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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엿보기

진해의 벚꽃과 국회의원 후보들.

선비(sunbee) 2012. 2. 6. 10:10

진해의 벚꽃과 국회의원 후보들.

 국회의원을 뽑는 4월 11일이면 진해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군항제 기간 동안 이곳  진해를 찾을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많은 수의 국회의원 후보들을 보면서 나는 왠지 만개한 진해의 벚꽃을 연상하게 됩니다.
 을씨년스럽게 추운 겨울을 지나 남쪽의 따스한 훈풍이 올듯말듯한 봄의 길목에 아주 잠시 피었다가 사라져가는 벚꽃,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일방독주 한풍에 얼굴조차 내밀지 못하다 이명박 한풍이 물러가는 기운이 감돌자 ‘기회는 이때다’하고 너도나도 고개를 내미는 정치인들, 이들의 모습이 닮은 까닭일까요?

 지난 2월 3일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진해구에 출마하는 야권 국회의원 후보 6명과 블로그 합동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블로그는 자신의 생각과 관점으로 글을 쓰는 편이므로 방송이나 신문에서 언급하기에는 좀 뭣한 내용을 자신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글이기에 정론기사에 비해 객관성은 떨어질 수는 있지만 드라이한 언론기사보다는 감성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지면을 구애받지 않으므로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인터뷰는 좀 여유 있게 시간을 가지고 미주알고주알 대화를 하는 가운데 풍성한 글깜이 나오는데 이번 합동인터뷰에서는 후보들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시간이 많이 소모될 수밖에 없는 점도 있었지만 후보들 가운데 불필요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바람에 인터뷰가 제대로 되지를 못한 점도 있었습니다.
 나는 각 후보가 밝힌 공약들에 대해 허와 실을 좀 따져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임재범 후보의 태도를 보면서 솔직히 그만 빨리 마치고 자리를 뜨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 인터뷰를 하였으니 내가 느낀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실비단 안개님의 사진-
                     왼쪽으로부터 김종길, 김종률,김하용,변영태,심용혁,임재범 후보입니다.

각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나 마창진 통합에 관한 견해나 시청사 유치에 관한 각 후보들의 견해에 있어서는 별 차별성이 없어 내 재주로는 비교분석이 불가하므로 언급을 생략코자 합니다. 다만 내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 몇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김종길 후보가 구육대부지에 대단지 아파트를 지어 그 이익금으로 창원과 진해서부지역을 관통하는 터널을 개통하여 서부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한 이야기를 포함하여 대부분 후보들의 생각이 인구가 많이 유입되고 도시가 커지면 시민들의 삶이 나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에 대해 나는 견해를 달리합니다.

 인구가 많아지면 소비층이 늘어나 구매력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 구매력이 늘어난다고 기존의 재래시장이나 영세상인들의 상권이 활성화 될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봅니다. 구매력이 있는 시장에는 반드시 대기업 상권이 어떤 수를 써서라도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진해에는 대기업마트가 하나 밖에 없지만 창원에는 4개나 되는 것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인구 늘리고, 교통 편리하게 만들어서 결국 대기업 멍석 깔아 주는 꼴이 되고 맙니다. 
 아파트를 늘리고, 도로를 개설하기보다는 대형유통점들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법안을 만들고, 중소상공인들의 유통구조를 개선하는데 예산을 지원하여 대형유통점들과 가격경쟁을 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지역상권을 살리는 길이라 봅니다.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아파트 건설이나 도로의 개설과 같은 토건사업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제발 버렸으면 합니다. 

둘째, 진해에는 대학이 없으므로 너도나도 대학을 유치하겠다고 하는데 지금은 학생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기존의 대학들도 문을 닫아야하는 이 마당에 대학을 유치하겠다고 하니 과연 그것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김하용 후보는 STX조선과 진해신항 물류와 관련한 학과를 중심으로 한 특화된 대학을 유치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학과들은 기존의 부경대학이나 경상대학 등에서 이미 오래전에 학과가 개설되어 있는데 진해에 또 같은 학과를 중복투자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심용혁 후보는 그의 저서 ‘내가 원하는 나라 내가 꿈꾸는 진해’라는 책에서 육대부지에 외국대학을 유치하겠다고 하였는데 이날 그는 육대부지가 아니라 경제자유구역이라 정정하였습니다. 이유인즉 현행법상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대학을 유치할 수 있지만 육대부지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심용혁 후보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국내대학 유치의 한계를 초월하여 외국대학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의 전환까지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진해 서부지역의 부흥을 위해서, 그리고 육대부지가 지니고 있는 기존의 캠퍼스 인프라의 활용측면에서 본다면 육대부지가 최적지라 봅니다. 그렇다면 심용혁 후보는 입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만큼 법을 개정해서라도 육대부지에 외국대학을 유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젊은 기백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제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셋째, 모두가 항만물류와 해양관광도시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자신들만의 구체적인 아이디어나 정책이 전혀 없습니다. 김종길 후보의 말대로 이미 정부에서 2020년까지 8조7천억을 투자하기로 되어 있는 사업을 가지고 자신들이 국회의원이 되면 뭣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국책사업과 지방자치단체사업들이 모두 자신의 성과인 냥 선전하는 꼴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나는 이 부분에서 후보들이 진해신항이 세계 최고의 컨테이너 물류항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최고공항상을 6년 연속 수상하면서 세계의 많은 공항사들이 인천국제공항을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한국을 찾기도 하고, 인천국제공항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외국 공항사에 전수를 해 주는 대가로 수억불의 수강료를 벌기도 합니다.
 국가에서 건설하는 컨테이너부두를 쳐다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선주와 차주, 선원과 화물차운전기사, 화주와 바이어 등의 사무와 숙박, 쇼핑과 레저 등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인 사례조사와 연구로 그 방향성 정도는 제시했어야 함에도 추상적인 말장난만 하고 말았습니다.

 야권후보들에게 권합니다.
 산야에 피는 꽃들도 봄에 피는 벚꽃이 있고 가을에 피는 국화가 있듯이 모두가 제 때를 알고 꽃을 피웁니다.
 후보들도 자신이 봄에 피는 벚꽃과 같이 준비가 되었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만개한 진해의 벚꽃과 함께 만개한 진해의 정치도 보았으면 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