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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만들기

이런 사람이 1등 창원시민!

선비(sunbee) 2013. 7. 22. 14:17

 나는 봄부터 피일차일하며 미루어 오던 과제 하나를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해결 했습니다.
 다름 아니라 우리 집 앞의 하천에 풀을 베는 작업입니다.
 내가 이일을 피일차일 미룬 데는 이 하천이 내 개인 것만도 아니고 내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므로 동네에서 또는 정부당국에서 해 주겠거니 하는 막연한 기대를 내심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러는 사이에 더러운 것은 보지 못하는 결벽증이 심한 아내가 하루아침에 우리 집 대문 앞의 풀을 얼마간 베었습니다.
 그리고 내게 나머지 풀을 베어줄 것을 몇 번에 걸쳐 이야기하였습니다만 며칠을 미루다 오늘 아침에 큰마음 먹고 온몸에 땀을 흠뻑 적시며 풀을 베었습니다.

 풀을 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늘 우리 집 뒤 하천의 풀을 베어 사시사철 깨끗하게 관리하고 봄가을에는 꽃까지 심어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 주는 뒷집 할아버지의 노고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풀을 베지 않은 하천입니다-

 

-정득용 할아버지가 늘 가꾸고 다듬어 온 하천입니다-

 

1가구에 1명의 공무원이 필요한 대한민국.

 내가 사는 귀산동 갯마을의 하천도 그렇지만 요즘 어느 동네를 가나 생태하천을 만든다고 콘크리트 옹벽이나 흄관 매설을 하지 않고 생태블록이나 자연석 쌓기로 하천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천에는 온갖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데 이를 관리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70~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내 집 앞, 내 동네의 풀은 내가 또는 마을 주민 스스로 베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전답의 언덕도 정부에서 풀을 베어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즘 농부들은 자신들은 직접적인 농사일만 열심히 하여 과실만 수확하면 됐지 그에 따른 용수며, 진입로며, 밭 언덕 보수 등의  부수적인 일은 모조리 정부가 공급하고 관리해야줘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습니다.

 

 도시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고 사용하는 내 집 앞의 도로와 하수구는 자신의 안전과 재산보호를 위해서라도 내가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모두가 정부의 손길에만 의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속된 말로 방구만 퉁 뀌어도 공무원을 찾습니다.
 이러다간 대한민국 공무원수가 1가구에 1명씩 따라 붙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밭 가에 버려진 폐기물과 바다에서 떠밀려온 폐기물입니다.

이 같이 모두가 자기에게 득이 되는 것은 악착 같이 챙기면서도

그 부산물 처리는 남에게 미룹니다-

 

환경수도는 예산이 아니라 시민의 손으로...

 이러한 세태 속에서 비록 자신의 집 앞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생계나 생활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공용하천을 자신의 뜰처럼 가꾸고 관리하는 이 할아버지는 어쩌면 공무원이 해야 할 일 또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해야 할 일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묵묵히 혼자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창원시민 모두가 이 할아버지 모양 내 집 앞 도로와 하수구는 내가 정비하고 내 마을 하천과 들의 풀은 내 마을 주민 스스로가 해결한다고 각오한다면 환경수도는 절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누가 대가를 주지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홀로 묵묵히 마을을 보살피고 가꾸는 이런 시민이 1등 시민이 아닐까요?

 

 뒷집 할아버지께 지금까지 고맙다는 인사말을 한 번도 못했는데 이 글을 통해 진정으로 고맙다는 인사 올립니다.
 정득용 할아버지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우리 갯마을을 위해 아무쪼록 강건하시길 빕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