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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게 폭탄주인지, 폭탄차인지?

 

 술을 좀 한답신다는 사람치고 폭탄주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폭탄주의 원조가 군인들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하여튼 이 폭탄주는 무지막지한 주당들의 특별한 음주기호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병에 몇십만원이나 하는 고급 위스키에 맥주를 타버리면 본래 위스키가 지니고 있던 고유의 향과 맛은 맥주의 거품과 함께 거품처럼 날아가 버리니 발렌타인이면 뭣하고 조니워커면 뭣하겠습니까? 그냥 폭탄주일 뿐이죠.
 처음에는 양주와 맥주가 혼합된 폭탄주만 있다가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소주에 맥주를 탄 폭탄주로 진화하면서 양맥폭탄주가 가진자들의 기호주라 한다면 소맥폭탄주는 서민의 기호주가 된 셈입니다.

 

 소맥폭타주는 나도 즐기는 편인데 그 이유는 적은 술값으로 빨리 취하기 위함도 있지만 소주 특유의 마땅찮은 냄새가 없어지고 맥주 말오줌 냄새 같은 것도 없어져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소맥폭탄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말씀드리자면 맥주부터 먼저 따르면 거품이 넘치지만 소주를 먼저 따르고 맥주를 부으면 거품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같이 폭탄주에 일가견이 있다는 내 같은 사람도 난생 처음으로 맛보는 별난 폭탄주 경험을 지난 26일 하였습니다.
 경상도문화학교에서 주관하는 하동 전통차 탐방의 매암 차문화박물관에서 녹차에 위스키를 타 마시는 유별난 경험이었습니다.
 하동의 매암 차문화박물관은 지금의 강동오 관장 선친이 과거 일제시대 때 수리조합청사로 사용하던 적산지를 매입하여 전통차박물관으로 개조하여 차에 관한 전시와 체험공간으로 활용하는 곳입니다. 3일의 연휴와 여수엑스포 행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전통차 탐방에서는 인원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여 시간이 넉넉한 관계로 강동오 관장은 지금까지 없었던 차의 브랜딩에 관한 특별한 체험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매암 차문화박물관-


 녹차에 찔레꽃을 첨가한 브랜딩과 녹차에 위스키를 첨가한 브랜딩이었는데 녹차와 꽃의 브랜딩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녹차에 위스키를 브랜딩하는 것은 만고 처음 맛보는 경험이었습니다.

 차를 넣고 차가운 위스키를 약간 따르고 몇 분이 지난 다음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드는데 40도가 넘는 위스키의 짜릿한 맛과 향 대신 차향과 위스키향이 어우러진 야릇한 맛과 향이 나면서 그야말로 술이 술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본래 도수가 높은 술이고 뜨거운 기운까지 있다 보니 이내 알딸딸해지며 술기운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정도면 독한 위스키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도 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겠다 싶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여성분들도 한잔씩 즐기고 있었습니다.

 

 

-폭탄차로 건배, 사진은 실비단님꺼-

 

 나는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안주로 괜찮다는 싶은 반찬이 있으면 반주로 소주를 한잔씩 하지만 몇 년째 찬장에 처박혀있는 양주는 거들떠보지를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독한 양주의 짜릿한 냄새와 맛이 편하지를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놈들을 해치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셈입니다.

 어차피 식후에 한잔씩 하는 차에 위스키를 타 마시면 한방에 술도 마시고 차도 마시는 셈이 되는 셈입니다. 후후후...

그런데 이것을 폭탄주라고 해야 할지 폭탄차라고 해야 할지 이름 짓기가 애매하네요.
  안주를 두고 마시면 폭탄주, 안주 없이 마시면 폭탄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