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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이야기/창원시정에 관한 이야기

통합시 명칭, 브랜드가치로 선택하자.

선비(sunbee) 2009. 12. 31. 17:07
 

통합시 명칭, 브랜드가치로 선택하자.


   창원 마산 진해 통합시 출범과 관련해 통합시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제3의 새로운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50.5%로 압도적이었다는 KBS의 보도가 있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에는 아마도 지금 정치권 등에서 각종 명분을 내세워 서로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음으로서 가장 큰 분쟁의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시민들은 이런 꼴을 보고 싶지 않아 고육책으로 제3의 새로운 명칭을 선택한 점도 없지 않다고 본다.


 3개시를 통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통합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보다 잘살아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향점은 함께 모여 아껴 쓰고, 중앙정부의 인센티브 몇 푼 받고자 함이 아니라 기존의 3개시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조화시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함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과정에 큰 우를 범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어렵사리 키워 온 엄청난 기존자산을 버리려 함이다.


 창원 마산 진해가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열거하면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 본인이 언급하고자 하는 자산은 무형의 자산인 브랜드이다.

 Interbrand는 매년 비즈니스위크를 통해 ‘세계 100대 글로벌 브랜드’의 브랜드 가치를 발표하고 있는데 2009년 1위인 코카콜라는 687억 달러(약 80조원), 19위인 삼성전자는 175억 달러(약 20조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한다. 그리고 Interbrand와 JP Morgan이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브랜드 가치가 그 기업의 주주가치에서 차지하는 평균 비중이 3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유형자산이 36%, 브랜드 이외의 무형자산이 26%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브랜드가 기업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담배회사로 유명한 미국의 다국적기업 필립모리스사가 식품회사인 크래프트를 매입할 때 장부가격의 6배가 넘는 1백 29억 달러를 지불했는데, 6배가 넘는 가격이 바로 크래프트사의 브랜드자산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이 년간 수십 수백억을 투자하여 생산성과는 무관한 프로구단을 운영하고, 무명 선수에게 스폰서를 자임하는 이유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창원, 마산, 진해시는 수십년의 세월동안 알게 모르게 각자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 브랜드 가치를 모두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힘들게 가치를 키워온 브랜드를 모두 버릴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데 이 문제는 시장의 원리로 풀면 그 답은 간단하다.  3개 도시 중 어느 도시가 국내외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가 하는 점에 주목하면 된다. 이점에서 보면 창원시가 비교적으로 브랜드가치가 높다하여도 별 이의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창원시는 람사르총회를 비롯한 크고 작은 국제행사를 몇몇 치렀다. 국가산업단지 내 기업들 또한 자신의 기업 브랜드와 함께 창원이라는 도시브랜드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창원LG세이크스 농구단, KBS 창원총국, 창원국립대학, 창원 CECO 등도 창원이라는 도시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데 기여를 하여왔다.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할 때 브랜드 가치를 얼마만큼 높게 인정하는지는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다. 잘살아 보자고 통합을 하는 것이고, 잘살기 위해서는 감성적 명분론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통합시 명칭에 접근해야 하며, 경제성으로 본다면 시민들도 도시의 브랜드가치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정치꾼들 싸움하는 꼴 보기 싫다고 하여 막무가내로 기존 브랜드를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자고 할 일은 결코 아니다.


 통합시 명칭을 바꾸는 데에는 무형의 자산가치의 손실은 물론, 물리적으로도 엄청난 자산의 손실을 초래한다. 만일 창원이라는 명칭을 버리고 새로운 통합시 명칭을 사용하였을 경우 얼마만큼의 물리적 비용이 날아가 버리는지를 간단히 짚어보자.

  50만 시민의 호적, 주민등록을 새로 정리해야 한다. 창원에 부동산을 가진 외지인은 창원의 부동산 소재지 주소를 변경해야하고, 외지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창원시민은 소유자 주소를 변경해야 한다.

  창원 관내에 있는 수많은 기업체 직원들을 포함 명함을 가진 자는 모두 명함을 교체해야 한다.  회사 홍보 팜플렛, 제품 설명서, 인터넷 홈페이지 등등의 주소를 모두 바꿔야 한다.

  도시 전체에 산재해 있는 각종 게시판, 상징디자인이 가미된 가로등과 각종 조형물 등등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50만 시민이 살고 있는 도시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바뀌어야 할 것이 어디 이 뿐이겠는가? 중앙정부에서 주는 인센티브 예산은 어쩌면 명칭변경에 직간접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에 다 소모되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본인은 마산, 진해의 두 도시가 브랜드 가치가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두 도시도 나름의 브랜드 가치는 있지만 통합과정에서 어차피 선택을 해야 한다면 자산가치가 높은 쪽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마산, 진해 시민들로서는 자신의 지역 정체성을 잃게 되는 섭섭함이 어찌 없겠는가? 하지만 창원이라는 명칭이 싫다고 하여 창마진이나 산해원이라고 한들 정체성이 그대로 보전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명함이 마산, 진해시 대신 창원시라는 브랜드로 바뀐다고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면 이 기회에 큰마음 먹고 한번 양보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서로가 자신의 브랜드를 강요하다가 이도저도 아니면 못 먹는 밥에 재 뿌리기 식으로 엄청난 유무형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창원이라는 고유브랜드 자산을 폐기물 처리하듯 사장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그 대신 창원시는 통합으로 말미암은 중앙정부의 인센티브는 마산, 진해시민에게 양보하여 창원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도시기반시설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여 통합시가 균형적으로 발전함으로써 그야말로 서로가 윈윈하는 현명한 선택을 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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