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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3박4일 선상에서 만난 처녀총각- 그린피스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선비(sunbee) 2015. 10. 29. 10:27

 10월19일부터 22일까지 3박4일간 그린피스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항해에는 14개국 17명의 선원과 한국인 15명이 승선했는데 이 중에 특이한 한국의 처녀총각 둘을 만났습니다.
 태평양 팔라오에서  9월 25일에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승선하여 인천까지 약 한 달간 항해를 한 해양생물보존 캠패이너 박태현 처녀와 언론사 기자를 하다가 그만두고 해기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동양 최초의 그린피스 항해사가 된 김연식 총각입니다.
 
 먼저 박태현 캠패이너부터 보겠습니다.
 2013년~15년은 그린피스의 불법어업방지캠페인 기간인 가운데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태평양 팔라오에서 대만 참치연승어업 선박을 적발하여 캠페인을 하고 그 다음 캠페인 목적지가 한국의 고리원자력이므로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줄 하는 안내자가 필요하였으며, 그 적임자로 박태현이 지명되어 9월25일 팔라오로 날아가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26살 박태현 캠페이너의 청순한 모습-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14살 때 엄마가 4년간 영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따라서 유학길에 올랐고, 엄마는 4년 후 한국으로 돌아가고 언니와 함께 영국에 남아 Ardrews 대학에서 해양생물학을 공부한 다음 세계 6개 나라가 함께 운영하는 ‘Ersmus Murdus’라는 Program과정을 통해 독일에서 1년, 스페인에서 6개월, 그리고 브라질에서 6개월 동안 해양생물 다양성과 보존학을 공부하여 ‘해양생물 보호구역과 소규모 어부등의 관계’라는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공부 속에서 문제의식을 깨닫고 .
 그는 본래 이 분야의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해양생태환경이 급속하게 파괴되는 심각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박사와 과학자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환경운동을 위해 그린피스에 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박태현 캠페이너의 이야기를 대충 요약하면,
  "현재 해양생태계는 수자원 70%가 고갈되고 90%가 남획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수산업 자체가 살아지게 되므로 수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존속하려면 저인망 어업, 연승낚시, 집어기 등을 이용한 싹쓸이 방식의 어업을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보호구역을 지정하여 수자원을 보존해야 한다.
 세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리오 컨베션 협약에서 각국은 10%이상의 수자원 보호구역을 지정하기로 하였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1%도 되지 않고 세계 각국도 대동소이 하다.
 그 이유는 다양한데 육지에 생물이 살지 않는 사막이 있고 다양한 생물이 있는 밀림이 있는 것처럼 바다도 마찬가지여서 사막 같은 곳을 면적만 넓게 지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각국은 리오협약을 지키느라 면적만 충족할 것인가, 혹은 실질적인 수자원보호를 할 수 있도록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우리나라는 연안 수자원보호 정책은 상당한 진전이 있으나 원양어업에서는 최근 원양어선발전법이 공포되기는 했지만 관리상 아직 허점이 많다.
 바다생물체들은 이동하면서 성장해 가는 특징이 있는 만큼 우리나라는 갯벌지역의 서해안의 보호구역과 산호초가 많은 남해안의 보호구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성이 중요하다.”

 

-항해 마지막 저녁은 한식으로 먹자며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박태현-

 


  그리고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참치 기업들이 원양어선 선원 학대로 국제사회에서 큰 문제가 된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참치 소비국이고 동원산업, 사조산업과 회사는 세계 TOP10안에 들어가는 원양어업기업인데 세계적인 추세가 채낚기로 낚은 착한 참치만을 먹겠다는 소비자 운동이 확산되고 있어 지금의 어업방식으로는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영국은 모든 참치를 채낚기로 공급하는 100% 지속가능 어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분명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러면 박사가 되는 것은 포기한 것이냐는 나의 질문에 “과학자가 되는 공부를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지속가능한 원양어업 정책과 불법어업 근절 캠페인활동이 우선 절실한 만큼 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나는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 26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인생목표를 확고히 설정한 그의 당찬 모습에 상당이 놀랍고 감동 받았습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천지로 보는 보통의 젊은이들은 그저 돈벌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로 공부만 해댈 뿐 삶의 목표도 없고, 공부를 통한 자각도 없고, 전공에 대한 고민도 없습니다.
 이에 반해 박태현은 공부를 하다가 현실에 문제가 있음을 자각하게 되고, 자각하게 되자 하고 싶었던 공부마저 팽개치고 문제의 현장에 몸을 투신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양식 요리만 먹다가 이날 저녁식사는 한식에 숭늉까지..

 

 다음은 항해사 김연식 총각 이야기입니다.
 그린피스에는 레인보우 워리어호 말고도 다른 환경 감시선 두 척이 있는데 그린피스에서 가장 크고 빠른 '에스페란자'호가 있습니다. 김연식 총각은 동양인 최초로 그린피스 항해사로 이 배에 성선하게 됩니다.
 그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하고 <인천신문> 기자로 3년간 근무하며 해양경찰청에 출입하면서 선원 출신의 해양경찰들을 자주 만났고 그들로부터 들은 무용담이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그는 차츰 기자라는 직업이 자신이 예전에 꿈꾸었던 직업과는 거리가 멀고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사표를 던지고 말았습니다. 


 

-김연식 총각 항해사-

-사진은 동행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정혁님의 꺼-

 

버릴 줄을 알고, 자아를 찾아가는 사나이-

 백수가 된 후 그는 6개월 동안 다음 일자리를 찾아 여기 기웃 저기 기웃했는데 결국 전에 일했던 기자와 같은 비슷한 일자리만을 찾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전에 본 선원모집공고 ‘젊은 그대, 바다를 열어라’라는 문구가 문뜩 떠올라 부산 영도에 있는 한국 해양수산연수원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해기사 양성과정에 들어가 6개월 연수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  펜대만 굴리던 책상머리 생원님이 어느 날 갑자기 배를 타는 선원이 되겠다고 하니 어느 부모인들 찬성했겠습니까?
 부모님과 친지, 친구들의 온갖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집을 꺾지 않고 선원이 되어 1년의 무급 실습을 마치고 4년 동안 부정기 화물선을 타면서 2급 항해사가 되었습니다. 이 동안 그는 36개국 48개 항구를 다니며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한 <스물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그는 전 세계인들과 소통하는 하게 되었으며, 환경문제를 이슈로 전 세계인과 온 몸으로 부대끼며 활동하는 그린피스 환경 감시선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그린피스에서 항해사를 구한다는 정보를 접하여 선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두 가지를 포기해야 했는데 첫째는 그가 다니던 배에 가면 1등 항해사로 승진할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였고, 두 번째는 상선을 타면 연봉 9천에서 1억 정도를 받는데 그린피스는 그 절반 이하의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배를 타면서 좋았던 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것이 좋은 것 같다.” 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망망대해를 항해하다보면 찾는 이도 없고 인터넷도 없으므로 할 것이라고 자신에 대한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해서 동행한 이에게 맛 좀 보라고...

 


 나는 이 대목에서 “박태현도 그렇고 김연식도 그렇고 참으로 알이 야무지게 여문 젊은이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언론사 ‘기자’하면 어딜 가나 대우 받고 사는 직업입니다. 소위 말해 갑질만 하고 사는 직장이기에 그 속에 들어가면 나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런 직장을 그만두었고, 더구나 책상머리 생원이 세상 사람들이 돌아보지도 않는 미천한 직업의 선원을 택했으니 이는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입니다.
 거기다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아무라도 승진과 연봉에 목을 매다는데 그는 이를 버리는 용기가 있었고, 또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랍시고 주변에 맺어진 인연들과 인연의 고리를 놓지 않으려고 갖은 방법으로 발버둥을 치는데 그는 그마저 과감히 떨치고 자아를 찾아서 떠나는 구도자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부드럽고 연한 그의 외모와는 달리 내면에는 무한질주의 무소뿔과 같은 강인함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고하고 싶습니다.
 제발!!!
 죽도록 공부하고 내키지도 않는 온갖 알바하면서 완벽한 스펙 쌓아서,
 이미 완벽하게 굳어있는 대기업 조직에 들어가 이리 치고 저리 치며 마음고생 하다가,
 50살도 못 채우고 쫓겨나느니보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싶으면 남의 눈치 보지 말고 과감히 몸을 던져보라고 말입니다.
 스펙 쌓고 알바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그냥 실전에 투자하는 것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나 부모님을 위해서나 훨씬 남는 장사라고 나는 감히 장담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원전 고마하고,

청년들은 취업 스펙쌓기 고마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