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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얼음골 케이블카와 3악의 데크로드

선비(sunbee) 2012. 7. 3. 10:39

 경남도일보와 경상도문화학교의 주선 밀양의 명소 탐방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표충사 구경을 마치고 밀양 얼음골에 있는 케이블카를 시승해 보았습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시운전을 통해 안전검사를 마치고 본격가동에 들어서기 전에 홍보차 시승을 시켜주는 덕분으로 영광스럽게도 시승을 해보았습니다.


 보통의 케이블카는 6~10인승으로 여러 대가 줄을 지어 연이어 돌아가는데 이곳 케이블카는 51인승으로 한 대가 올라가면 한 대는 내려오는 교차방식으로 운행되는, 지금까지 내가 난생 처음 경험하는 대형 케이블카였습니다.
 케이블카를 그렇게 만든 이유는 자연경관이 좋은 이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하니까 환경단체가 몹시 반대를 하여 14년 세월의 우여곡절 끝에 설치하면서 자연훼손을 최소로 줄이는 공법을 선택하다보니 이 공법을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출발지와 종착지에 설치한 케이블카하우스를 제외하면 중간에 지지하는 지주는 단 하나뿐으로 산림훼손은 거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요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지자체는 서로 자기지역이 적합지라 머리띠를 두르는 반면 환경단체들은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주장하며 머리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나는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하는 사람들이 함께 이 현장을 보고 서로의 견해를 좁혀 갔으면 합니다.
 나는 여기서 자연환경 훼손 외에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과연 너도나도 설치하는 케이블카가 과연 황금알을 낳는 관광상품이 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지금 통영에 설치한 케이블카가 의외로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임으로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데 과연 이런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라는 점에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라 봅니다.

 왜냐하면 상품의 가치에는 아름다움, 편리성, 내구성, 희소성, 등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희소성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다이아몬드가 돌보다 많고 금이 철보다 많다면 그 가치는 돌 값, 쇠 값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관공상품의 가치 또한 다이아몬드나 금과 같이 그 희소성이 제일의 가치라 해도 별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가장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는 1970년대나 80년대까지만 하드라도 전국에서 단하나 밖에 없었기에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남해대교보다 훨씬 웅장하고 아름다운 현수교가 만들어져도 그것을 구경하느라 관광객이 몰려들지는 않습니다.
 이제 현수교는 관광지로 가는 교통수단이 지나는 지름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케이블카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몸이 성치 못한 사람들이 경치 좋은 관광지를 찾는 교통수단의 하나에 불과할 것입니다.
 제발 바라건대 남 따라 장에 간다는 식으로 별 볼 것도 없는 지역에 케이블카만 남 따라 설치하였다가는 산 하늘에 고철 덩어리 달아놓은 꼴이 되고 말 터이니 신중을 기해줬으면 합니다.

 

 밀양 얼음골의 케이블카 위치는 다행히 가지산, 재약산 등의 산세가 어우러져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수려한 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지근거리에 한국의 명수 100선에 들어가는 시레호박소가 있고, 겨울에는 온수가 나고 여름에는 얼음이 어는 믿기지 않는 자연현상이 일어나는 얼음골이 있어 입지적 여건 면에서 나름 관광자원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연세가 많아 높은 산을 타기 곤란한 부모님들께 효도관광상품으로는 ‘딱’이다 싶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문제는 있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산 능선을 따라 쭈~욱 깔아놓은 데크로드입니다.

 데크로드 이걸 보면 15~16년 전쯤에 한창 유행하였던 지압보도가 떠오릅니다. 당시 발바닥지압이 건강에 좋다며 도시공원 어디를 가나 지압보도가 없는 공원이 없을 정도로 지압보도 분탕질을 하였습니다. 창원시만 하드라도 수백억의 예산을 부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지압보도들은 지금 무용지물로 방치되거나 아예 철거를 한 곳도 많습니다.
 나는 지금 올래길이다, 마실길이다 하며 오만 이름을 붙여 산책길, 등산길을 만들면서  전국적으로 판을 치는 데크로드 또한 2~3년 뒤에는 예전의 지압보도 꼴을 면치 못할 것으로 확신을 합니다.

 

 


 선진국에서dml 데크로드는 지형이 험한 곳에 길을 내면서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하고 공사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육책으로 사용하는 공법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데크로드가 새로운 경관 창조물이라도 되는 냥 멀쩡한 산과 하천을 훼손하며 데크로드를 시공하고 있습니다.

 

 산행을 하다보면 가장 피로를 빨리 느끼는 길이 똑 같은 오르막과 보폭이 이어지는 길입니다. 한마디로 인간이 균일하게 만들어 놓은 계단과 포장길, 데크로드와 같은 길입니다. 자연상태의 길에서는 오르락내리락 하며 근육을 고르게 사용하지만 인공길은 똑 같은 근육을 반복 사용하므로 빨리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또한 데크로드를 깔다보면 어쩔 수 없이 수목을 베어내야 하기에 나무그늘이 사라지게 되어 여름에는 더 더위를 노출되게 됩니다.
 개념없이 설치한 데크로드는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예산을 낭비하고, 산행을 피곤하게 하는 3악을 낳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