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한 후 대통령은 국가 대개조의 계기를 만들겠다하였고 국민들은 잊지 않겠다고 리본을 달고 풍선을 날리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대개조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고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신에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이 그토록 찾던 유병언이 시신으로 발견되어 온갖 억측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유병언의 시신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을 할까요?
들끓는 구더기에 오만상을 찌푸리는 사람,
타살일까 자살일까를 궁금해 하는 사람,
앞으로 보상금은 어디서 나오나하는 사람,
혹시나 불똥이 내게 뛰면 어떡하나하다가 안도의 숨을 쉬는 사람,
. . . .
. . . .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의 생각은 이토록 천 갈래 만 갈래 제각각입니다.
이런 가운데 나는 유병언이 너무나 측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백만원의 옷을 입고 몇 십만원이나 하는 신발을 신으며 그토록 애지중지 하던 육신 하나를 제 뜻대로 거두지 못하고 들판의 야생 동물과 파리 떼와 구더기 밥이 되어 흉물이 되었건만 가족과 친지 그 누구도 그 앞에서 눈물 흘리는 이 아무도 없으니 이보다 더 불쌍한 죽음이 어디 있겠습니까?
십만이 넘는 신도를 거느릴 정도의 교주이면 그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범상치 않은 뭣인가를 지닌 인물입니다.
그리고 하루 일하지 않으면 그날 끼니를 굶어야 하는 사람들이 천지인데 그는 몇 천억의 재산을 지닌 그룹의 총수이니 이 또한 범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 그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그의 범상치 않은 영혼보다는 그가 입은 명품 옷과 신발, 그리고 재산에 더 관심을 가지니....
나는 대한민국이 변하지 않고, 안전사고가 줄지를 않고, 잊지 않겠노라고 하던 말이 모두 공허로 돌아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그 사람의 영혼은 보이지 않고 오직 그 사람이 입고 있는 피복과 재물 따위의 껍데기만 보이는 것이 우리네 자아상인 것입니다.
유병언의 죽음은 그의 탐욕이 스스로 자초한 죽음이기에 굳이 자살이라 할 것도, 타살이라 할 것도 없는 죽음입니다.
그리고 그의 끝없는 탐욕에 비하면 시신에 끓는 구더기는 차라리 신성합니다. 그의 탐욕덩어리를 분해하여 자연으로 돌려놓으니 오히려 보살행인 것입니다.
유병언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볼 일입니다.
잊지 않겠노라고 하던 것이 행여 ‘내 자신의 허물에 대한 성찰’이 아니라 ‘남의 허물에 대한 비난’을 잊지 않겠노라하는 다짐은 아니었는지?
사람들은 TV뉴스를 보면서 다들 이렇게 비난할 것입니다.
“내가 유병언이었다면 그렇게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준석 선장이었다면 그리 무책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경찰이었다면, 검찰이었다면 그런 바보짓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열차기관사였다면 저런 사고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병언, 이준석, 경찰, 검찰, 열차기관사 그들도 모두 다른 뉴스를 보면서 우리와 똑 같은 생각을 하였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 속에 유병언과 이준석이 있고, 유병언과 이준석 속에 내가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유병언의 시신 앞에서 대중들은 한 번쯤은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시신의 구더기보다 더 더러운 것이 인간의 탐욕임을,
온갖 명품 옷과 신발로 감싸던 육체는 달러 한 장, 오만원권 지폐 한 장 지니지 못함을,
그리고,
나 또한 유병언과 다름이 없음을.
에코페션의 정보는 http://sunbee.tistory.com/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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