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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무죄일수도...

선비(sunbee) 2014. 4. 29. 09:12

 대한민국 국민여론이 그렇고, 검찰과 언론이 그렇고, 이번 사고에서 가장 큰 책임자는 세월호 선장이고, 그다음이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회장인 것으로 단정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1995년 502명 사망, 937명 부상, 6명 실종, 총 1445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비롯한 지금까지의 대형 참사에서 우리가 배우고 익힌 것이 무엇이며,
 그런 사건 후 우리나라의 안전시스템과 제도는 과연 촌보라도 진전된 바가 있는지를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묻는 대상자가 적합한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여인에게 있어서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

좀 있다가 목아지 날아가는상급자들 자리에 승진하고

영전할 공직자들의 내심이 이럴 것입니다-

 

 -절차를 무시하도록 유도하는 주체는 법률을 입안하는 국회의원과 공직자들입니다-

 

실효성 없는 판박이 정부대책 언제까지?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 해양수산부에서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을 보면 삼풍백화점붕괴사고 때 내놓은 정부대책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김영삼정부가 들어서면서 건축인허가와 관련하여 공무원의 비리가 많다고 하여 건축과정에 각 층마다 실시하던 구조안전 중간검사를 생략하고 준공검사도 민간건축사사무소에 위탁하도록 제도개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삼풍백화점사고가 발생하자 재발방지대책으로 내놓은 정책이 다시 중간검사를 예전보다 더 강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내놨고 그렇게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가 규제완화차원에서 선박의 운항연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고 선박개조를 완화해주었는데 이번 사고가 나자 운항연령제한과 선박개조를 엄격히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승선자의 주소와 주민번호를 기록한 승선티켓을 발매하고 신분증 확인한 다음 승선을 시키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승선자의 인적사항이 기록된 티켓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폐해는 어떻게 감당하며, 수백 명의 인원이 승선을 하는데 언제 신분증과 티켓검사를 한단 말입니까? 해양수산부의 안대로 하자면 항해시간보다 승선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정부와 정치권은 현장에서는 지킬 수도 없는 제도를 만들고, 그 와중에서 감독기관 공무원들이 융통성을 발휘하면서 또 비리를 저지르도록 유도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고가 나게 한 대통령은 무죄, 사고를 당한 선장은 유죄인 황제법치국가 대한민국!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저지른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위는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엄격히 보자면 세월호가 침몰할 수밖에 없도록 무리하게 노후선박을 운항하고, 위험한 선박증설을 하고, 기준보다 과적운행을 하는 여객선 업계의 구조적 관행은 세월호 선장의 권한 밖의 일입니다.


 우리나이로 70세 고령의 계약직 선장이 이런 관행이 잘 못되었다고 입을 여는 순간 그는 실업자가 되고, 그 업계에는 두 번 다시 발을 디딜 수가 없는 처지가 되고 맙니다.
 어쩌면 그는 이 배가 위험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까딱하다가는 자신의 생명까지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먹여살려야하고, 어차피 실질적인 항해는 1등 항해사에서 3등 항해사가 할 것이고, 회사는 경력직 이름만 빌려주는 대모선장이 필요했고,  갈 곳 없는 칠순 나이 선장은 270만원 월급도 꿀이다 싶어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선장역을 맡았고, 그러다 배가 전복하자 힘도 없는 칠순노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황급히 탈출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국책사업 4대강사업의 경우 어떻습니까?
 그는 자신의 임기 내 사업을 마무리하기위해 모래를 운반하는 바지선과 덤프트럭의 과적과 과속은 물론이요, 일몰제를 무시한 공사강행을 독려하고 재촉하였습니다.  즉, 대통령이 앞장서서 건설현장에서 지켜야 할 안전의무를 배척한 체 오로지 목적달성에만 핏대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수십 명의 무고한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여기저기서 수시로 사고가 나고 언론이 이를 쉬쉬하였기에 공식적인 집계마저 밝혀지지 않고 있음)
 말하자면, 이 나라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안전을 무시하고 국민의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살인죄를 저질렀습니다.

 

 

 

 정리하자면,
 세월호 선장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사고를 당한 피해자 중의 한명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목적달성을 위해 강제로 사고를 내게 한 가해자인 것입니다.
 죄의 무게로 치면 세월호 선장의 죄는 이명박 대통령의 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됩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인명사고 책임에 대하여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 한 번 받은 적이 없는데 반하여 세월호 선장에 대해서는 선박법, 선원법, 형법 등 온갖 법률을 다 뒤져 형사책임을 물으려 합니다.
 바로 이런 장면이 대한민국 법의 잣대가 황제노역의 잣대라는 점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대목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습니까?


 나는 감히 주장합니다.
 “정서적으로 보자면 세월호 선장은 유죄이나 논리적으로 보자면 무죄이다. 적어도 이명박 대통령이 무죄라 하는 한 세월호 선장의 죄도 무죄다.”

 

 

권한이 클수록 책임은 작은 나라 대한민국 공직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고와 관련하여 발언한 내용을 보면 더 우울하고 분노를 느낍니다.
 국민의 70% 지지를 받고 있다는 대통령이 고작 하는 말이 “책임 있는 사람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선장과 승무원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  “살인과 같은 행동이다” 등입니다.

 

 그런데 2009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노스웨스트 항공기에서 폭발사고가 날 뻔한 사고에 대해 발언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미국 대통령과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이 없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차이입니다. 

 

 내가 보기로 지난날이 그랬듯이 이번 세월호 사건에 있어서도 종국에 형사적인 책임을 지게 될 공직자는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포함한 장차관 국무위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국무위원들은 각 부처 실국장들에게 떠넘기고, 실국장들은 과장들에게 떠넘기다 보면 결국에는 선착장에서 근무하며 화물과 승객을 확인하는 말단직원들만 형사적 책임을 질것이고,
 정부의 무능함을 덮기 위해 정부와 언론은 해운사 대표와 선원들에 대한 온갖 신변틀기로 여론몰이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냄비근성의 국민들은 금방 기억 속에서 이 사건을 지워버리고 말 것입니다.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에게 제발 부탁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허둥대면서 현장에서 지킬 수도 없는 제도를 만들지 말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편 없이, 그러면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가령 승선자들의 신분증 대신 자필 성명 적고 지문인식기에 지문만 찍으면 승선할 수 있도록 함)

 

 ‘지키기 어려운 엄격한 제도’보다는 ‘엄격히 지키는 쉬운 제도’가 국민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켜주고 공무원의 부정을 막을 수 있음을 이 기회에 명심하여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큰 권력을 가진 이 나라 지도자들에게 바랍니다.
 자신이 쥔 권력이 클수록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책임을 떠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