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인 11월 3일에는 오랜만에 양산 배내골 에코 펜션에 가 보았습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서 그런지 경치가 괜찮다싶은 곳에는 어디나 나들이 차들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밀양댐으로 이 댐은 밀양, 양산, 창녕 3개 지역에 수돗물과 전기를 공급하고 홍수를 조절하기 위해 만든 댐인데 향로산, 금오산 등의 가을 단풍과 어우러진 비경은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게 했습니다.
그리고 밀양댐의 시작점인 배내사거리를 지나 풍호대가 있는 풍호마을에 이르자 수려한 풍경을 배경삼아 곳곳에 즐비한 서구풍 전원주택들과 알록달록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과 차량들이 도처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국민의 생활수준도 경제가 어렵니, 살기가 힘드니 해도 1주일에 한번쯤을 산행도 하고 펜션에서 민박도 하며 여가를 즐기는 정도의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내 경험 하나를 소개하자면 예전에 건설현장에서 일용근로자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의 한 젊은 친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은 영국에서 1년, 호주에서 1년, 일본에서 2년, 그리고 한국에서 4년 넘게 일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그 나라에서 번 돈은 그 나라에서 여행하는 경비로 다 쓰고 한국에 와서는 일부를 고향에 송금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보건대 한국 사람들은 돈을 벌 줄만 알았지 돈을 쓸 줄은 모르는 것 같다며 도대체 써보지도 못할 돈을 왜 버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록 가난한 나라에서 돈을 벌기 위해 천리만리 이국땅에 와서 노동을 하며 살아가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그 친구가 왠지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경제성장의 수레바퀴에 매달려 정신없이 달려오느라고 눈 돌릴 틈이 없던 우리 국민들이 이제는 한눈을 팔기도 하고 쉬엄쉬엄 쉬어갈 때도 되었지 않나 싶습니다.
이날 나는 배내골 펜션에 가면서 읽다가 만 <혜봉선사의 유집>과 저자가 싸인까지 하여 준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이라는 책 두 권을 가지고 갔습니다.
<혜봉선사의 유집>은 며칠 전 제 블로그에 이미 언급한 바 있으므로 생략키로 하고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책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하고자 합니다.
선거철에 흔히 접하는 정치인 책들을 보면 별 영양가도 없는 자기자랑 이야기만 있어 몇 페이지 읽다가 지겨워서 접어버리고 맙니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지난 10월 21일 블로그 간담회가 끝나고 정동영이 내민 이 책에 대해 나는 별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준 사람의 성의를 봐서라도 내용이 뭔지는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하고 페이지를 한장한장 넘겨보았는데 나는 갈수록 그 이야기에 빨려들어 갔습니다.
그 이유는 이 책에서도 자기자랑이 더러 있긴 하지만 국민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 대북외교와 관련한 대북접촉, 대미접촉을 비롯하여 6자회담이 성사되기까지의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역사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남북한이 합의만 하면 마음대로 북한에 공장을 지을 수 있고 제품을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우리나라는 대량살상무기의 제조.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의 적성국 이전을 통제하는 ‘바세나르 협정’에 가입하고 있어 미국산 기술, 소프트웨어가 10퍼센트 이상 포함된 제품은 미 상무부의 사전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의 원천기술은 대부분 미국과 관련이 있고, 개성공단은 이런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반도에서 극한대립의 냉전역사가 50년이 넘었는데 어찌 이것을 하루아침에 극복하겠느냐며 인내심을 가지고 신뢰를 회복해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분단의 역사가 50년이었다면 화해의 역사도 50년 정도 필요한데 국민정부, 열린정부가 이룩한 10년의 업적을 퍼주기 사업이니 잃어버린 10년이니 하면서 폄하를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말을 두 번이나 강조하는데 이 말은 중국의 저우언라이 (周恩來) 총리가 한 말로 ‘동의를 구하려면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라’는 뜻입니다.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이 행하는 모든 행위에는 그들의 체제를 흔들어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고, 그런 의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분쇄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 핵의 보유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없는 놈이 삐끔 탄다고 북한은 그들의 처지가 옹색하고 불안하기에 허장성세를 부려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하고 하는데 그런 상대의 아픈 점을 좀 여유가 있는 우리 남한이 아량을 가지고 보듬고 다독여서 대문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국제사회에서 왕따나 다름없는 북한정권을 조금은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이해하는 쪽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에서 남북의 경제협력만이 한반도가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는 길임을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남한에서는 공장부지가가 너무 비싸고 인건비가 비싸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고, 그래서 노동력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은 땅값과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동남아로 갈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국내에는 2차산업의 중소기업이 씨가 말라가고 있고, 중소기업이 활력을 잃으니 내수경기가 침체하고 서민경제가 힘들어지고 있으며,
이런 중소기업을 북한에 유치하면 본사는 남한에 있으므로 남한정부는 세수를 확대할 수 있고, 북한주민은 노동 인건비를 벌 수 있어 남북한이 공동번영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한은 주택공급이 웬만큼 되었고 도로와 같은 국가 기반시설들도 거의 완비되어 더 이상의 대단위 토건사업을 일으킬 여지가 없어 건설업이 불경기인데 이때 북한에 대단위 공단을 조성하고 도로와 철길을 만드는 토목공사를 하게 되면 건설경기 또한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지난 50년 동안 임진강과 예성강의 하구에 퇴적된 골재는 남한이 30~40년 사용할 수 있는 량이라 하니 남한은 4대강 사업으로 없어진 골재를 얻을 수 있어 좋고, 북한은 골재를 팔아 수익도 올리고 수로도 확보하니 일거삼득의 사업이 됩니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국민정부, 참여정부 10년을 잃어버린 세월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되묻고 싶습니다. 분단의 역사 50년은 무슨 세월이었느냐고 말입니다.
1900년대 접어들어 우리는 일제시대와 6.25동란이라는 외침과 내전을 경험 하였고, 무능한 정부로 인한 가난한 백성들의 고달픔과 공산주의의 실상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국민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가난에 찌들고 공산주의에 치를 떨고 있던 백성들에게 있어 박정희 정권의 성장과 반공주의 이념이 최선의 가치였는지도 모릅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서민의 삶이 고달파질수록 박정희 향수가 더 크게 다가오고 박근혜 지지율이 올라가는 이유도 박근혜를 통하여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이 다시 재현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동란이 끝나고 남북이 분단된 지 50년의 세월이 넘었고, 냉전시대가 끝난 지 20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 시대의 가치관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국제정세에 우리가 앞장 서 갈 수 있을까요?
정동영은 이 책에서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달라는 꿈을 꾸었다고 하였는데 한반도에서 그런 일이 현실이 된다고 하여 진짜 나라가 망하고 말까요?
우리는 언제까지 냉전이념의 장벽에 갇혀 부산역에서 개성역을 거쳐 파리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고 대륙을 달리는 낭만의 꿈마저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요?
국화꽃이 지고 단풍이 지고 나면 이내 눈 내리는 겨울이 오겠지요.
혹여 배내골 또는 에덴벨리 스키장을 찾는 일이 있거던 에코펜션도 이용 좀 해 주세용~~~
주변에 추천까지 해 주시면 더욱 고맙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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