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 주최,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 생태.역사기행-4
이번 여행코스는 창녕의 관룡사, 용선대, 옥천사지, 술정리 동3층석탑, 술정리 하씨초가집, 창녕성씨고택이었습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뭐라 딱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옥천사지와 술정리 3층석탑, 그리고 하씨초가집과 성씨고택 간에 존재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기운 같은 것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옥천사지는 고려 말 신돈이라는 승려가 태어난 곳으로 전해집니다.
신돈은 공민왕의 신임을 얻어 거의 국정운영 전권을 행사하며 전민변전도감이라는 기관을 설치하여 권문세가에 빼앗긴 농토를 양민들에게 돌려주기도 하고 강압에 못 이겨 된 노비를 해방시켜 주는 등으로 백성의 지지를 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신도 기존의 권문세가들처럼 권력을 탐하여 5도도사심관(五道都事審官)을 청하는 욕심을 부렸다고 합니다.
그러자 공민왕이 친정체제로 정권을 장악하면서 기존 권문세가들의 미움을 받던 신돈을 숙청하였고, 옥천사 절까지 미움을 받아 기단석까지 철저히 파괴되는 수난을 겪었다고 합니다.
옥천사지는 신돈에 대한 원한으로 기단석마저 정으로 쪼아 산산조각 내 버렸다고 함.
그리고 술정리에는 동3층석탑과 서3층석탑이 있는데 탑의 규모로 보아서는 여기에도 분명 큰 절이 있었을 텐데 현재로선 사료가 없어 그 내력을 알 수 없습니다.
술정리 동 3층석탑
여기서 나는 옥천사지와 3층석탑이 절터를 보면 이 터들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보는 사찰의 입지와는 전혀 다른 입지에 자리 잡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대개의 고찰들을 보면 소위 풍수지리의 이론을 바탕으로 뒤로는 용처럼 산이 둘러싸고 앞으로는 득수의 물이 흐르되 앞으로는 낮은 안산이 있어 물이 흘러나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물이 흘러나가는 모습은 기운이 빠져나간다고 봄)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집을 짓는 양택의 길지는 여성 성기와 같은 형상에 음핵에 해당하는 부분이 명당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옥천사지와 3층석탑의 자리는 스스로가 세상을 내려다보는 위치이면서 세상이 쳐다보는 위치이고, 사람의 길목이기도 하고 바람의 길목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라고나 할까요.
암튼 은둔이나 겸손과 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에 반해 하씨초가집과 성씨고택은 야트막한 산이나마 울타리처럼 산이 둘러서 있고, 성씨고택의 경우는 그나마도 산이 너무 낮아 대나무를 심어 비보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씨초가집은 이미 주변 건물들로 둘러싸여 잘 찾을 수도 없지만 성씨고택의 경우는 비록 주변에 건물이라곤 없는 허허로운 벌판이지만 99칸이나 되는 큰 집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두 집의 주인들은 소위 요즘 말하는 오블리스 노블리제 정신으로 가난한 이웃들의 고통과 애환을 같이하는 노력들을 한 점입니다.
술정리 하씨 초가집
흉년에 굶고 있는 이웃들의 배고픔의 고통을 염려하여 밥짓는 연기가 보이지 않도록 굴뚝을 낮추는 배려를 하였다고 함.
석동리 성씨 고가의 모습
이 창고에 곡식을 보관하였다가 흉년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빌려줘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였다고 함.
나는 이 대목에서 집 주인의 겸손한 성품이 결국 집터를 선택함에도 남의 눈에 튀는 곳을 선택하지 않고 가만가만한 자리를 선택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베풀고 겸손한 사람의 성품은 온갖 인재로부터 가문을 보호하고, 겸손한 집터는 온갖 자연재해로부터 그 등에 업힌 집을 보호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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