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3일 경남정보사회연구소에서 지역사회문화예술활성화지원사업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도시탐방단 공공미술과 통하다”라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나는 예전에 미술에 관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 1년에 한번쯤은 대한민국미술대전을 보기 위해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을 가기도 하고 때를 놓치면 부산이나 광주의 순회전시회에 가기도 하면서 미술감상을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그런 연장선에서 오늘 하는 행사에 구미가 당겨 한번 동참해 보았습니다.
이 행사는 창원시내에 있는 조각작품에 대한 실태를 돌아보고 도시의 공공미술에 관한 시민들의 의식을 일깨워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오늘은 경남도립미술관과 경남도청 안에 있는 작품들을 돌아보며 마산대 황무현 교수로부터 여기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오늘의 행사에 관한 설명을 하는 황무현 교수.
도립미술관 건립에 관한 비화.
조각작품 이야기에 앞서 내가 알고 있는 도립미술관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합니다.
도립미술관을 건립을 준비하던 시점인 1998년 무렵 나는 창원시청에 근무하면서 미술관부지의 도시계획변경에 관한 업무에 우연히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는 본래 도시계획상 공원부지이고 경사도가 비교적 가파른 임야였습니다.
이곳에 도립미술관을 짓기 전 사림동이나 용호동, 반지동 등 창원시가지 내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천주산, 정병산, 비음산 등이 마치 산수화의 병풍처럼 창원을 둘러친 모습이었는데 이곳에 미술관을 짓게 되면 그런 도시풍광과 스카이라인이 완전 죽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여 나는 비록 도립미술관이라 할지라도 굳이 도청부지 안에 짓기보다는 성산아트홀과 연계하여 용지공원이나 용지호수의 둔치, 또는 창원시립도서관 옆에 건립하여 시민들과 청소년들에게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용지공원일대에 성산아트홀, 도립미술관, 시립도서관 등의 문화시설을 집결시키고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용지공원에는 창원공업도시를 상징하는 키네틱아트 조각작품을 설치하여 이 일대를 Art-Zone으로 꾸미자는 제안을 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제안은 모두가 무위로 돌아가고 지금의 도립미술관이 건립되고 도청에서 주최하는 두 차례의 국제조각 심포지움 과정을 거치면서 도청 뜰이 조각공원 비슷한 꼴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산 허리를 깎아 건립한 공공의 적 도립미술관 전경-
아무도 모르는 도립미술관의 비밀스런 장소.
여기까지 굴러온 것도 한심한 일인데 이날 더욱 한심한 꼴을 목격하였습니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조각 작품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본래의 장소에 있지 않고 위치가 옮겨져 미술관 뒤편에 조각작품들이 쳐박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도립미술관 뒤에 그런 공간이 있는지 나도 처음 알았고 해설을 담당했던 황무현 교수 말고는 아무도 그런 공간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곳에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문신 작가의 “화(和)”라는 작품을 비롯 수점의 작품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도립미술관 뒤편 공간에 도열해 있는 작품들 모습-
조각작품은 장소성에서 출발하는데...
조각작품은 실내공간에 두고 감상하는 소장 작품이 있고 특정한 장소에서만이 제 의미를 담아내는 옥외전시 작품이 있습니다. 두 차례의 심포지엄 개최 결과로 제작된 조각작품들은 특정위치를 설정하고 창작된 작품들이기에 그 위치를 떠나는 순간부터 이미 작품으로서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수백억을 투자하여 만든 작품들이 영혼은 빠져나가고 덩치만 남아 있는 꼴을 한번 보겠습니다.
먼저 문신 작가의 “화”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경남도청이 부산에서 창원으로 옮겨오면서 그 기념으로 경남도청 건물 현관 로비에 있었던 작품입니다. 말하자면 실내용으로 창작된 작품인데 건물 밖에 나와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표면이 매끈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되어 작품에 비치는 형상들의 효과도 창작의 영역에 내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내 기억으로도 과거 도청 현관에 들어서서 발걸음을 옮기면 그 작품에 비친 내 모습도 함께 걸어가고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그런 까닭으로 이 작품은 위치가 더더욱 중요한데 그 위치를 임의로 바꾸어버렸으니 심한 말로 이제 이 작품은 고철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하여 나는 고철로 바뀐 이 작품 값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여 황무현 교수에게 물으니 최소 5억이고 정상적으로 거래되면 10억 정도 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10억짜리 고철덩어리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신 작의 화-
미신 때문에 생명을 잃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
다음은 정말 믿기지 않는,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김종호 작가의 “직면(Contra)”이라는 작품인데 본래 작품명은 “대(對)”였고 최초 위치는 경남도의회 상징물로 제작되었고 도의회 입구에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도청 잔디 광장으로 옮겨져 한때 천막으로 둘러씌워졌다가 또다시 지금의 도립미술관 뒤편 위치로 치워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이런 수난과 수모를 겪게 된 이유가 점쟁인가 주술사인가 하는 인물이 이것이 있으면 해롭다고 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무지하고 황당한 일입니까?
대한민국에서 내로라는 이 작가는 이 꼴을 보고서는 두 번 다시는 경남쪽을 향해 고개도 돌리기 싫다고 하였답니다.
-오늘의 주인공이라 하여 단체사진을 찍느라고 정작 작품 본래 모습을 찍지 못했네요. 이래저래 이 작품은 수난을 당하는 팔자인가 봅니다, 죄송~~
왜 모두들 이렇게 입이 벌어지게 웃느냐고요.
그 이유는 김-치 대신 씨-발이라고 했더니..ㅋㅋ
살아 있으면 위험하다고 미라가 된 작품.
옥외에 있는 작품들의 수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청 잔디밭 가운데 요소요소에 설치되었던 작품들이 잔디밭을 광장으로 사용코자 작품들은 모두 언저리로 밀려 났고, 특히 아래 작품은 본래 키네틱아트의 개념으로 가운데 돌이 흔들흔들 움직이도록 제작되었는데 위험하다는 이유로 아예 가운데 돌을 고정해버렸다고 합니다. 움직이는 생명체를 죽여서 미라로 만들어버린 셈입니다.
머릿돌에 이름 새기는데 정신을 파느라고 도시의 경관과 조망권을 망쳐놓은 도립미술관 건립 처사나 수백억의 혈세를 들여 조각작품들을 유치해 놓고서는 창작품의 생명력을 앗아가 버리는 처사나 기가 차고 분통 터질 일입니다.
수백억의 도민혈세로 돼지 발톱에 매니큐를 바르는 짓을 하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에이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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