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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이야기/법원과 검찰이야기

박훈 국회의원후보의 업그레이드 폭력은?

선비(sunbee) 2012. 1. 10. 18:00


 지금까지 우리가 정치권이나 법조계에서 좀처럼 보지 못했던 특이한 캐릭터를 지닌 변호사 출신의 한 후보가 이번 총선에 창원을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습니다.

 

그는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 교수의 석궁사건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에서 한 주인공으로 나오는 박훈 변호사(영화에서는 박준)인데 영화에서 김명호 교수가 “법은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하는데 반해 그는 “법은 쓰레기다”라며 거품을 뭅니다.

 그리고 지난 번 블로그 인터뷰 중 그는 “어쩔 수 없는 폭력은 폭력이 아니다. 수많은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분들에겐 법원으로 달려가는 길과 주먹밖에 없습니다.  동서고금의 인류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변호사지만 소송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국회 내에서 다수결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건 폭력입니다. 저는 거기에 대한 저항권을 행사하겠습니다. 제 나름대로 저항권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하겠습니다.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업그레이드 버전이 보고 싶으면 저를 지지해 주십시오. 앞서 강 의원과 김 의원 행동 속이 시원합니다. 하여간 훌륭한 분들의 뜻을 이어받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두 장면을 보면 그는 법을 가지고 먹고 살면서도 법을 쓰레기라 하고 소송과 주먹질 중에서 소송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만큼 그를 법치주의 사람이라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블로그 인터뷰에서 내가 제출한 서면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질문: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하여 노동법을 개정하였지만 오히려 정규직근로자는 줄고 계약직 근로자만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하였는데, 오늘날 노동법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소신들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박훈 답변: 질문 자체가 조금 잘못됐습니다. 지금까지 노동법은 계속해서 고용 불안정을 증대시키는 법률만 양산해 왔습니다. 법률 개정과 제정은 주장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힘 관계의 문제입니다. 오로지 투쟁의 영역 속에서 어느 쪽 힘이 더 세느냐 여부다. 2004년 민주노동당에서 국회에 10명을 보냈지만, 힘은 '새 발의 피', 결국 다수결로 가면 힘도 못 씁니다. 사실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 무력화는 김대중 정권부터 한결같이 진행된 겁니다. MB 정권은 그대로 시행한 거잖아요. 김대중·노무현의 후과를 받아먹는 정부였습니다. 법률은 정치 내의 힘으로 결정됩니다. 그래서 현장 투쟁이 중요한 겁니다. 16년 동안 노동법 관련 일을 하면서 깨달은 소치입니다.

                                  - 왼쪽으로부터 손석형, 김창근, 박훈 후보-


이 답변을 보면 그는 ‘법은 쓰레기다’ 하면서도 16년 동안 노동법 관련 일을 하면서 노동법이 어떻게 개악되었는지, 그리고 왜 개악될 수밖에 없는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는 강기갑의원의 공중부양이나 김선동의원의 최루탄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폭력을 보여주겠다며 좌중을 웃기기도 했는데 나는 그 말의 진의가 궁금합니다.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된 폭력이라? 그러면 수류탄이라도 터뜨리겠다는 것인가?”
 
 강기갑의원이나 김선동의원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이 보기에도 민망한  무리수를 두었고, 그리고 실정법을 위반하였기에 기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법률전문가가 강기갑 의원 같이 공중부양을 하거나, 김선동 의원과 같이 최루탄을 투척하거나, 또는 김명호 교수와 같이 석궁을 쏘는 식의 황당한 폭력을 휘두르리라고 나는 보지 않습니다.

 그럼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폭력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지금까지 개악되어온 노동법 개정안의 폭탄상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상정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그동안 그가 노동현장에서 투쟁하면서 익힌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여 국회에 폭풍을 몰아갈 것으로 짐작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노동운동 사건의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노동자로부터 한 발 물러서 단순히 변론만 한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한 가운데서 온 몸으로 노동자들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하였기에 노동자들의 동력을 이끌어내고 결집시키는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 그리고 타이밍을 어느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법률의 제정과 개정은 주장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힘의 논리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하였는데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 상정만 해 놓고서는 이를 관철시키고자 투쟁까지 하는 모습은 별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박훈 후보는 자신이 속한 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는 미니 정당이 될지라도 그는 노동자들의 힘을 직접 빌리는 방식의 투쟁을 해서라도 자신이 상정한 법률안을 관철시키는 폭거를 감행할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가 보여주겠다는 업그레이드 된 폭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훈 후보가 야권단일화의 문턱을 넘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그가 여의도에 입성을 하게 된다면 여의도 광장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광경이 상당히 벌어질 것으로 짐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