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뱃사공, 요트선장, 목욕탕 주인 & 배내골 펜션 주인.

 

 우리 집 펜션에 오신 손님들 중 많은 이들이 날보고 ‘사장님은 이런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집에 한적하게 살아서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지난 8월3일 젊은 주부가 블로그를 보고 남편과 이웃 집 언니와 함께 아이 넷을 데리고 왔습니다.
 나는 내 블로그를 보고 왔다기에 이런저런 대화라도 좀 나누고 싶었지만 남편분이 하도 과묵한지라 감히 범접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는 차를 타면서 남편이 잘 놀다간다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옆에 있던 그의 아내가 말하기를 ‘우리 남편이 아저씨 사는 모습이 참 부럽다고 하네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우리 집 펜션을 찾는 분들의 눈에는 대체로 펜션업을 하는 내가 사는 모습이 꽤나 괜찮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처녀 뱃사공과 요트 선장을 보는 눈.

 그러고 보니 지난해까지 내가 폐교를 임대하여 해양수련원을 운영하면서 요트에 손님을 태울라치면 손님들은 ‘사장님은 이렇게 매일 요트도 즐기고 돈도 벌고 하니 정말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러면 나는 처녀뱃사공의 아픔을 아느냐고 묻습니다.
 높은 누각에 앉아 가야금에 시 한 수를 즐기고 있는 시인의 눈으로 보면 강을 건너느라 노를 젓는 처녀 뱃사공의 하늘하늘한 몸짓이 그저 한가롭게만 보이지만 정작 노를 젓는 처녀뱃사공은 늙은 부모와 어린 동생들의 생계를 위해 손바닥에 피가 터지도록 죽을 용을 다 쓰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내 처지가 바로 그런 처지로 손님들이 보기로는 낭만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정작 나는 안전사고에 초긴장상태라고 하면 손님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며 웃곤 하였습니다.

 

 

-블로그를 보고 온 가족들의 모습입니다.

 놀고 있는 텐트가 있어 감나무 밑 데크에 설치해 봤더니 이 아가들이 첫 개시를 했네여ㅠㅠㅠ

 

-엄마 무릎에 엎드린 녀석도 사진 찍는다고 하니 힘껏 폼을 잡네여. 그놈....ㅎㅎㅎ

 

-  이 식구들은 모녀가 고기잡이 더 열~ 중~ ~  . 아마도 생선이 먹고 싶은가 봅니다.ㅎㅎ

 

 

목욕탕업 누워서 떡먹기인 줄만 알았는데...

 20여 년 전 가까이 지냈던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남편이 중소기업을 하는 사장이고 꽤내 부유한 가정의 주부로 창원에서 내로라는 부인들과 골프도 치고 하면서 자주 어울리는데 이때 남편한테 용돈을 탈라치면 늘 남편이 '뭣하면서 여자가 그리 돈을 쓰느냐'며 꼭 토를 달고 용돈을 주므로 자신이 쓰는 돈은 자신이 벌어서 쓰겠다며 남편에게 목욕탕 건물을 사달라고 하여 목욕탕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생각하기로 목욕탕은 외상값 없는 현금 장사이고, 길목만 좋으면 굳이 영업이 필요 없으므로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 사업인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막상 목욕탕업을 해보니
 술을 좋아하는 보일러기사 아저씨는 사흘이 멀다 하고 펑크를 내고,
 소금은 펌프기계와 배관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므로 소금사용을 아무리 금해도 여자 손님들은 사우나실에서 몰래몰래 소금으로 전신마사지를 하고,
 아이들이 마시고 난 요쿠르트병과 빨대로 하수구가 막혀 바켓을 둘러쓰고 들어가서(남자가 여탕에 들어갈 경우와 여자가 남탕에 들어갈 경우) 배수구 청소를 해야 하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고,
 어린 아이들이 비누를 밟아 미끄러져 머리가 터지고 팔목이 부러져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는 때는 혼이 다 빠지고,
 탈의실에서는 사소한 것들의 분실사고가 수시로 발생하고,
 현금장사이므로 카운터를 남에게 맡길 형편도 아니므로 죽으나 사나 반달모양 구멍 하나 뚫린 유리창의 방에 갇혀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눌러 붙어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그는 골프고 용돈은 고사하고 사방2미터의 독방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만 자신의 꼴이 마냥 한심한 처지가 되었다면서 내게 넋두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쉬원한 장소에서 아버지는 취미로 하는 각에 몰두하고 엄미와 아들은 아주 심각한 대화를하는가 봅니다

 

-소나무 아래서 이 무더운 날씨에도 족구를 하고 있는 젊음을 보고 부러워 하는 노인네들~ㅎㅎ

 

 

다양한 손님에 이러지도 저러지 못하는 땐땐한 입장의 펜션주인 노릇. 

 펜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긴장과 스트레스, 그리고 팽이처럼 돌고 돌아야만 자빠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배내골과 같은 산골에서 널따란 과수원과 잘 다듬어진 정원이 있는 펜션에 와서 보면 절로 마음이 턱 놓이고 가슴이 펑 뚫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인들을 보면 무척이나 한가롭고 여유로워만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보는 잘 다듬어진 과수원과 정원은 그 정취만큼이나 주인의 정성과 수고로움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요즘과 같은 여름철에는 사흘이 멀다 하고 풀을 베고 나무를 전지해야만 하고, 계절 따라 땅을 일구고 그름을 줘야만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손님들이 펜션을 찾는 이유는 그야말로 가지각색입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어울려 실컷 먹고 마시며 놀다 가고자 오는 손님,
 직장에서 MT나 워크숍을 위해서 오는 손님,
 부모님의 생신이나 부부의 결혼을 기념해서 오는 손님,
 아니면 자연의 경치와 맑은 공기에 편안하게 휴식을 하고자 오는 손님 등등...
 이런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편안하게 휴식을 하고자 오는 손님들의 입장에서는 떠들고 시끄러운 손님이 원망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8월 4일에도 우리 집에는 어머님 생신이라고 온 손님, 가족과 여름휴가를 즐기러 온 손님, 친구들과 오랜만에 실컷 놀자고 온 손님이 있었는데 이 중에서 후자의 손님들이 새벽 늦도록 웃고 떠들고 하는 바람에 주인의 입장에서는 좌불안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니 그토록 늦게까지 떠들고 놀아도 욕설 한 마디 하는 법이 없는 요즘 보기 드문 괜찮은 젊은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게까지 시끄러운 소리로 옆방들에 피해를 줄 것 같아 새벽 3시 반쯤에 나는 그들에게 이제 그만하자고 하였더니 그들은 두 말 없이 불을 끄고 잠이 들었습니다.
 
 뒷날 아침 서두에 언급한 블로그를 보고 온 손님께 ‘옆방에서 떠드는 바람에 편히 못 쉬었지요.’하면서 안부를 묻자 자신은 그랬는데 남편은 ‘젊은 사람들이 잠자러 펜션에 오나? 다 그런 거지 뭐.’하며 당연한 것으로 이해를 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 주인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입장 땐땐한 입장이지요.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나무랄 수도 없고, 편안히 쉬고자 온 옆방의 손님들에게는 송구스럽기는 한량없고  .....

 

 

-이 더운 날씨에도 두 시간을 넘게 족구를 하는 젊은이들. 젊음은 이래서 좋은가 봅니다.

 

 세상사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처녀 뱃사공, 요트 선장, 목욕탕 주인, 팬션 주인....

 남이 보기로는 다 수월해 보이고 멋있는 것 같아도 그 속에서 살아보면 모두가 고통도 있고 애환도 있다는 것 말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우리 집 에코펜션을 찾아주신 모든 손님들께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더운 여름 잘 보내고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시길 빌겠습니다.

 

 

에코펜션의 이용안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http://sunbee.tistory.com/ 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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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3.08.13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네요.
    손님들이 조금만 신경 써주면 좋으련만...
    '돈을 냈으니...' 이런 분위기더라고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 땡삐 선비(sunbee) 2013.08.14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 말입니다.
      펜션업이 이 정도인데 식당이나 주점과 같은 서비스업을 하는 분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저는 요즘그분들의 노고와 애환에 새삼 경의를 표하기도 합니다.

      선생님 뵌지도 오래 되었고 해서 한 번 뵙고 싶습니다.
      친구분이나 가족과 함께 꼭 함 번 오시이소.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마시고 빈몸으로 원동역까지만 오시면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제 전화가 010-3581-4273 이니 전화 주시고 꼭 오시이소.

  2. 호빵 2013.08.13 14: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을철 기차타고 황금들녁을 지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그저 낭만적이라 생각하지만 나락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농부의 수고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껴 봅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까지 밥한톨 흘리는것은 농부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땡삐 선비(sunbee) 2013.08.14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호빵님은 참 심성이 고운 분인가 봅니다.
      노란 들녁을 보고 농부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말입니다.
      먹을 것이 흔한 때문인지 요즘 사람들은 밥을 엄청 버리고 갑니다.
      어떤 손님들은 밥을 한 솥 그대로 버리고 가는데 우리 식구들은 버리기가 아까워 냉동실에 얼려 놨다가 데워 먹기도 한답니다.
      쌀이 농부들의 땀방울이라는 생각까지 하면 아마 그러지는 않겠지요.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3. 꿍알 2013.09.05 1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펜션업이 그렇게나 힘든일인줄은 몰랐네요.
    세상에 쉬운일이 어디있겠냐마는 막상 해보지않으면 그 속상은 아무도 모르니까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래도 덕분에 잘 쉬어갈 수 있어서 모두들 감사할껍니다^^

  4. 정해곤 2013.10.07 1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이 많이되는글입니다
    인터넷을보다 들렀는데 빠져나오지못하고 글들을 다 읽고있네요 글솜씨가 보통이 아닌신것 같습니다 ㅎ
    저도 지금 배내골에서 펜션을 운영하고있습니다
    나이가어리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뵙고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