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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남부내륙고속철도는 제2의 4대강 사업

선비(sunbee) 2020. 1. 26. 14:38

지난 1월 20일 창원시청에서 있은 ‘남부내륙고속철도 연계 경남 발전 그랜드비전 수립’ 발표언론보도를 보니 어이가 없습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예타(예비타당성)면제를 두고 예전에 페북에 비판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경제성 관점에서만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예타의 기준은 불합리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예타를 아예 면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남부내륙고속철도 계획안을 보면서 아니나 다를까 이것은 제2의 4대강 사업이나 전혀 다를 바 없는 최악의 정치적 사업임을 확인하였습니다.
 4대강 사업이 어떻습니까? 국민 세금 20조원을 털어 넣고 이것을 그대로 두자니 부작용과 유지비용이 만만찮고, 철거하자니 막대한 세금이 또 들어가게 되었으니.....


 내 분명히 예언하건대 이 내륙철도가 준공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딱 그 꼴이 재현될 것임을...

 

 

정치 논리로 만들어진 KTX는 세금먹는 하마

 현재 전국에는 정치논리에 의해 쓸데없이 지어진 역사가 수두룩합니다.   이 기차역들은 관리비만 축내고 고속철도의 본래 기능인 이동속도만 지연시킬 뿐 정작 지역민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중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함안역입니다. 
 철도공사는 KTX의 표정속도를 올리기 위해 원래 마산에서 진주까지 중간정차 없이 직행하기로 계획하였으나 함안의 국회의원 조현룡이 함안역과 일부구간 복선화 사업을 끼워 넣는 바람에 4,300억이라는 사업비가 더 투입되었습니다.
 하루종일 버스 한 대도 안되는 39명 승객을 위해 고속열차 10량이 시간을 죽이며 정차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2012년 10월 23일 개통한 KTX운행은 결국 2015년 4월 1일 중단되고 국회의원 조현룡은 뇌물수수로 구속되어 처벌을 받기는 했지만, 무용지물이 된 함안역사와 4,300억의 민간자본은 결국 고스란히 우리네 빚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창원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산역과 창원중앙역 사이에 있는 창원역은 외지인뿐만 아니라 창원시민한테도 명칭 혼란과 운행시간 지연의 부작용 대비 이용편익 지수는 형편없습니다. 

 

본말이 전도된 경남도의 용역보고서

 

 수 조의 예산이 투자되는 고속철도 KTX는 본래 장거리 교통수단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공간적 거리를 시간적 거리로 단축하여 수도권과 지방의 소득 격차, 문화 격차와 같은 차이를 줄여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함입니다. 이 사업은 그야말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인구 배분계획, 산업 배치계획과 같은 국토개발기본계획에 근거하여 계획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경남도가 발표한 ‘남부내륙고속철도 연계 경남 발전 그랜드비전 수립’을 보면 본말이 완전히 전도되어 있습니다. 국토개발기본계획상 인구와 산업의 변화가 이러하니 고속철도가 이렇게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고속철도를 건설해 놓고 나면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이 발달할 것이라는 황당한 논리입니다.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 전이거나 한창 진행 중일 때 같으면 교통 개발에 따라 새로운 도시가 생기기도 하고 커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이미 산업화, 도시화가 완성단계로 더 이상 농촌에서 도시로 빠져나올 인구도 없으며, 철도역이 생긴다고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이사할 인구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륙철도의 이용 승객수는 함안역의 승객수와 마찬가지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남부내률철도가 지나는 지역의 인구 변화의 통계를 보면 내가 주장하는 근거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 통계를 보면 거제와 통영은 조선산업의 뒷받침으로 잠시 인구가 증가하였다가 지금은 하향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조선산업은 인력 위주의 산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한계치를 넘은 산업으로 앞으로 점점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일하게 진주시는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바람에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또한 한계점에 이르렀지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책사업에서 늘 그러했듯이 국가에서 발주하는 용역을 수주받은 용역회사는 어차피 발주처의 주문에 따라 예상수요를 가공하여 만들어 냅니다. 함안역사를 지어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면서 의령, 고성, 합천의 인구를 끌어들여 수요를 예측했듯이 이 사업에서도 주변의 인구를 다 끌어다 엉터리 수요예측치를 제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은 그 엉터리 용역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며, 국민은 언론 보도를 그대로 믿고는 자신이 짊어져야 할 빚에 대해서는 꿈에도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KTX로 관광수익 줄어드는 거제와 통영


 거제, 통영 사람들은 KTX가 들어오면 수도권 관광객이 늘어나 사양산업 조선업 대신 그나마 소득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인데 내가 들어 초를 친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관광인원이 늘어나는 것과 관광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입니다. 교통이 편리해지면 당일치기로 남해의 바닷바람을 쐴 정도니 쉽게 거제, 통영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지역에서 관광소득을 올리려면 적어도 1박을 하면서 먹고 자고 하는 체류형 관광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거제, 통영이 수도권 관광객에 의한 관광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창원 마산에 없는 리조트와 관광호텔이 있고, 역설적인 것 같지만 ‘불편한 교통여건’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제 통영에 KTX가 들어서면 가장 혜택을 보는 사람은 조선소에 근무하면서 집은 수도권에 있는 조선소 간부직원들일 것입니다.
 그들은 주말마다 서울에 집에 가서 가족도 만나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싶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하는 수 없이 하숙집에 머물며 소비를 지역에서 하고 지냅니다. 하지만 KTX가 생기면 그들은 주말이면 벼락같이 수도권으로 날아갈 것입니다. 한 마디로 수도권의 빨대 현상이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경남도는 이 보고서에서 본 사업으로 철도권 수혜 소상공인업체수가 1만6천개소에서 6만2천개소로 늘어나는 등으로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10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까지 KTX현상을 보면 지방의 소비자들이 대도시권으로 가는 바람에 오히려 지역상권이 망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심지어 지방의 병원과 약국마저도 빨대현상으로 문을 닫고 난리인데 이런 황당한 예측치를 발표하고 있으니.....
 

 

박정희와 노무현 대통령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이유


 지금 대한민국은 박정희와 노무현 대통령 패로 나누어져 네 편 내 편 하며 서로의 주장이 옳다고 싸움질을 하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로 수많은 대통령이 있었지만 왜 유독 이 두 인물만이 국민의 눈에 크게 보일까요?
 두 인물 다 공과는 있지만 분명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수도권 중심의 도시발전을 지양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에 대한 꿈이었습니다. 
 박정희와 노무현 두 인물은 욕을 얻어먹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균형발전을 이야기했지만, 4대강 사업이나 남부내륙철도는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균형발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인물은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국가자원에 대한 안목을 갖추고 있었는데, 그것은 박정희 대통령은 산을 주목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바다를 주목한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더 집권하였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산에는 더 많은 편백숲이 조성되었을 것이며, 노무현 대통령이 더 집권하였다면 대한민국의 바다에는 더 많은 어족자원이 생겼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바랍니다.
 박정희와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국가적 안목과 철학으로 국정과 도정을 이끌어주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강력한 경제의 축인 서울과 부산 간에 비뚤어지고 왜곡된 고속철도 노선을 똑바로 정비한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철도를 계획한다면 차라리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 않고 정치적 야망으로 서부경남의 환심을 사려고 이명박과 똑 같은 길을 가지는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