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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이야기

전직 공무원의 고백과 ‘왕따’ 공무원

선비(sunbee) 2012. 2. 17. 14:37

 고백하건대 나는 ‘왕따’가 되기 싫어 민원인들로부터 떡값이라는 명목으로 적당히 부정한 돈을 받기도 하였고, 그 돈으로 상사나 끗발부서에 인사라며 상납이라는 것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공무원을 그만 둔 이유 중의 하나도 생각만 해도 닭살 솟는 그 짓을 하기 싫은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왕따를 창원시 공무원 임종만씨는 지금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습니다. 창원시공무원노조는 한 개인이 이토록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이 사진은 천부인권님 꺼-
 
  예전에 나와 같이 근무했던 동료공무원들은 내가 퇴직을 하고 노조가 생기고 나서 ‘당신이 퇴직을 않고 있었으면 노조위원장 0순위인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였습니다. 아마도 내가 공직생활동안 윗사람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종종 했던 때문이라 짐작되는데 나는 이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는데 이번 임종만씨의 사건을 보면서 공무원노조의 불필요성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공무원 신분과 노조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은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나 해직에 대해 노동자 혼자의 힘으로는 저항할 수 없으므로 단체의 힘을 빌어 고용주에 저항하는 방편으로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기업에서의 고용주는 근로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사업에 염증을 느끼거나 하여 회사를 그만 두려고 하면 폐업해 버리면 그뿐입니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의 단체장은 자신도 임명 또는 선출된 고용주이므로 공무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고를 하거나 조직을 해체하고 싶다고 해서 해체할 수 없습니다.

 공무원의 신분은 법이 정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국가가 신분을 보장해 주도록 헌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양심에 반하지 않고 현행법을 어기지 않는 한 상사의 명을 거역할 수도 있고, 올바른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상사를 고소고발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고용주와 사용자가 대등한 입장에 있는 것이 공직자의 신분입니다.

 임금과 복지도 그렇습니다. 기업은 오너가 마음먹기에 따라 급여를 더 줄 수도 있고 실적에 따라 상여금이나 복지혜택을 더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의 급여는 정부에서 또는 국회에서 정하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고 세수입이 많거나 적거나 간에 상여급과 복지혜택이 변할 수 없습니다.
 사정이 이러 하므로 나는 공무원들이 굳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공무원노조 존재의 이유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무원은 일반기업에서 노동자처럼  신분보장이나 임금협상의 여지가 없는 직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가 존재의 이유를 굳이 찾자면 비록 해고당하지 않고 급여가 줄어들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보직임명이나 승진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고, 때로는 상사로부터 부당한 명령을 받을 수도 있기에 이에 쉽게 저항하기 위한 한 수단으로 노조가 필요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유로 공무원노조는 그 가치를 노동3권 보다는 자율과 소신으로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으며 스스로들 이에 자긍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창원시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입니다.

조합원과 함께 희망을 현실로
자율과 소신있는 공직사회건설
공직사회개혁! 부정부패척결! 노동3권쟁취!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지만 내부 고발자가 없는 한 조직 내부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비리나 부정은 밝혀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부정책이나 예산편성에 대하여 담당공무원이 아니면 시행되지 않은 정책과 예산의 적부를 판단하기 곤란합니다.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선출직이 임명한 장차관과 공공기관 단체장들은 그들도 사람이기에 때로는 공공적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 위주로 정책과 예산을 운용하는 예가 흔히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임시직 고위공직자들의 폐해를 견제하고 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집단이 직업공무원이고 바로 공무원노조의 역할이라 할 것입니다.

 나는 이런 점에서 공무원조직 내부사정을 밖으로 알렸다는 이유로 부적격 공무원으로 선정된 창원시공무원 임종만씨 사건과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된 창원시공무원 비리사건을 지켜보면서 창원시공무원노조의 존재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차마 ‘왕따가’ 되기 싫었다.
 임종만씨 본인과의 면담, 그리고 주변의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런 것 같습니다.
 교육(?)대상자 선정은 동료공무원들(비록 상위직급의 영향력이 컸겠지만)이 함께 근무하고 싶지 않는 사람을 찍어라 하였고, 교육대상자로 찍힌 사람 중에는 진짜 업무를 태만히 하여 옆 동료가 남의 짐까지 떠안도록 하는 민폐형, 늘 민원인과 다투기만 하여 말썽이 생기게 하는 다툼형, 매사에 부정적으로 어떤 일을 시켜도 불만만 늘어놓는 피곤형 등의 인물들이 그 대상으로 지목된 것 같습니다.
 임종만씨의 경우는 위와 같은 부류의 인물은 아니지만 성격이 너무 대쪽 같아 조직사회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작은 성의표시의 식사 한 끼도 사업자가 사는 것은 용납 않되는, 말하자면 지나치게 청백한 성격 때문에 동료직원들로서는 그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나는 지나치게 까칠한 임종만씨의 이런 성품과 처신에 대하여 동의를 하지는 않습니다. 나도 그와 대화를 하다보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원칙을 지키고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양보할 것도 타협할 것도 없다는 자만심 내지 오만한 모습의 소통부재에 욕이라도 퍼붓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결코 할 수 없었던 외로운 왕따싸움을 하는 모습에서 그를 이해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번에 뇌물사건으로 입건된 창원시공무원 중 누구도 왕따직원으로 지목되지 않았습니다.
 창원시공무원의 명예에 똥물을 끼얹는 그런 공무원은 함께 근무하고 싶고,
 청렴하고 소신을 밝히는 공무원은 함께 근무하기 싫은 조직이 창원시공무원조직이라는 사실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창원시공무원 중에는 내가 이런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 ‘한때 우리 조직에 몸담았던 당신이 이런 식으로 공무원을 욕할 수 있느냐?’며 온갖 비난을 하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적어도 청렴하다는 이유로, 소신이 강하다는 이유로 제2, 제3의 임종만씨와 같이 왕따 당하는 공무원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서입니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창원시공무원 사회에 소신껏  비판과 토론이 오가며 깨끗하고 공정한 공직풍토가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국공무원노조 홈페이지입니다.

 

 






 @ 임종만씨가 홀로 정책을 비판하고 1인시위를 하는 동안 창원시공무원노조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지켜봐 왔고, 또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를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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