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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이야기

창원시 공무원 퇴출은 꼭 경찰검찰이 해야 하나?

선비(sunbee) 2012. 2. 3. 00:19

창원시 공무원 퇴출은 꼭 경찰검찰이 해야 하나?

 창원시 공무원 한 사람이 시정을 비판하였다는 이유로 퇴출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왠지 씁쓸한 웃음이 납니다.
 
 공무원이나 기업체나 또는 언론사나 어느 조직이건 조직이 크다보면 죽도록 일하는 인사가 있는가 하면, 출근과 동시 컴퓨터 앞에서 게임과 오락으로 하루 종일 일과를 보내는 인사도 있고, 현장출장 간답시고 노름판에 가서 놀음만 하다 퇴근하는 인사도 있기 마련입니다.
 기업에서는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직원이 능력 있는 사원이고, 언론사에서는 특종 기사를 많이 쓴 기자가 능력 있는 기자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공무원은 세금을 거둬 들이는 쪽이 있는가 하면 쓰는 쪽이 있고, 기업과 가계에 지원을 하는 선한 역을 하는 부서가 있는가 하면 기업과 가계를 규제하고 단속하는 악역을 담당하는 부서도 있습니다. 이같이  공직이라는 조직은 업무영역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공무원의 역량이나 실적을 평가하기는 사실 불가능합니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공무원이 작심하고 요량을 부리면 얼마든지 농땡이를 칠 수도 있고, 뒷구멍으로 엉뚱한 짓을 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한 정년까지 얼마든지 신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 중에는 이런 점을 악용하여 직무를 태만히 하고 부정한 짓을 일삼는 인사가 더러 있습니다.

                                                  -천부인권님의 블로그 사진-

창원시가 이번에 역량강화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목적은 직무를 태만히 하거나 부정한 짓을 하는 등으로 공직사회의 기강을 해치는 인사를 퇴출하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창원시는 실국장으로 구성한 역량강화교육대상자선정위원회에서 공무원 부적격자를 선정 교육을 시킨 다음 일정기간 허드레 현장업무에 투입하여 개선의 여지가 있는 공무원은 다시 원직에 복귀시키고 끝내 부적격자로 남는 공무원은 직권면직을 한다는 것입니다.
 공무원이 아닌 창원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취지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취지이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입니다. 

 나도 20년 세월을 공직에 몸담았던 공무원 출신인지라 공무원의 조직이 업무역량이나 조직운영 면에서 얼마나 안이하고 느슨한지는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출근해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주식이나 게임만 하다가, 또는 놀음판에서 놀음만 하다가 퇴근하는 공무원이 허다하게 있습니다. 그리고 인허가나 계약업무를 담당하면서 부정한 짓을 일삼는 공무원도 허다하게 있습니다. 오늘도 창원시 공무원 중에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고 입건된 공무원에 관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런 공무원들은 당연히 퇴출되어야겠지요. 암요. 그렇고 말구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에 퇴출대상에 오른 공무원 중에 무능도 아니요, 태만도 아니요, 부정도 아니요, 단지 공직 내부의 업무를 비판하는 글을 블로그를 통해 외부에 퍼뜨렸다는 이유만으로 퇴출대상 후보에 오른 공무원이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어안이 벙벙합니다.

 나는 공무원 출신이므로 현직 공무원인 임종만씨와는 이시전심으로 닫는 바가 있어 그의 글은 대부분 관심 있게 보아 왔는데 창원시가 문제로 삼는 해당 글의 내용에 있어서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공직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서기호 판사나 이정렬 판사처럼 ‘가카의 빅엿’이나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비속어로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는 단지 공원녹지업무를 오래 동안 담당하면서 그 업무를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주관적 판단으로 공원녹지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분야에서의 창원시 조직개편과 사무분장조정이 잘 못되었다고 비판을 하였습니다.
 아무리 조직을 관장하는 인사부서라고는 하지만 직접 업무를 담당하는 해당부서의 직원만큼 업무흐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임종만씨의 주장은 귀담아 들어볼만한 여지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물론 인사부서에서도 나름 원칙이 있고 이미 방향이 설정되어 있으므로 임종만씨의 주장을 반영할 수 없는 사정도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 그렇다 손 치더라도 임종만씨가 자기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행패를 부리거나 억지를 부린 것도 아닌데 그를 퇴출공무원 후보에 올렸다는 것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입니다.

 1인 독재의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보다 민주주의 국가가 우월한 이유는 다양한 민의와 비판이 시끄럽고 소모적이긴 하지만 그런 와중에 공통분모를 찾게 되고, 그 공통분모 속에는 국민의 지혜와 여망이 담겨있기에 정책에  힘이 있고 영속성이 있는 것입니다.
 전후 사정을 살펴 보건데 임종만씨의 블로그 글로 인해 시장과 인사국장이 시의원한테 쫑코를 먹고 기분이 언짢았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한순간 그런 일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자신의 업무를 가지고 소신을 피력하는 글 한줄 썼다고 퇴출까지 당한다면 어디 공무원이 맡은 바 업무를 소신껏 일할 수 있겠습니까?

 무능하고 태만하고 부정한 공무원을 퇴출하여 공직기강을 바로 잡고 더 낳은 시정을 펼치겠다는 취지의 공무원역량강화교육은 참으로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출발선에서부터 상식을 벗어난 명분없는 일이 생기고 말았으니 앞으로 얼마나  공무원역량강화교육의 효력이 발휘될지 심히 의문시 됩니다.

 창원시 당국에 바랍니다.
 무능하고 태만하고 부정한 공무원 퇴출은 당연한 것입니다.
 창원시에는 오늘도 부정한 짓으로 형사 입건된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그 공무원이 암암리에 부정한 짓 하는 것 동료 공무원들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진짜 무능하고 태만하고 부정한 공무원이 누구인지는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 먼저 알고 있습니다.
 창원시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찰이나 검찰보다 앞장서 이런 사람은 솎아내야 합니다.

 입바른 공무원을 솎아낼 것이 아니라 태만하고 부정한 공무원을 솎아내야 합니다.
 그리하여 태만과 부정이 고여 썩는 늪이 아니라 소통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밝은 창원시정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