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출마자들이 으레 하는 행사 출판기념회

 선거철이 다가오면 출마에 뜻을 둔 인물들이 으레 하는 행사 중 하나가 출판기념회입니다. 이 행사를 통해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도 하고 시장 또는 국회의원 등의 현직들은 이를 통해 수천만 원의 선거자금을 모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책 내용들을 보면 대개는 자신의 지난 행적 내지는 업적을 자랑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서 읽는 재미도 감동도 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소 글쓰기를 안 하면서 억지로 책을 만들다보니 분량 또한 100여 쪽 내로 빈약합니다. 심지어 어떤 인물들은 출마할 때마다 똑 같은 내용을 가지고 세 번 네 번 우려먹는 이들도 있지요. 


 ‘꿈꾸는 택시운전사 전수식’의 책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원시장후보로 뛰고 있는 전수식 전마산부시장의 ‘꿈꾸는 택시운전사 전수식’이란 책은 완전히 판이했습니다.

 그는 택시운전을 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바를 꾸준히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왔고, 그 중에서 추리고 추려서 책으로 만들었기에 분량에 있어 억지가 없습니다. 또한 내용에 있어서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택시를 탄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람사람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방식도 만인만색이고, 술을 마시고 행하는 행동도 천태만상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온갖 사람을 접한다고는 하지만 누구라도 자신의 직업이나 삶의 터전 언저리에서 경험하는 정도뿐입니다.

 그러나 택시운전사라는 직업은 도시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면서 온갖 부류의 사람을 접합니다. 전수식 저자도 그가 25년 공직생활 시절에는 꿈에도 보지 못했던 도시서민들의 삶을 택시운전사 6년의 경험으로 낱낱이 목격합니다.


사진은 경남도민일보꺼



▲ 전수식(왼쪽) 전 마산부시장이 25일 저녁 MBC경남홀에서 

<꿈꾸는 택시운전사 전수식> 출판 기념 북콘서트를 열었다. /임채민 기자


공무원과 택시기사가 바라보는 서민들의 삶.

 택시운전사 전수식이 공직생활 25년 동안 봐온 도시서민들의 세상과 택시운전 6년 동안 본 그것이 다름을 그는 이 책에서 고백하고 있습니다. 

 홍준표는 어린 시절 가난해서 도시락 대신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며 서민들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했는데, 그 시절 서민들의 삶과 오늘날의 서민들의 삶이 다름을 그는 알지 못합니다. 

 가난에서 또는 괄시에서 탈출하고자 고등고시에 합격해서 20대의 젊은 나이부터 고위공직에 입신하여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 상대로 20~30년 구르다보면 모든 인식과 관점이 서민들의 삶으로부터는 저만치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꿈꾸는 택시운전사 전수식’의 한 대목입니다.


<어떤 정책이나 민원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인기 마련인데 여기서 반사이익이 생기는 사람은 여러 경로를 통해 공무원에게 집요하게 접근한다. 반면,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의 이익이 구체적으로 침해되었을 때 집단행동으로 의사를 표시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데 전자는 달콤한 유혹이고 후자는 피하고 싶은 골칫덩어리라고 공무원들이 판단하게 되면서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나 역시 그런 실 수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대목에서 내 역시 공직생활 20년을 되돌아보면 저자 전수식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내 또한 고백합니다.

 전수식은 택시운전이 비록 힘들고 돈 안 되는 직업이지만 자신이 평생 모르고 지나칠 뻔 했던 서민들의 생활상을 알게 된 것이 큰 다행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말에 고맙고, 격려를 보냅니다.


택시운전사가 본 천차만별 인간군상

 구글은 온갖 편의를 공짜로 제공하면서 대신 이용자들의 위치정보나 이동정보를 수집해서 인간의 행동패턴을 빅데이터로 저장하고 있습니다.

 전수식도 6년 동안 택시운전을 하면서 인간군상의 행동패턴을 많이 수집했는데 그 내용을 대충 보면...


<여성이 혼자 택시를 탈 경우에는 거의 100% 뒷좌석에 앉는다. ...간혹 조수석에 앉는 여성이 있는데 이 경우는 약간 조심해야 한다. ...술에 취했거나,...색깔있는 말투로 기사를 휘롱하는 경우도 있고,...스트레스를 받은 경우에는 기사가 화풀이 대상이 ...>

<남자가 혼자 탈 경우에도 70~80%는 뒷좌석에 앉는다. 조수석에 앉는 20~30%는 주로 40대 이상의 장노년층이 많다. 그런데 밤이 되면 사정이 확 바뀐다. 이유는 술 때문인데 택시기사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런 거 같다.>

 <같은 성별의 두 명이 타면 남녀구분 없이 거의 뒷좌석에  함께 앉는다.>

<젊은 연인이나 부부, 친구, 남매의 경우는 거의 예외 없이 뒷좌석에 나란히 앉는다. 여기서 의외의 상황은 40대 이상의 남녀가 타는 경우다. ... 이 경우에는 금기시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반사경을 통해 뒤좌석의 승객을 쳐다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 정상적인 부부가 탑승을 하면 대부분의 남편은 조수석에, 아내는 뒷좌석에 탄다>

<나이 든 노부부가 뒷좌석에 함께 타는 경우 ....  힘 빠진 아내보다 남편이 안쪽에 먼저 타면 좋은데 꼭 아내를 안쪽에 타게 하고 남편은 편안하게 뒤에 탄다.>

<중고생들의 경우에는 5명을 한 번에 태워달라고 사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용돈이 부족한 학생들로서는 단순히 교통비용을 절감하려는 자구책이겠지만....>

< ...택시 할증시간이 끝나는 4시 무렵....  승객을 태우려고 기다리는 빈 택시와 할증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승객 간에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는 시간이다.>


  그 외도 옷을 입은 채로 택시 안에서 방뇨를 하는 여성취객과 그 뒤치닥거리 이야기 등등이 있습니다만....



이를 악문 택시운전사 6년 세월 그 속을 누가 알랴! 

 개인택시를 하려면 영업용택시를 3년 동안 무사고운전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이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중도포기 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고위 공직자 출신인 그한테 있어서 택시운전사라는 직업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리네 상상 이상으로 고달픈 직업이었을 것입니다. 

 그가 6년이라는 긴 인고의 세월을 택시운전에 온몸을 던진 것은 오로지 서민들의 삶과 민심을 파악해서 그 삶의 무게를 들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전수식을 두고 ‘그는 일은 잘하는 인물임에는 틀림없으나 권력욕이 너무 없고 정치력이 약하다.’라고 평가들 합니다. 

 내가 보기로도 그는 권력욕심과는 거리가 먼 선량한 행정가이고, 도시서민들의 애환을 인고의 세월 6년 동안 온몸으로 체득한 유능한 행정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아무리 좋은 제품, 좋은 인물이 있다 해도 대중이 이를 알지 못하니 이를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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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수식을 지지하든 않든 간에 세상은 요지경임을 그가 쓴 책에서 한 번쯤 보기를 권합니다. 특히 은퇴 후 직업으로 택시운전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분들한테는 앞으로 자신이 부닥칠 상황을 미리 공부하는 측면에서 좋은 길잡이가 될 듯합니다.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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