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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을 통해 바라본 홍준표. 김태호와 김두관의 작품성과 흥행

선비(sunbee) 2020. 2. 12. 12:51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지금까지 보면 작품성은 좋지만 흥행에는 실패한 영화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기생충은 작품성과 흥행 모두 성공한 사례입니다. 
 뉴스에서 아카데미 수상 소식과 홍준표. 김태호의 출마에 관한 보도를 보면서 나는 문득 이 두 뉴스에서 느끼는 시사점이 재미있습니다.
 
 사물이나 인물이나 간에 제품성과 상품성은 별개입니다. 제품은 좋지만 소비자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품성이 없는 쪽이 있고, 제품은 나쁘지만 소비자의 욕구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상품성이 좋은 쪽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품성과 상품성을 떠나 홍준표와 김태호는 김두관에 비해 역시 한 수 위의 정치꾼인 것 같습니다. 본선이 시작되기 전에 후보자들이 TV방송에 노출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사실 요즘 언론매체 중에서 종이신문은 이미 한 물간 지 오래인지라 종이 신문에 백번 나오는 것보다 공중파 방송에 한 번 노출되는 것이 훨씬 광고 효과가 높습니다. 그래서 후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공중파 방송을 한 번 타보려고 온갖 퍼포먼스와 정책공약을 들고 몸부림을 쳐보지만, 방송사들은 선거 중립을 지킨다며 보도를 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홍준표와 김태호는 몽니를 부리는 것만으로 연일 전국적인 공중파 방송을 타고 있습니다. 반면에 김두관은 양산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다가 양산에 내려오는 순간 언론의 시야에서 벗어나 버렸습니다.

 


 흔히 선거는 구도 싸움, 조직 싸움, 이슈 싸움이라고 합니다.
 구도가 좋은 선거가 가장 좋은 선거라고 하지만 이것은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손에 달려 있으니 어떻게 해볼 재간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조직 싸움은 예전에는 약발도 잘 받고 가장 효율적인 선거방법이었지만 돈도 돈이지만 아차 했다가는 쇠고랑 차기가 일쑤이니 이 또한 여의치가 않습니다.
 마지막이 이슈 싸움인데 이거는 언제나 장점과 단점이 있어 이슈를 타는 것은 호랑이 등을 타는 형국이어서 성공하면 호랑이 가죽을 얻을 것이고 실패하면 호랑이 밥이 될 수 있습니다.
 이슈파이팅은 홍준표와 김태호처럼 브랜드가 있는 후보들은 자신의 행보를 가지고 몸값을 흥정함으로써 더 주가를 올리는 자가발전 이슈파이팅도 있고, 아니면 선거국면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이슈를 자기 것으로 낚아채어 자기 것으로 만드는 호랑이 등타기 이슈파이팅이 있습니다.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있고, 공짜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거운동이 이 이슈파이팅임에도 후보들은 좀처럼 호랑이 등을 타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사회적 이슈 거리가 되는 것들 그 속에는 항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요소가 있으므로 어느 한쪽은 손해를 보기 마련이고, 그 손해를 보는 사람들의 표를 잃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선거에서 51%만 득표하면 무조건 승리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회적 이슈도 그 속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유권자는 제아무리 많다고 해도 5% 미만이고, 그 5% 미만 중에서도 후보자가 하는 이야기가 비록 자신의 이해관계에는 반하지만 공익을 위한 합리성을 지녔을 때는 그 표는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설사 5%를 다 잃는다고 해도 95%의 유권자한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기회라고 본다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님에도 후보들은 대부분 이를 저버리고 갑니다.

 홍준표와 김태호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조용히 들어가서 아무리 선거운동을 해본들 표의 확장성이 얼마나 있었겠습니까? 
 한마디로 그들은 정치인으로서 최고의 연기와 연출을 하고 있다고 볼 것입니다.
 김두관은 김포에서 몽니를 더 부려야 했는데 당의 압박에 못 이겨 너무 일찍 내려온 점이 못내 아쉬운 대목입니다.
 또한 이번 21대 총선에 창원진해구 국회의원후보로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황기철 후보 경우 '아덴만 여명작전의 영웅'과 '세월호 노란리본 제독'의 상징으로 제품성과 상품성은 최상급의 후보인데 너무 일찍 등판하는 바람에 공중파 방송으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 없게 된 점이 아쉽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배경에는 작품성도 작품성이지만 이를 뒷받침했던 CJ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던 만큼 후보자의 제품성과 상품성을 가지고 흥행을 불러일으킬 선거캠프가 어디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