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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씹어 볼만한 글

낭패


낭(狼)과 패(狽)는 모두 상상 속 동물이다. 낭은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아주 짧다. 패는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짧다. 생김새는 이리와 같다. 두 녀석이 걸으려면 패가 늘 낭의 등에 앞다리를 걸쳐야 한다. 떨어지면 그 즉시 둘 다 고꾸라진다. 어지간히 사이가 좋지 않고서는 넘어지기 일쑤다. 둘이 협조해야만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인삼각(二人三脚)과 같다.

낭패가 문헌에 등장한 것은 소명태자가 엮은 '문선'에서다. 진(晋)나라 때 이밀은 임금이 중용하려 하자 "벼슬을 하면 연로한 할머니를 모실 수 없고 할머니를 모시자니 임금의 뜻을 거스르게 돼 진퇴가 정말로 낭패스럽다(臣之進退 實爲狼狽)"고 읊었다. 이 글을 읽고 임금은 이밀을 쓰려던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낭과 패는 성정(性情)도 다르다. 낭은 흉포하고 지모가 부족한 반면 패는 순하고 꾀가 뛰어나다.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낭은 언제나 패의 도움을 받는다. 낭은 패의 지시에 따라 먹잇감을 포획한다. 낭이 기꺼이 패를 등에 태우고 다니는 이유다. 낭과 패는 잘 공생하다가도 뜻이 맞지 않으면 심각하게 틀어진다. 그럴 때면 낭과 패 모두 걸을 수도, 사냥할 수도 없게 된다. 꼼짝없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낭패란 이렇듯 낭과 패가 틀어져 둘 다 곤경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상태를 뜻한다.

요즘 영장 발부를 둘러싸고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낭을 검찰에, 패를 법원에 각각 빗대 위 문장을 다시 써보면 어떨까.

검찰과 법원은 성정이 다르다. 검찰은 행동하며, 법원은 판단한다. 영장을 청구할 때면 검찰은 언제나 법원의 도움을 받는다. 검찰과 법원은 서로 도와 공생하다가도 뜻이 맞지 않으면 심각하게 틀어진다. 그럴 때면 검찰과 법원은 영장을 집행할 수도, 죄인을 잡을 수도 없다. 맡은 바 할 일을 못하니 무용론까지 나온다. 낭패란 이렇듯 법원과 검찰이 틀어져 둘 다 곤경에 빠진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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