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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씹어 볼만한 글

포천청

법(法)은 '물(水)'과 '가다(去)'가 합쳐진 글자다. 이를 두고 물이 흐르듯 순리를 따른다는 뜻에서 만들어졌다는 설(說)이 있지만, 그냥 설일 뿐이다.

법은 본래 법()의 약자다. 법을 파자(破字:한자의 자획을 풀어 나누는 것)해 보면 물(水)+해치()+가다(去)로 돼 있다. 현재 쓰는 법자와 달리 해치가 하나 더 들어가 있다. 해치는 흔히 해태라 불리는 상상의 동물로 바른 것을 가리는 신수(神獸)다. 사자와 비슷하지만 머리 가운데 뿔이 있다.

중국 고서인 '이물지(異物志)'는 "동북 변방의 거친 곳에 사는 짐승이다. 머리에 뿔 하나가 돋아 있고 우수마면(牛首馬面)에 발톱은 둘로 갈라졌으며, 온몸은 푸른 비늘로 덮여 있다. 성품이 올곧아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사악한 사람을 뿔로 받는다. 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 바르지 못한 사람을 물어뜯는다"고 적고 있다. 요순 시절 형벌을 담당했던 고요(皐陶)는 해치를 길러 어떤 사람이 죄가 있는지를 가릴 때면 불러내 그 앞에 세웠다고 한다.

중국 판관(判官) 중 으뜸으로 칭송받는 북송의 포청천은 해치 문양을 새긴 모자, 해관(冠)을 즐겨 썼다. 해치처럼 바른 것 가리기를 워낙 엄정히 해 재임 30여 년 중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고관대작의 옷을 벗긴 것만 30여 명이었다. 중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민간에서는 "편법이나 청탁이 통하지 않는 이는 염라대왕과 포청천뿐"이라는 노래가 전해질 정도였다.

해치가 우리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 역시 법의 수호자로서다. '고려사'에는 "대사헌은 제복에 해치를 붙인다. 집의 이하도 같다"고 적고 있다. 집의는 대사헌의 바로 아래 벼슬로 현재의 대검찰청 차장쯤 된다. 결국 사헌부 장관부터 말단까지 모두 해치 제복을 입었다는 뜻이다.

요즘 법이 수난이다. 올 들어 법정모독은 5년 전보다 400배가 늘었다. 법조 비리가 꼬리를 물자 지난달엔 대법원장이 공개 사과도 했다. 떼를 쓰면 뭐든지 정부가 들어준다고 해 '헌법 위에 떼법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급기야 신임 법무부 장관은 재임 중 '떼법'만은 막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가 편법을 쓰는 바람에 법 중의 법, 헌법의 수호자인 헌법재판소장 자리가 비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법조인 출신 대통령 밑에서 법이 고생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판이다.

해치를 불러내 본들 헷갈릴 지경이다. 도대체 누굴 물어뜯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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