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3일 언론보도에 의하면 창원~김해를 연결하는 창원제2터널 공사 중 발견된 ‘용출수’를 두고 지역간 대립이 우려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루 평균 1200~1300t이 생산되는 용출수를 가지고 창원시는 생태하천 공사 중인 남천의 수량확보를 위하여 남천으로 흘려야 한다 하고, 김해시는 장유면 대청천을 생태하천으로 조성하기 위해 설계 중이므로 절반은 대청천으로 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천성산의 터널공사 과정에서 도롱뇽이 서식하는 화엄늪을 보호하기 위하여 단식까지 하며 공사중단을 요구하였던 지율스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지난 11월 1일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고 난 이후에도 이곳 화엄늪의 생태계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도롱뇽도 잘 살고 있다고 한다.
혹자들은 이를 두고 지율스님이나 환경단체를 향해 공연한 트집으로 국책사업을 지연시켰다며 4대강 사업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1980년 창원군청 공무원으로 재직 시 온천업무를 담당하면서 체험한 사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창원의 마금산 온천지구에서 있었던 사례로 온천공을 100여미터 정도 뚫어가자 섭씨 38도 정도의 온천수가 용출되었다. 그러자 주인은 더 깊이 내려가면 더 뜨거운 온천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50여 미터를 더 뚫어가자 웬걸 그만 찬물이 쏟아져 먼저 용출된 온천수와 혼합되어 온천수의 온도가 28도 정도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암반 사이를 흐르는 수맥이라는 것은 이와 같이 수직선상의 상하에 있어도 맥을 달리한다.
암반 속의 수맥은 마치 우리 몸속에서 동맥과 정맥이, 큰 핏줄과 실핏줄이 흐르듯이 암반 사이사이를 흐르고 있고 천성산 터널의 경우는 용케도 이런 수맥을 비껴간 것이다.
이에 반해 창원 제2터널의 경우에는 하루 평균 무려 1200~1300t이 물이 용출된다고 하니 불모산과 대청산의 대동맥에 해당되는 수맥을 건드린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터널공법을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도로를 개통할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보고 지하수맥을 생태환경과 관련하여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터널공사 중 지하수맥의 차단으로 발생하는 생태적 환경변화를 가장 심각하게 다루고, 터널공사 시에는 반드시 수맥조사부터 실시한다.
그리하여 먼저 가능한 한 수맥을 비켜 가도록 설계를 하고, 현장 여건상 그것이 도저히 불가할 경우에는 동맥연결수술을 하듯이 수맥연결공사를 선행하여 수맥이 흐르도록 한 다음 터널공사를 시행한다.
지하수맥을 이처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우기의 지표면 표층수가 암반수로 생성되려면 수십 년의 긴 세월이 걸리고, 이렇게 고인 암반수는 수맥을 통해 지표면으로 유출되기도 하고 습기를 머금어 그 위의 토양에 수분을 공급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토양의 수분 양에 따라 각기 다른 식물이 자라고, 식물의 종에 따라 서식하는 미생물과 곤충이 다르고, 곤충의 종류나 개체수에 따라 이를 먹이로 하는 포식동물의 종이 달라지는 것이다.
즉, 지하의 암반수는 그 지역의 토양에서부터 최종 포식자에 이르는 생태계의 모든 종을 지배하는 것이다.
인간이 대동맥 하나를 끊고서는 생명을 부지할 수 없듯이 불모산과 대청산이 수맥이 잘려 그 엄청난 양의 암반수를 쏟아내고도 지금과 같이 자신의 등에 업힌 나무를 키워내며 젖줄기 같은 물로 계곡을 적셔줄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까지 하루 1200~1300t이나 되는 암반수를 쏟아낼 수 있을까?
어쩌면은 이 암반 수맥의 절단으로 인하여 불모산과 대청산은 물론이요 지맥을 같이하는 대암산과 장복산까지도 생태적 대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를 일임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창원시와 김해시는 터널에서 쏟아지는 용출수를 물로만 보지 말고 불모산과 대청산의 대동맥에서 흘러나오는 피보다 귀한 생명수라는 새로운 인식으로 대동맥 봉합수술에 한목소리를 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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