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산

남과 여. 로망과 로맨스. 그리고 세컨하우스

남과 여. 로망과 로맨스. 그리고 세컨하우스 자세히보기

공무원 이야기/창원시정에 관한 이야기

창원시민을 가족이라 생각한다면.

선비(sunbee) 2009. 12. 31. 17:01
 

 창원시민을 가족이라 생각한다면.


  창원, 마산, 진해는 역사적으로 한 조상으로 부터 태어났고, 분가를 하여 지금까지 어엿한 성년으로 나름의 가계를 꾸려오던 형제들임에는 틀림없다. 그중 막내 창원은 현재 그런대로 살만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고, 형들 마산과 진해는 누적된 부채도 많고 지금 사업도 시원치 않다. 그래서 부모는 “합가하여 서로 도우면 인건비도 절약되고, 집세도 절약되고, 그리고 이번 기회에 당장 합가하면 다소 유산이라도 공동으로 나눠 줄 테니 합가를 하라”한다.

  이런 상황을 가정 했을 때 3형제는 과연 어떻게 할까? 특히 먹고살만한 막내 창원이 빚이 많은 형들과의 합가에 쉽게 동의할까? 가장이라고 하여 처자식들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합가를 할 수 있을까?  합가를 강행하였을 때 식구들은 분란 없이 행복해 할까?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합가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합가 이전에 가장들은 아래의 몇 가지 문제점들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았나 생각에서 언급해 본다.

  

1. 통합 후의 갈등요소는 사전에 정리했어야 했다.

  12월 7일 통합에 대한 기대가 큰 마산시와 진해시가 통합안을 가결하여 하루 빨리 합했으면 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느긋한 창원시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을 때 통합시 명칭, 신청사 위치, 부채정리, 공무원 정원 조정 등등 앞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게 될 갈등요소들은 먼저 교통정리를 해 둘 필요가 있었다. 특히 공무원의 정원문제는 승진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어 공무원정수가 적고 재직기간이 짧은 창원시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창원시장은 자신의 입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부하들의 입지도 충분히 고민했어야 했다. 그런데 12월 11일 창원시는 주민투표 약속을 어기고, 공무원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창원, 마산, 진해 통합안을 의회의결로  가결하였다. 오랜 연애 끝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 결혼도 살다보면 파탄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처음부터 드러나 있는 이런 엄청난 갈등요소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통합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창원시와 창원시 의회는 통합을 하는데 왜 그리 쫓기는 듯 조급하게 서둘러 통합을 해야 하는지를 해명해야 한다.

  .

2. 절약과 인센티브 경제만으로는 지속성장의 희망이 없다.

  MB정부의 특징인 밀어붙이기식 일방적 통합과정 속에 일반 시민들은  창원, 마산, 진해의 통합에 의한 광역 경제, 규모의 경제가 지역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모두가 큰 기대를 한다. 중복투자의 감소, 공무원 인건비의 감소로 인한 이익과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를 계산하면 수천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므로 손보다 득이 많으니 일단 합쳐 놓고 보면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광역 경제”, “규모의 경제” 하면서 “큰 것은 좋은 것이다”라고 하는 논리 앞에서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땅이 넓고,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인구가 많은 인도나 중국과 그렇지 못한 네덜란드나 싱가포르를 비교했을 때 규모가 큰 국가가 경쟁력이 있고, 국민이 행복하다고 인정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대우그룹이 규모가 작거나, 업종이 다양하지 못해서 그 엄청난 빚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부도가 났던 것도 아니다.

 경쟁력은 규모로 결정되기 보다는 질로서 결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오늘날 그 질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 하는 이가 없다.

 

 3. 통합시는 새로운 창조적 경제의 비전이 있어야 한다.

  마산, 창원, 진해의 도시적 특성을 들어보면 진해는 해양 지리적 조건 때문에 일제시대부터 군사적 도시로, 마산은 60~ 70년대 수출만이 살길이다 하던 시절 자유수출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경공업 시대의 도시로, 창원은 80년대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국가 산업정책 전환기에 중공업 전략도시로 각각 발전해 왔다. 창원이 비록 현재 중공업을 중심으로 소위 잘나간다는 도시로 행세를 하고 있지만 사실 중공업의 시대도 서서히 황혼기로 접어들고 있음이 시대적 대세이다. 이런 징후는 현재 잘 나가고 있는 조선업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창원, 마산, 진해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약되는 돈이 얼마며, 지원되는 돈이 얼마며 하는 덧셈 계산만 하고 새로운 활로 모색에 대한 비전을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5. 창원시민의 상실감을 치유해야 한다.

  행안부의 통계에서 드러났듯이 창원, 마산과 진해는 지역총생산, 재정자립도, 재정부채, 공무원 정원 등에서 차이가 현격하다. 마산과 진해는 창원과 합쳤을 때 손해 보는 것이 별로 없지만 창원은 상대적으로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라는 인식이 창원시민들의 의식에 널리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창원시장과 시의원들은 절약으로 남는 돈, 덤으로 남는 공돈만 나눠 먹어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식으로 시민들을 혹세무민할 것이 아니라 통합 후의 창조적 재화 창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규모의 경제 운운 말고는 특별히 통합의 장점에 대하여 들어본 바가 없다.


  마산, 진해의 정치권은 명분 없이 통합에 동의하여도 그나마 비난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창원시장과 시의원들은 시민들에게 분명한 명분을 제시하지 못하면 비난을 면할 길 없다. 

  혹시 창원시장은 이번 기회에  골프접대 사건으로 잃은 중앙 정치권의 신망을 만회하려고, 혹은 마산, 진해시민의 환심을 사려고 앞장서서 창원시민의 피해를 은폐하려 했다면 다가오는 선거에서 창원시민의 표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제 식구들은 가장들의 일방적 합의에 의해 싫든 좋든 간에 이삿짐 보따리 싸는 일만 남은 처지다. 이제 와서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고, 합가한 후에 산다 못산다, 파혼입네 이혼입네 하는 분란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가장들은 냉가슴 앓는 식구들에게 미안하다는 사죄와 함께 구체적인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 하여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의견이 있거나 공감하신다면 덧글 공감하기를 해 주세요. 악플도 수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