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김순재 전 창원농협조합장과 그의 자서전 ‘철 없이 열심히도 살았다.“라는 책 출판기념 북콘서트를 앞두고 블로거 간담회가 있었는데 포스팅이 좀 늦었습니다.
이 북콘서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김순재가 창원의창구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선언의 의미라 할 것입니다.
내가 김순재를 처음 본 것은 2014. 10. 26. 동읍농협사무실에서 블로거 팸투어를 할 때입니다. 당시 그는 조합장으로 창원의 단감판로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며, 그 자리서 그는 농협과 농산물의 유통구조에 대한 문제점과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는데 목에 핏대를 세웠습니다.
그때 나는 공식적인 장소에서 거침없이 뱉어내는 그의 괴팍한 언사에 좀 놀랍기도 하면서 그의 열정과 개혁성에 대해서는 묘한 매력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이 양반 동읍조합장 10년은 해 먹겠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데 이듬해 절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그가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 이유를 몰랐는데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농협 조합장 5년 동안 나름 목표했던 것을 거의 실현했다.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했고, 조직 운영 시스템을 그럭저럭 정착시켰고, 안정시켰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나 보다 농협을 잘 꾸릴 만한 사람이 눈에 띄었고,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리에 안주하여 권력을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험한 곳에서 새로운 도전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2014년 블로거 간담회 모습
‘세상 돌아가는 구경만 하는 것이 옳은가?’를 두고 고민
암튼 처음 만남 이후로 그와 나는 페북에서나 보고 행사장에서 가끔 만나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는데 어느 날 귀산의 내 계류장에서 소주 한 잔 했으면 좋겠다며 찾아왔습니다. 그러고는 뜬금없이 “형님, 세상 돌아가는 거 구경만 하고 조용히 사는 기 맞습니까, 이 더런 세상을 바꿀라고 해보는 것이 맞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가 왜 하필이면 내게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그의 가슴 속에 무언가 끓고 있음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블로거 팸투어에서, 또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가 매사에 열정이 많고 열심히 사는 인물임은 짐작했지만 그가 살아온 행적과 사람 됨됨이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책을 보니 내가 짐작했던 농촌 조합장 김순재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거칠고 거침없는 말투 속에 감춰진 따뜻한 가슴
그와 처음 대화를 하는 사람은 심한 사투리와 가끔은 욕까지 섞어 거칠고 거침이 없는 말투에 ‘뭐 이런 인간이 있어?’하고 기분 나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들어보면 그의 말 속에는 논리가 정연한 이론이 있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정이 있음을 느낍니다.
그가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을 하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가슴을 가질 수 있던 배경에는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이 컸다고 스스로 고백하는데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할아버지는 외며느리였던 어머니에게 ‘똥을 옆에 두고는 밥을 먹어도 사람을 옆에 두고는 밥을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셨다.
젊어서부터 엄청난 고생을 하신 내 할아버지께서는 굶는 것의 고통을 아는 분이었다. ‘똥을 옆에 두고는 밥을 먹어도 사람을 옆에 두고는 밥을 먹지 말라’는 말은, 지저분한 자리에서는 견디며 밥을 먹더라도, 굶주리는 사람이 옆에 있을 때는 혼자 밥을 먹지 말라는 표현으로 하신 말씀이었다. 그 뜻을 알게 된 것은 겨우 내가 어른이 된 서른 살쯤이었다.
나는 무학無學이셨던 할아버지의 그 깊고 존경스러운 철학을 가슴에 깊이 새겼다. 할아버지만큼 충실하게 처신했는지는 잘 알 수가 없다. 그저 수저를 들 때마다 주변을 둘러볼 뿐이다.
2019.11.26. 블로거 간담회
삶의 현장에서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
내가 김순재한테 가장 감탄하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내같이 개념 없이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은 아무리 돈이 많고 시간의 여유가 있어도 자신의 삶 말고는 주위를 살피지를 않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김순재를 보면 그는 시골 동네 누구네 집이건 간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애정과 관심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그의 책 소제목 <인터넷이라는 공판장>, <오만 원짜리는 다 어디로 갔는가>, <결혼하지 않는 세대>, <변하는 직업군>,<외국의 군대가 주둔하는 나라>, 등에서는 우리의 주변에서 늘 있어 왔지만, 그러나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사회적, 역사적 현상과 문제점들을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가 결코 설명하기 쉽지 않은 사회적, 역사적 문제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통한 공부도 있었겠지만 민초들의 삶의 현장에서 깊이 체득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라 봅니다.
즉, 소시민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사회적 현상을 읽어내는 밝은 눈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김순재에게 정치란?
머리에 든 것 없는 무지렁이 내가 뭘 알겠습니까만 60년 넘게 살면서 봐온 바로 감투나 영예를 좋아라하는 사람들은 복장은 단정하게, 말은 고분고분하게, 행동은 폼 나게 처신합니다. 그리고 어떤 직책의 장이든지 간에 장의 자리만 보이면 한사코 목을 매답니다.
이 같은 점에 비추어보면 폼 잡을 줄이라고는 모르는 김순재에게 조합장이나 국회의원의 자리는 감투나 영예를 쫓는 자리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도구일 뿐이라 봅니다.
그는 책에서도 물론이고 북코서트에서도 <칼의 노래>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칼의 노래> 첫 문장을 읽자마자 나는 정신을 잃을 듯 아득해졌다. 섬을 버려? 그 섬에서, 그 섬마다 꽃이 피었다고? 첫 줄을 읽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일본이 조선 땅을 침략하자 조선정부는 백성을 버리고 명을 바라보며 의주로 도피했다. 이 때 백성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조선정부의 수장은 조선땅을, 조선백성을 버릴 각오로 도망쳐버렸다. 죽고 사는 것은 오로지 백성들의 몫이었다.
그렇습니다.
지금의 정국이 딱 그러합니다. 국회는 지들 밥그릇 싸움하느라 민생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정치인은 있으되 정치는 없는 참담한 현실에 안주할 수만 없어 그는 소매를 걷어붙였다고 봅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의창구 지역위원장인 김기운과 경선의 고개를 넘어야 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박완수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치러야 합니다. 어차피 꽃길을 피해 가시밭길만 골라서 살아왔던 그이기에 이번에 가는 가시밭길인들 무슨 대수이겠습니까만 기왕이면 뜻하는 바를 이루어 민초들이 평안한 삶을 사는데 버팀목이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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