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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엿보기

32살 처녀의 첫 경험 이야기

선비(sunbee) 2016. 4. 4. 09:31

 4월 2일 토요일 장모님 49제 날 서울에 사는 딸이 왔습니다. 제를 마치고 딸이 온 김에  마누라랑 세 식구가 외식을 하러 가는 길에 딸이  물었습니다.
 “이번에는 투표를 한번 하려고 하는데 사전투표하려면 어떡해? 지금까지 한 번도 선거를 해 본 경험이 없어서....”
 “신분증(주민증, 면허증, 여권)만 가지고 4월 8~9일 아무 동사무소에 가서 투표하면 된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토록 하라 해도 안하더니만 웬일이냐?”고 내가 되물었습니다. 


 딸이 32살의 나이를 먹도록 한 번도 선거를 해 본 적이 없는 사정은 이렇습니다.
 딸은 고등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수도권에 살면서 주민등록은 창원집에 그대로 두었기에 선거홍보물을 받아본 적 없으니 선거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는데다 예전에는 관외투표를 하려면 부재자투표 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어차피 자신의 한 표 가지고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므로 굳이 투표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정은 비단 우리 집 딸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젊은이들 대부분이 그럴 것이라 짐작됩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연령 1살을 가지고 유불리를 따지느라 몇 년을 피 터지게 싸우는데 정작 선거권을 가지게 된 청년들은 이렇게 선거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1960년대 90%에 달하던 투표율이 근래에 들어서는 50%를 까딱까딱하는 가운데 인구수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 이후의 연령층은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는 반면 20~30대 청년들은 인구수도 적은데다 투표마저 않으니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청년들을 무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대와 30대의 유권자수 비율은 36.8%인데 투표자수 비율은 32.5%이고 50대 이후의 유권자수 비율은 39.6%인데 투표자수 비율은 47.7%입니다. 유권자수 비율의 차이는 3.3%인데 투표자수 비율은 8.1%의 차이가 납니다.
 
 다시 딸과의 대화로 돌아가 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왜 그리 투표를 안 하냐?”
 “정치인들 중에 청년들을 위해 그럴싸한 공약을 내놓는 인물이 없다. 그들이 우리한테 관심이 없는데 왜 우리가 그들한테 관심을 가지냐?”
 “니들 세대는 그것이 문제다. 아니 우리가 니들을 잘 못 키웠다. 니들이 쫄라 대지 않아도 온갖 것 손에 쥐어 주며 과외공부 시켜줘, 유학 보내줘, 또 뭐 더해줄 것 없나 싶어 안달이 날 정도를 니들을 키웠으니 직장도 미래도 다 부모가 손에 쥐어 줄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빠 세대와 니들 세대에 엄청난 차이점이 있다. 니들은 ‘당신 세대들은 산업화 과정에 일자리가 많았고 우리 세대는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아빠 세대는 삼시세끼 밥만 먹여주면 무급 시다바리 조수 노릇 2년 3년 한 다음 어느 정도 기술자가 되면 그제야 월급 받고 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산업화는 그렇게 해서 이뤘다. 니들은  ‘일자리 없다! 일자리 없다!’고 하는데 지금이 그 시절보다 일자리는 수십 배로 많다. 니네들은 부모들이 4년제 대학 보내줘노니까 스스로 능력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5%도 안 되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일자리만을 찾으니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석사, 박사 학위 그것들을 니들 능력이나 노력으로 땄나? 다 부모들 등골 빼서 딴 것이지. 니들은 니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쟁취하려는 의지나 투지가 없다.
 정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빠 세대들은 최루탄 맞아가며 피터지게 싸워서 오늘날의 민주화를 쟁취했다. 그런데 니들은 잠시잠깐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권리를 포기한다. 그러면서 어찌 니들이 원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냐?”
 “정치인들이 먼저 우리를 위한 공약을 내놓으면 우리도 관심을 갖는다.”
 “봐라! 봐라! 왜 꼭 상대가 먼저 해주기를 바라냐? 내가 먼저 상대로 하여금  해 줄 수밖에 없도록 내가 선수 쳐야지. 최루탄 맞아가며 데모하라는 것도 아니고 가까운 동사무소에 손가락 한 번 까딱하는 것도 싫다면 그냥 이대로 사는 수밖에는...”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준 홍보물

또닥또닥 한 수 한 수가 바둑 사활을 결정

투표 또한......

 

 위와 같은 대화가 우리 부녀간만의 대화일까요?
 지난 2년여 동안 대한민국을 떠들 석하게 한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 선별적 복지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홍지사는 가진자의 자식은 급식비를 부담하는 것이 옳다며 학생들의 급식비를 깎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홍지사의 선별적 복지논리대로라면 일정 연령이상이면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노령연금에서도 돈 많은 노인네들 노령연금은 깎자고 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투표율이 높은 노인들한테 찍히면 정치생명이 끝장나기 때문입니다.
 정치판에서 노인들을 두려워하는 이상으로 청년들을 두려워하도록 하는 청춘의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나는 딸한테 선거하고 나면 첫 경험 인증샷을 카톡으로 날리라고 했습니다만 두고 볼 일입니다.

 그리고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 4.13총선 투표율 결과를 지켜볼 참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이렇게 말했다지요.


"정치참여 거부에 대한 형벌 중 하나는 자신보다 하등한 존재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