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CECO에서  11월 30일에 창원시와 녹색도시창원 21실천협의회가 주관하는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워크숍”이 있었다. 이 워크숍은 “우리 마을을 우리 손으로” 슬로건 아래 지금까지의 관주도 지역개발 건설공사의 행태를 벗어나 마을의 발전모델을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 워크숍 내용과 전혀 무관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홍보 동영상이 먼저 1시간가량 상영되고 다음으로 전북 진안군과 경남 창원시의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 사례발표로 이어졌다. 여기서 4대강 살리기 홍보 동영상 상영의 의도는 일단 차치하고 진안군과 창원시의 사례발표 내용에서 시사하는 바 중요한 요소 몇 가지를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진안군의 사례를 보자.

  첫째, 마을의 Idendity의 발굴과 사업방향의 선택을 주민들로부터 도출하는 것이다.

   그 마을의 자연환경과 역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마을의 노인네들이므로 “마을의 노인 한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를 잃는 것이다”라고 인식할 정도로 그 마을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 대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철저히 주민으로부터 도출하고자 하는 공무원 인식이 각별하다. 마을의 노인네들로부터 그 마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풍습, 그 마을만이 지니고 있는 자연환경요소 등을 세심하게 모니터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줄 마을을 주민 스스로가 설계하도록 한다.

 

 둘째, 담당공무원의 전문화와 자긍심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진안군의 발표자 곽동원은 지금의 업무를 7년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은 승진, 혹은 부조리 방지 등의 이유로 1~2년 정도 주기로 순환보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공무원은 업무의 일관성과 전문화를 위해 한자리에서 7년을 근무하고 있으며, 자신의 맡은 바 업무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공무원 생활을 20년 넘게 한 본인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드라도 새로운 보직에 임하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1년 정도 소요되고, 그리고 적어도 3년 이상 근무해야 업무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와 관련한 종합적인 기획을 할 수 있다. 가령 공사기간 1년 정도가 소요되는 사업을 시행할 경우를 보자. 업무를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하는데 1년, 설계용역을 실시하고 공사를 발주하여 공사를 하는데 필요한 약2년 정도의 기간을 합하면 3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런데 1~2년마다 보직이 변경되면 결국 담당공무원은 자신이 기획한 사업을 자신이 마무리하지 못한 체 후임자에게 인계하고, 후임자는 그 사업의 기획의도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가운데 공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업무의 영속성이나 노하우의 축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등 떠밀려 하는 업무에 무슨 자긍심 생기겠는가. 이런 점에서 곽동원의 사례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하겠다.


  셋째, 사업비를 건설업체에 도급주지 않고 주민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다.

 건설업체에 가령 1,000만원짜리 공사를 도급을 줄 경우 부가가치세, 4대보험, 안전관리비, 그리고 기업이윤을 공제하고 나면 실제 공사에 투입되는 돈은 600만원 정도다. 그런데 취로사업 형태로 공사비를 주민에게 직접지급하면 1000만원을 고스란히 공사비에 쓸 수 있고,  더 큰 장점은 주민들이 직접 공사를 하는 만큼 주민소득증대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주민들 중에는 목수, 미장, 석공 등의 기능을 보유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으며, 특히 노인네 중에는 짚으로 이엉이나 가마니 같은 것을 짤 줄 아는 분들이 있어서 이런 노인네들이 자신의 존재를 새삼스레 인정받고 동참함으로서 마을의 결속력을 다지는데 큰 기여를 한다고 한다. 나아가 주민들이 자신의 땀과 정성을 들인 만큼 그 시설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짐으로서 사후관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창원시 사례발표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사업은 모두가 관주도로 하여 건설업체에 도급을 주고 각 읍면동의 마을 자치를 담당하는 주민자치위원들의 역할은 이벤트 행사에 인원동원 참여 정도가 전부이다. 창원시 공무원들은 혹여 시에서 발주한 사업에 관해 주민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담당공무원들은 “힘들게 예산 따서 공사해 주는데 웬 간섭이 많으냐.”며 주민의 이야기는 귓전에 담으려 하지 않는다. 창원시 공무원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예산이 풍족하므로 굳이 주민들의 수고로움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는 자만심에서 기인한지도 모른다.


 둘째, 이 업무를 관장하는 담당부서 공무원의 역할에 진지함이 없다.

 사실 이 워크숍은 해마다 바뀌는 주민자치위원과 같은 주민들보다 시청 공무원들이 모두 듣고 공감해야 할 내용인데 회의장의 분위기를 보니 창원시 공무원들은 회의내용에 대한 관심보다는 실적확인용 사진촬영에만 여념이 없었다. 하기야 지금 참석한 공무원은 어차피 내년에는 이 업무와는 관계없는 부서로 갈 것이니 관심 가져봤자 별 소용이 없게 될 터이므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이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도 업무의 성격과 괴리되어 있다. 비록 이 업무를 관장하는 중앙부처가 행정안전부이고, 업무의 내용이 마을의 경관적 요소뿐만 아니라 인문적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다하지만 사업의 결과물은 종국적으로 도시경관적 요소에 귀결되므로 도시경관을 디자인하는 전문부서에서 관장하는 것이 옳을 듯 한데 주로 인사를 포함  조직내부업무를 취급하는 행정과에서 관장하고 있어 효율성면에서 적잖이 의문이 남는다. 더욱이 행정직은 기술직에 비하여 직무의 범위가 넓은 관계로 전보가 잦아 업무의 전문성이나 영속성이 매우 부족한데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업무를 이런 행정직 공무원이 담당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


  셋째, 마을 가꾸기 사업을 건설업체에 도급공사로 발주하고 주민참여를 일체 배척하고 있다. 진안군처럼 주민에게 사업비를 지출할 경우 누굴 믿고 돈을 맡길 것이며, 정산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여러 가지 애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진정으로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진안군의 방식을 벤치마킹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된다. 창원시는 부자이지만 창원시민중에는 가난한 서민들도 많다는 사실을 안다면 마을가꾸기기사업으로 건설업자만 배불릴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가계도 한번쯤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창원시가 이 워크숍을 기획한 의도가 “4대강 살리기” 홍보를 위한 주민동원을 위한 핑계로  “참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워크숍”이란 간판을 걸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남기는 하지만 기왕 간판을 걸었으면 진안군만큼은 해줬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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