대의 젊디젊은 청춘인데 마치 인생 살만큼 다 살은 50~60대의 노땅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하므로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밖에서 그러는 동안 다른 방과 이웃집들에서는 이미 잠자리에 들었으므로 그들로 인해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에 신경이 쓰여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고 자정을 한참 지난 후 그들이 방에 들어가고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벤츠 승용차 한 대가 마당에 들어섰고 남자 두 명이 그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고선 다시 음식을 하는지 도마에 칼 두드리는 소리며 왁자지껄한 소리가 배내골의 적막을 뒤흔드는 것입니다.
그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밖에 나가 그 방을 쳐다보니 에어컨은 켠 채로 사방 창문을 열어놓고 삼육구게임을 비롯해 온갖 짓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벌레가 무서워 창문을 못 연다고 하였는데 창문을 연 것으로 보아 아마도 방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 담배연기 때문에 창문을 연 것으로 봅니다.
속에서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내방에 들어와 그들의 떠드는 소리에 무감각해지려고 보지도 않는 TV를 틀어놓고 잠을 설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느 듯 날이 뿌옇게 밝아지고 초저녁잠을 잘 자는 아내가 옆방에서 자다가 일어나 밖을 나와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시각이 새벽 네 시 반이었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지금 이러다가 밤새도록 잠도 못자고 아침이면 저 손님들하고 싸울 것 같으니까 차라리 집에 가는 게 낳겠다.”고 하였더니 아내도 더러븐 내 성미를 아는지라 당장 그러라고 하여 그 시각에 배내골을 뜨고 말았습니다.
그 뒤에 들으니 지독히 참을 성 많은 아내도 결국 손님과 다투고 말았다고 합니다.
내가 떠난 후 남자 한 명이 더 오고, 새벽 여섯시가 넘어도 계속 떠들어대므로 에어컨 전원의 차단기를 내려버렸더니 왜 에어컨을 끄느냐며 항의를 하므로
“둘이만 숙박한다 하고선 왜 다섯 명이나 사용하며 지금 시간이 몇 시인 줄이나 알고 그렇게 떠들고 있느냐, 그리고 주위 사람들은 생각지도 않느냐”고 하니
그들은 “펜션에 놀러와 가지고 이정도도 못하느냐”며 자신들의 행위가 당연한 것인 냥 하였다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지금 바로 방을 빼든지 아니면 세 명의 추가요금을 더 내고 지금부터 조용히 하든지 선택하라”고 하였더니 그들은 결국 추가요금을 더 내고 그 순간부터 다소 조용해졌다고 합니다.
-아래사진은 mk뉴스에서 스크랩 한 것입니다-
아내의 친구는 그 방을 리모델링하고 첫개시로 받은 손님인데 그런 찌질한 손님을 받았다며 재수 없다고 소금까지 뿌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둘은 목각을 잘 하는 스님이 있는 절에 가서 추가로 받은 3만원을 불전함에 시주를 하고 스님이 금강송으로 만들었다는 원목식탁을 거금 주고 하나 사왔습니다.
말하자면 그날의 일을 액땜으로 생각하고 털어버리자는 것이었지요.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는데 항상 예약도 하지 않고 무계획적으로 늦게 와서 방을 찾는 젊은 여자들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대체로 이런 유의 젊은 여자들은 술을 과하게 마시고 지들끼리 울며불며 다투거나 앞에서와 같이 남자들을 불러들여 소란을 피우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남자들 보다 여자들끼리가 조용하고, 방청소며 그릇 설거지를 깨끗이 하려니 생각합니다. 그런데 펜션업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나이가 적을수록 청소가 서툴고, 아니 중.고등학생은 물론이요 대학생들은 아예 청소할 줄을 모르고, 30대 초반 정도 아래의 젊은 층에서는 여자들 보다는 남자들이 훨씬 절도가 있고 청소를 깨끗이 한다는 것입니다.
그 까닭은 우리세대의 부모들이 그들에게 그저 공부만 하라며 더우면 에어컨 켜주고 추우면 난로 켜주며 간식까지 갖다 바치면서 청소니 잡일은 아예 시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40~50대의 사람들은 자라면서 남자애들은 산에 가서 나무를 하거나 소꼴을 베거나 하고 여자애들은 동생들을 업고 아궁이 불을 지키거나 집 청소와 설거지를 하면서 가사를 돕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교실청소와 화장실 청소 등 학교의 잡일을 학생들이 모두 감당하였습니다. 그러니 가사노동이 몸에 자연스레 배어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이런 잡일은 아빠와 엄마의 몫이고 용역회사의 몫이지 결코 자신의 몫이라고는 생각지를 않고,
여자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도 가사노동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나는 젊은이들의 이런 잘못된 사고방식에 대해 그들을 탓하기 보다는 그들을 낳아서 기른 우리 어른들의 잘 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태어난 80~90년대만 하더라도 남아 선호사상이 남아있는 가운데 산아제한 정부정책으로 자식을 하나 아니면 둘만 나으라고 하니 온갖 수단을 동원하면서 아들을 골라 낳는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인구수에 있어서 적정 성비가 깨어져 남자가 훨씬 많으므로 자연스레 남자애들이 여자 짝지를 얻기 위해 여자애들에게 잘 뵈려는 풍조가 생겼습니다.
이런 사정에 여자애들은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공주 대접을 받다보니 성인이 되고 엄마가 되고서도 자신이 공주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티브이 데일리 기사에서 스크랩한 사진-
반면에 남자들은 그나마 군대에 가서 병영생활을 하는 동안 청소와 빨래 등 온갖 잡역을 하면서 비로소 일상생활에서 해야 하는 잡역 일을 익히게 됩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상의 지혜와 행위를 군대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 군대는 가정에서 또는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가정교육, 학교교육까지 겸하는 인재교육기관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ㅎㅎ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찌질한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펜션을 이용하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펜션의 주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마찬가지로 즐거운 휴식 시간을 보내고자하는 옆방이나 이웃의 손님들에게 지나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신의 기분을 조금은 양보합시다.
또한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힘들게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와 동료들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인류의 영원한 암덩어리로 쌓여가는 방사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 에너지를 절약합시다.
에코펜션은 에티켓 있는 멋진 손님을 정성으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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