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산

남과 여. 로망과 로맨스. 그리고 세컨하우스

남과 여. 로망과 로맨스. 그리고 세컨하우스 자세히보기

생태도시 만들기

진짜 해운대 엘레지는?

선비(sunbee) 2011. 4. 19. 17:29

 지난 14일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와 갱블 회원인 거다란님의 초청으로 파비를 비롯한 갱블 회원 몇몇이 부산 해운대를 찾았습니다.
 해운대 백사장 변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부지에 민자사업유치를 통한 체류형 관광시설 단지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108층 해운대관광리조트 건물을 짓는데 포디엄(1~8층)에는 워터파크, 테마파크, 키즈가든, 아트플라자 등을 유치하고, 그 상층부로부터 108층까지는 관광호텔, 콘도, 그리고 초대형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것입니다.


            - 거다란님의 블로그에서-


 여기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해운대관광리조트빌딩에는 유독 파크, 가든, 플라자가 많은데 그만큼 이곳에 파크, 가든, 플라자의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파크-공원, 가든-정원, 플라자-광장 같은 것들은 모두 땅을 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즉 땅이라는 자연적이면서 개방된 공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고층 빌딩들만 즐비한 해운대 바닷가에 이만한 공원이나 광장이 있는 것과 이름만 파크, 가든, 플라자라고 붙인 또 다른 건물이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해운대 관광지를 빛나게 할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사업은 당초 부산도시개발공사가 국방부 용지, 극동호텔, 한국콘도 땅을 싸게 매입하여 공공개발을 하였다고 보아야겠지요. 그런데 어떤 연유로 만자사업으로 전환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생기고 있습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의 설명에 의하면 민자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사유지를 추가로 강제수용하여 부지를 확대하고, 계획에 없던 주거시설이 포함되는 등 공공기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로지 민간사업자의 배불려주기 특혜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시민단체와 해운대 구의원, 그리고 SBS 기자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이 사업은 그야말로 정치권과 지자체가 동원할 수 있는 특혜라는 특혜는 모두 동원한 특혜의 백화점인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으므로 큰 것만 대충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부산시가 이 부지를 사고 조성하는데 든 비용이 2,300억 정도인데 판 가격은 2,333억 원(평당 1,433만원)으로 금융비용, 행정비용 등을 포함하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입니다. 부산시가 인근 센텀솔로몬타워 부지를 2006년에 평당 1,500만원에 분양한 것과 비교하드라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둘째, 부지 내 지장물 철거, 소공원 조성과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 등의 부대사업 비용을 모두 부산시가 부담한다는 것으로 말하자면 사업자는 돈 되는 것만 하고 수익과 직결되지 않는 부대공사는 모두 시민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당초 입찰과정에 분양을 목적으로 한 주거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2개 사업자가 사업성이 없다고 포기를 하여 이 사업자가 단독으로 입찰에 응했는데 계약을 하고나서는 주거시설을 건축할 수 있게 하면서 그것도 모자라 인접 민간토지의 수용까지 부산시가 대행해 주면서 까지 민간사업자의 편의를 돌봐주는 것은 특혜라는 단어를 빼고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이 정도 하면 사업자는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라 할 수 있겠죠.
 땅 짚고 헤엄치기는 해운대 백사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리조트사업에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 사업의 시행사인 ‘트리플스퀘어’의 배후에는 90년대 주택건설사업을 하면서 온갖 특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A씨가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부산 바닥에서는 삼보철강의 정태수에 버금가는 ‘자쿠’라 소문이 자자하지요.
 그가 90년대 주택건설 특혜와 관련하여 구속되었을 때 많은 정치인과 언론인과 공무원들이 그의 입만 쳐다보며 냉가슴을 많이 앓았겠지요.

 공소시효가 다 지난 지금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15년 전쯤 저도 어느 언론인과 함께 영광스럽게도 그와 식사와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자에게 종이 쇼핑백을 건네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였지요. 그 쇼핑백에 든 것이 무엇인지는 대충 가늠만 할 뿐입니다.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온갖 특혜를 베풀 수밖에 없고, 언론은 침묵할 수밖에 없고, 시민단체와 몇몇 지각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호소해 봤자 찻잔속의 메아리로 끝나고 마는 배경에는 이런 암흑가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라 짐작합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분과 해운대 구의원들께서는 해운대에 현대 아이파크, 두산 위브, AID아파트 등 8천여세대의 초고층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게 되어 상습교통체증은 물론 상.하수도 등의 간선시설 용량 부족으로 도시환경이 심히 우려됨에도 주민들이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데 그 이유 중에는 이런 것들이 많이 들어서면 덩달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있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저는 우스개로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고 어차피 경험에 의한 학습효과가 있어야 깨닫게 되는 것이므로 그냥 나둬 버리지요.”하며 농담을 하였지만 실로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량은 24시간 밀리고, 비만 오면 하수가 도로 위로 넘치고, 조그만 한 해일에도 지하주차장이 잠기는 동네의 집값이 올라 갈 것이라고 기대를 하다니 참으로 딱한 노릇입니다.

 지하철이 들어오고 고속철도가 들어오면 교통이 편리해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요.
 글쎄요. 벤츠, BMW, 에쿠스 정도 타고 다니는 분들이 주차장에 자가용 세워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할까요?

 거기다 해운대는 고리.월성원자력 발전소와 가까워 원전사고라도 발생하여 대피해야 될 상황이 되면 인구밀집으로 인하여 해운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방사능에 피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울산이나 부산과 같은 대도시 인접지에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이유는 방재기능 때문입니다. 후쿠시마원전의 주변  몇만명 정도 밖에 안 되는 도시에서도 대피행렬이 줄을 섰습니다.
 수백만명이 밀집해 사는 울산과 부산해운대 시민이 고리.월성 발전소에서 원전사고라도 생기면 북으로는 원전이 있어 못가고 남으로는 바다가 막혀 못 가므로 모두가 서쪽으로만 대피해야 하는데 그 광경을 상상을 해보면 쉽게 이해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다고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원전기술이 부족하며, 방재기술이 부족할까요?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보다 더 거짓말을 많이 할까요?

 영화 해운대의 쓰나미가 영화였기에 다행이지 실제 상황이었다면 지금쯤 해운대는 미국의 맨하탄과 같은 슬럼가가 되었거나 소련의 체르노빌과 같은 폐허의 도시가 되었을 것입니다.

 고작 왕복 2차선 진입로의 땅에 수만명을 수용하는 건물을 짓겠다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고, 이를 방관하는 해운대구민들 또한 동반자살을 원하는 것이라 보입니다.

 언젠가 영국에서는 쥐들이 너무 많아 쥐들 스스로가 스트레스로 강으로 뛰어들어 자살을 하는 광경이 있었다지요.
 진짜 해운대 엘레지는 도시과밀화로 인한 불편과 불안 스트레스가 아닐까요?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와 해운대구의원,  그리고 SBS 기자님!

 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해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