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귀해안 데크로드, 결국에는...
나는 귀산동에서 바다와 관련한 사업을 하므로 태풍만 있다고 하면 초긴장상태로 접어듭니다. 금년에는 특별히 세 개의 태풍 볼라벤(15호,8월 29일), 덴빈(14호, 8월 30일), 산바(제 16호, 9월 17)가 연이어 남해안을 강타하면서 나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습니다만 지난해 창원시가 수십억 예산을 투자하여 만든 해안 데크로드 피해는 예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금년 7월 3일 내 블로그 글 “얼음골 케이블카와 3악의 데크로드”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선진국에서 데크로드는 지형이 험한 곳에 길을 내면서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하고 공사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육책으로 사용하는 공법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데크로드가 새로운 경관 창조물이라도 되는 냥 멀쩡한 산과 하천을 훼손하며 데크로드를 위한 데크로드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3여년 전 창원시가 삼귀동 해안로에 자전거와 보행자용 데크로드 공사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 담당부서 공무원과 설계를 맡은 용역회사 직원을 만나 설계 개념을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나는 해안가 데크로드는 넌센스라며 가능한 한 데크로드는 시공하지 말 것, 굳이 하고자 한다면 도로 노면보다 일정 높이로 높게 하여 밀려드는 해수가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그러나 창원시는 이를 무시하고 노면에 붙여 데크로드를 설치하였고 그 결과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태풍 산바에 무참히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창원시 당국에서는 이를 두고 예전의 창원천.남천의 생태하천조성사업처럼 또 천재라 하여 시민의 세금으로 보수를 하려 들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결단코 이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이며, 이 것을 보수하는 비용은 담당공무원, 설계용역회사, 시공자가 부담해야 하는 하자보수여야 함을 밝혀 두고자 합니다.
-성한 곳이 없이 산산히 부서진 데크로드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이 공사는 부실공사가 될 것임을 예감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용역회사 직원을 만났을 때 명함을 받고 설계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 뭔가 미심쩍어 전공이 뭐냐고 물었더니 조경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순간 나는 ‘아하, 이거 예삿일이 아니구나. 엄청나게 고도의 구조설계 기술을 요하는 해안구조물 공사를 조경 전문가가 설계를 하다니 이 공사는 보나마나다. 모양은 그럴 듯하지만 결국 사고를 치겠구나.’하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태풍 사라호와 매미도 그러했듯이 이 무렵 태풍들은 항상 바닷물과 함께 밀려오므로 만조 시 해안도로는 항상 바닷물이 월류하기 마련입니다. 이번에 부서진 데크로드 부분의 도로도 1년에 두세번 이상 늘 물에 잠기는 도로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밀려오는 파도의 수압을 감안하여 설계를 하여야 하는데 적어도 내가 보기엔 전혀 이를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수압을 계산하였더라면 월류하는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데크로드를 노면에서 띄어 설계를 하였을 것입니다.
내가 이것을 천재가 아닌 인재라 하는 이유는 담당공무원과 설계자에게 분명히 이야기 하였음에도 이를 묵과하였으니 직무유기요 부실설계용역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부실자재 사용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방부목재 대신 내구성이 좋은 프라스틱 인조목을 데크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인조목 데크재도 순수 프라스틱만으로는 강도가 약하므로 내부에 철판을 넣어 만든 데크재라야 하는데 창원시가 이곳에 시공한 데크재는 철판이 없었습니다.
-철판 보강재가 없어 쉽게 부러지는 인조 데크재-
또한, 데크재를 지지하는 철물은 바다의 염분을 고려하여 아연도금이 된 철재를 사용하여야 하고 시공과정에 용접이나 볼트조립으로 인하여 아연도금이 훼손된 부분은 방식용 도료로 충분히 보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장을 보니 아연도금을 하기는 했지만 도금상태가 불량하여 벌써 박리현상이 생기고 있으며 절단이나 볼팅 장소에는 녹이 슬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연도금의 박리현상과 녹 발생-
삼귀해안 데크로드는 부실설계, 부실자재, 부실시공으로 인한 필연적 인재임에 틀림없습니다. 정황이 이토록 분명함에도 이를 천재로 치부하여 또 시민의 혈세로 보수공사를 한다면 당당공무원에게 구상권청구소송을 해서라도 시민들이 입은 손해를 되돌려 받아야 할 것입니다.
예전에 이런 사태가 올 것을 예견하고 신문에 기고하였던 글입니다. 함 보시죠.
'공무원 이야기 > 창원시정에 관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동예술촌에서 공돌이와 보헤미안의 합궁이 궁금하다. (5) | 2012.10.02 |
---|---|
마산 창동의 끔찍했던 사건. (13) | 2012.09.25 |
통합시청사의 마지막 글. (11) | 2011.12.29 |
창원시 빅3사업 어느 것이 돈 될까? (7) | 2011.12.28 |
창원시의원들 꼭두각시 노릇 언제까지? (5) | 2011.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