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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이야기/창원시정에 관한 이야기

돝섬의 추억, 철거만이 능사인가?

선비(sunbee) 2011. 4. 30. 20:07

 이 글은 지난번에 "돝섬에서 찰떡궁합을 찾다"라는 제목으로 이미 포스팅 했던 것을 다듬어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제가 이 글을 다시 올리는 이유는 창원시 노조 게시판에 앞의 글을 올렸지만 뉴스를 보니 창원시가 철거를 강행한다고 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도민일보에 기고를 하면서 블로그에 다시 올리는 것입니다.
 창원시가 여러분의 세금을 한푼이라도 아껴 주길 바란다면 제 글을 널리 유포하여 여론을 만들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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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는 7월부터 돝섬에 있는 콘도를 비롯한 기존시설물을 철거하고 새롭게 단장을 한다고 한다. 그 중에는 노후화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도 있고, 기능성면에서 불필요한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보잘 것 없는 폐지나 빈병 같은 재활용품을 줍는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수고로움과 같은 무거운 마음으로 깊이 고민을 해 본다면 그 중에는 재활용 가치가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이 건물은 아직 20년은 족히 쓸 수 있는 건물입니다



 도시의 역사나 문화에 있어 굳이 어느 왕조의 이야기나 대단한 사건의 흔적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흔적도 그 도시의 역사요 문화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철거만이 능사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금년부터 창원시가 돝섬을 입장료가 없는 시민공원으로 개방하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우리가 별 볼 것도 없고 즐길 것도 없는 돝섬을 왜 찾을까 생각해보면 대충 아래와 같은 짐작을 할 수 있다.

 첫째, 마산은 배산임수의 천혜의 수변공간을 갖추고 있음에도 자연해안을 모두 매립해버려 바다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둘째, 무학산을 비롯해 좋은 산이 많아 청·장년층이 등산을 즐기기는 좋은 조건이지만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편히 즐길 만한 장소가 없다.

 셋째, 80년대 초까지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장소 하면 돝섬과 가포유원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시절의 청춘남녀들이 오늘날 노년에 접어들어 옛 마산의 추억을 더듬어 발걸음을 내딛지만 지금은 가포유원지마저 없으니 돝섬 빼고서는 딱히 갈 곳이 없다.

 지금 돝섬에 있는 시설물들은 이런 사람들의 추억 속에 한 편린으로 남아있어 비록 세련되지 못한 촌뜨기 모습이지만 낯설지 않아 반가울 수 있다.

 그런데 창원시에서는 이런 추억들을 깨끗하게 지운다고 하니 필자는 ‘이 아까운 것들을 왜 철거부터 하려는가? 먼저 활용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보고 철거해도 늦지 않을 텐데...’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창원시 당국에 이런 제안을 하고자 한다.
 
 돝섬을 조각공원을 겸한 스튜디오 공간으로 조성하였으면 한다.

 조각은 쇠를 깎고 돌을 다듬는 작업이 많아 그라인더소리와 해머소리가 시끄러워 도심에서 작품활동을 하기 곤란한 예술장르이다. 그래서 이곳을 조각가들의 예술활동 공간으로 제공하여 그들이 마음 편히 창작활동과 작품전시를 하도록 하며, 또한 그들의 상상력으로 기존 시설물들을 리모델링하여 시설물 자체부터 예술화 하는 것이다.

 그리고 탐방객에게는 조각예술의 감상과 체험활동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돝섬을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하여 예술가와 돝섬이 상생하는 방도를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조각예술을 권하는 데에는 전술한 소음문제외도 창원시가 지니고 있는 인적, 산업적 인프라가 조각예술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적 인프라 측면을 보자.
 우리는 창원의 조각가하면 문신 작가만을 생각하는데 대한민국 조각 1세대의 대표인 김종영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추상조각을 개척한 선구자요, 2세대로는 문신, 3세대로는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을 조각한 작가 김영원을 비롯한 박석원, 박종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들이 창원출신이다. 그리고 그들의 문하생들이 대한민국 조각예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음으로 산업적 인프라를 보자.
 현대 조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소재가 금속재이고, 창원은 기계산업의 메카로 금속재의 제조기술이 가장 발달한 도시이다.
 예전에는 조각가들이 모형과 본 작품을 조각가 스스로가 다 만들었지만 오늘날에는 디자인과 모형까지만 만들고 본 작품은 금속제조업체에 의뢰한다.   그러므로 금속제조 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도 없다.

 나아가 앞으로의 조각예술 사조가 움직이는 조각, 즉 키네틱아트 쪽이 대세일 것임을 감안한다면 창원의 기계산업과 조각예술의 궁합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라 할 것이다.

  창원시는 새로운 통합 상징조형물을 만들고 돝섬에 새로운 시설물을 건립하기 보다는 창원의 근대사적 흔적을 간직한 이 돝섬에 예술가의 혼을 불어 넣고 시민의 애정을 담아 돝섬 자체가 통합시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꾀하여 보았으면 한다.


돝섬을 돌다보니 부조의 부처상이 있는데 블로그 이윤기님이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데 설명이 없어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돝섬에서 가장 오레 된 조각작품이라고 보아야겠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