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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대마도 해적질과 전쟁의 차이.

선비(sunbee) 2014. 9. 4. 17:24

 9월31일 두류문화원장 최헌섭씨의 주선으로 2박 3일간 일본 대마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봤습니다.

 사흘 동안 둘러본 대마도는 놀라울 정도로 개발이 없고 자연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섬 전체가 국가자연공원으로 지정되어 개발이 제한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큰 강이 없으므로 산업이 발달할 수 없는 원초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부산과 거제에서 대마도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마도에서 우리나라는 공해 때문에 좀처럼 볼 수 없는데 마침 이날은 일기가 좋아 산 정상 전망대에서 부산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제주도까지는 약 83㎞, 부산에서 대마도까지는 약50㎞, 대마도에서 후쿠오카까지는 134㎞이고 보면 거리상으로는 대마도가 우리의 영토가 아님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김에 우리나라에서는 역으로 대마도가 우리네 땅이라고 온갖 논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내마져 그 논쟁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에 와서 대마도가 끼고 있는 영해권을 보면 대마도라는 섬이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원양어업을 할 수 없었던 고대국가에서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땅이 아니고서는 욕심을 낼 하등의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입장에서 본다면 농토도 없고 말을 먹일만한 초원도 없는 척박한 땅 대마도는 지배할 가치가 전혀 없는 땅덩어리였다고 할 것입니다.

 ‘세종실록’에도 “대마도는 본래 경상도 계림에 속한 우리나라 땅인데 자기들 나라에서 쫓겨나 오갈 데 없는 왜인들이 몰려와 소굴을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내가 보는 눈이나 조선시대 선조들이 보는 눈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입장에서는 본토에서 육지로 진출할 경우 긴 항해 도중에 태풍을 만나거나 선원들이 지쳤을 때 대피를 하고 휴식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지리적 지형적 조건을 갖춘 곳이 대마도라고 할 것입니다.
 즉, 군사적 요충지로서 가치가 있었고, 이런 사실은 실제로 임진왜란과 2차세계대전 전쟁에서 그 진가가 유감없이 증명된 바 있습니다.

 

-1902년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해발 385m가미자카에 설치한 각종 군사시설

 

 

 

-이곳에 "평화의 비"를 세운 것이 생뚱합니다.

  전쟁을 기념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일본인의 이중성이 여기에 녹아 있네요.ㅎㅎ

 

-이 만제키운하 역시 일본이 군함을 통과시키기 위하여 만든 것입니다.

 

 대마도에는 우리나라와 관련한 유적과 유물들이 유달리 많은데 그 이유는 삼국시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왕래가 빈번하였고, 그런 연유로 언어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식 발음들이 있는데 그 예로 일본 본토사람들이 이 섬을 쓰시마라고 부르는데 비해 이 곳 원주민들은 우리식으로 대마라 부른다고 합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일본 아베내각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가운데 대마도의 원주민은 굳이 자신들이 일본과 한국을 구분하기보다는 그저 자기네 삶속에 베여있는 관습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즉, 위정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해 가만히 있는 민심을 충동질하는 것이지, 그것이 일반 대중의 여망이고 욕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대마도의 왜구들 때문에 위정자들은 골머리를 앓았고, 고려시대에는 여몽연합군이 두 번에 걸쳐 정벌전쟁을 치렀고,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이 이종무를 시켜 대마도를 정벌한 적이 있습니다. 

 

-여몽연합군의 전쟁터 사스우라(浦)

 

 

-이종무가 상륙한 오자키우라(尾崎浦)


 이런 역사 속에 나는 늘 ‘그놈들은 지들 땅에서 편안하게 농사나 짓고 살 일이지 왜 그 험한 바닷길을 건너 남의 나라에 와서 해적질을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변변한 농토도 없고 광물도 없는 가운데 자꾸 식구는 늘어나고 하면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남의 것을 도적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도적질을 하기에는 일본 본토는 거리가 멀고 물자도 풍부하지 않으므로 거리가 가깝고 물자도 풍부한 우리나라 해변을 노략질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해적질은 차라리 연민의 정이라도 느낄 수 있지만 지금 일본의 정치집단이 획책하고 있는 영토확장의 욕심은 대마도인처럼 기아에서 벗어나고자하는 몸부림이 아닌 더 많이, 더 크게 가지고자하는 과욕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경제 2위 3위를 다투는 나라가 무엇이 부족해서 남의 땅과 영해까지 넘보는지 그 심보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그러고 보면 국가나 개인이나 인간이라는 존재가 부리는 용심은 탐욕덩어리인가 봅니다.
 하늘의 제왕이라는 독수리도 한 끼 배만 채우면 나뭇가지에서 편안히 쉬고, 밀림의 제왕이라는 사자도 한 끼 배만 채우면 그늘에서 편안히 쉴 줄 아는데 인간만이는 이 지구를 다 삼키고도 배부른 줄 모르고 늘 헐떡거리고 살아가니 이를 욕심이라 해야 할까요, 미련이라 해야 할까요? 

 

-일본의 '하롱베이'라는 아소만의 풍경 

 

 

-대마도의 최남단 쓰스자키공원

 

 

 

-대마도 도주의 배를 정박시켰던 선박계류장

 
 지금도 중동과 아프리카 세계 곳곳에서는 끊임없이 전쟁이 발발하고 있습니다.
 그 전쟁 중에서 대마도의 왜구와 같이 순전히 생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하는 전쟁은 몇이나 될까요?
 한 끼 양식만 있으면 편안히 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지닐 수 없는 것일까요????

 

 

-대마도에서 유난히 많았던 이 수리가 인간들을 보고 뭣이라 할까요????

 

 

"미련한 것들, 욕심만 꽉 차가지고서는 한 치 앞도 못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