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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상주 명품곶감 속에 까맣게 탄 농심.

선비(sunbee) 2010. 11. 24. 10:44


상주 명품곶감 속에 까맣게 탄 농심.

 11월 20일, 21일 100인닷컴이 주최한 팸투어라는 걸 난생처음 따라가 보았습니다. 저는 팸투어도 팸투어이지만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파워블로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가지고 갔고, 제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오늘 동행했던 블로그들이 포스팅한 글을 보니 같은 사물을 보고 와서도 각자가 느끼는 바나 표현 방식도 각양각색이려니와 그 필력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명품 곶감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께서 너무 상세하고 수준 높게 기술하고 있어 감히 따라가지 못하겠기에 저는 옆길로 반칙을 좀 하려합니다.

 저는 도착하자마자 곶감명가에서 맛 뵈기로 준 곶감을 한 입 베먹고 난 순간 곶감 속의 까만 속을 보면서 문뜩

“이 곶감 하나 만들려고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이 곶감 하나 만들려고 농부의 가슴은  그렇게 까맣게 타들어 갔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두철미한 위생관리와 품질관리, 그리고 백만 개나 되는 곶감의 물량에도 놀랍지만 그 곶감 한개한개가 곶감창고에 매달리기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그 자체가 감격이요, 기적인 것입니다.

 어릴 적 마당 한쪽에 있는 감나무에서 봄날 내린 눈과 같이 하얗게 떨어진 감꽃을 흔히 보았습니다. 그 단맛에 감꽃을 주워서 먹기도 하고 계집아이들은 짚에 끼워 목걸이를 만들기도 하였지요. 떨어진 감꽃을 봐서는 감이 한 개도 열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놈들은 서서히 덩치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한 번씩 찾아오는 태풍에 가지가 부러지기도 하고 감이 떨어지기도 하여 또 한 번 마당을 어지럽힙니다.

 봄에 떨어진 감꽃은 가벼워 사뿐히 내려앉지만, 여름에 떨어지는 감들은 덩치가 있어 떨어지면서 장독대나 담장 돌에 부딪혀 몰골이 성한 놈이 별로 없습니다.
 가을이 되면서 놈들의 볼이 볼그스레 물들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벌레나 까치·까마귀가 달려들어 괴롭힙니다.

 가름막 하나 없는 황량한 들판에서 수많은 별과 달과 함께 밤을 지새우고 이른 봄 꽃샘추위부터 여름의 무더위와 태풍을 견디면서 성한 몸으로 온전히 살아남는 놈은 정말 명이 긴 족속들이라 하겠지요.

 감꽃에서 시작하여 익은 감이 될 때 까지 생존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백만분의 1정도 될까요?

 이런 과정을 보면서 농민의 가슴은 얼마나 타 들어 갔을까요?

 특히 금년에 봄에는 때 늦은 한파로, 여름에는 시도 짬도 없는 우기로 일조량 부족, 가을에는 턱없이 이른 한파로 농부의 가슴은 곶감처럼 쪼그라들고 그 속은 까맣게 타 들어 갔을 것입니다.



 나는 상주의 곶감명가의  곶감 한 입 물면서 농부의 쪼그라들고 까맣게 탄 속도 한 입 같이 물었다고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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