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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이야기/창원시정에 관한 이야기

평생 처음 경험한 허성무시장 직통전화의 풍향

선비(sunbee) 2018. 12. 17. 13:12


 지금까지 공직사회 흐름을 들여다보면 새로 취임한 단체장들은 언제나 말로는 혁신이니 개혁이니 하며 공무원들한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라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공무원들한테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강요하고, 자신의 명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원으로 길들이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공무원사회의 조직문화는 강남의 유자를 강북의 탱자로 만드는가 하면, 천하의 기목(奇木)을 건설현장 각목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공무원 이전에는 나름 유자이고 기목이던 인재들이 공무원 조직에 적응하면서 서서히 탱자와 각목으로 변해가는 동료들을 숱하게 보았습니다. 정년퇴직까지 생존하기 위해서는 탱자나 각목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공무원들의 운명. . .

 

 박완수 시장이 재임하던 시절 언젠가 나는 창원시청 복도를 지나다가 괴이한 풍경을 봤습니다. 시장 결재를 받기 위해 복도에 줄을 선 공무원들이 말 한마디 없이 굳은 자세로 서있는 모습이 마치 진시황무덤의 병마총에서 나온 병사처럼 느껴졌습니다.  국장이나 과장들 중에는 내가 아는 이들도 있어 인사를 하려고 해도 차마 말을 건넬 수가 없었습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이런 풍경은 안상수 시장 재임기간까지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창원시청은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의 무덤????




 

 이 기간 동안 창원시청에 민원업무를 본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공무원들의 업무기피 현상이었습니다. 이 부서에 가면 저 부서로 가라, 저 부서에 가면 또 다른 저 부서로 가라 하여 하루 종일 돌다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고 돌다가 열만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경험한 시민들이 많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시장을 직접 만나 이런 사정을 토로하고 싶어도 시장실의 문턱은 높고 높아 언감생심. .

 내가 이 때 공무원들한테 들은 이야기가 가만있으면 2등이라도 하는데 괜히 나섰다가 낙뢰 맞으면 X되는데 누가 일 할라카겠노? 언제 일 가지고 승진했나, 선거 때 줄만 잘 타면 그만인데...”였습니다.

 허성무 시장이 취임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오랜 세월 이미 관행화 된 창원시공무원들의 이런 풍토가 쉽게 바뀌리라 보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에 창원시청 공무원한테 들은 이야기로 짐작컨데 창원시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겠구나하는 조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직원의 말을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박완수, 안상수 시장 때는 계장(담당)은 감히 시장과 마주할 생각도 못했는데 허성무 시장은 국장, 과장보다는 계장한테 보고를 받으며, 어느 날에는 자신이 자리에 없던 시간에 시장이 직접 전화를 하여 아무개 계장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는 직원의 전언을 듣고 시장실로 가니 비서실에서는 전혀 그런 사실을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시장이 비서들을 시키지도 않고 자신이 직접 전화번호부를 보고 계장한테 전화를 걸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내 평생 시장이 직접 내한테 전화하는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이런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 어찌 감격적인 일 아니겠느냐?”며 감회를 털어놓았습니다.

 

 역대 시장들을 두고 누가 잘했네, 못했네 하고 말들 하지만, 사실은 시장이 직접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것은 공무원들입니다. 그 시장과 함께 하는 공무원들이 일을 잘하면 시장이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게 되고, 공무원들이 일을 못하면 시장도 일을 못하는 시장이 되고 맙니다. 예나 지금이나 상당한 경쟁을 뚫고 공직에 발을 내디딘 공무원들이기에 나름 자질이 좋은 인재들임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한 잘못된 공직풍토 때문에 유자가 탱자 되고 기목이 각목이 되었습니다. 공직생활을 오래할수록, 고위직에 오를수록 탱자화 내지 각목화 되기 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허성무 시장이 지금까지의 보수정권과는 다른 개혁적이고 새로운 시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의 장판때에 쩌린 국.과장들보다는 유자나 기목 같은 말단 직원들이 기를 쓰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자 하는 공직풍토를 조성하는 일이 급선무라 생각합니다.

 창원시민들은 아무리 귀찮고 어려운 민원이라도 서로 내 업무라며 다투는 그런 창원시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선거라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시장직에 오른 시장이나, 공채라는 경쟁을 거쳐 임용된 말단 공무원이나 시민을 향해 자신의 뜻을 펼쳐보고 싶은 포부와 욕망,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자하는 심리는 똑 같을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공무원이 전하는 허성무 시장의 직원과의 소통방식은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하고, 일하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킴으로서 창원시정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기왕 내친김에 한마디 더 첨하자면 개와 고양이도 주인의 눈치를 살필 줄 아는 법, 하물며 공무원들이 시장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어찌 모르겠습니까?

 과라는 과는 모두 부하들에게 뒤집어 씌워 좌천시키고 징계 먹이고 하면서 공이라는 공은 모두 자신이 독차지했던 시장이 있었기에 창원시 공무원들이 오늘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허성무 시장은 이런 폐습을 깨고 과거 공민배 시장처럼 과는 자신이 둘러쓰고 공은 부하들에게 돌리면서 욕을 얻어먹을 줄 아는 뱃심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