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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골펜션에서 백야, 그리고...

선비(sunbee) 2013. 7. 16. 10:30

 이런저런 이유로 배내골 에코펜션에서 홀로 밤을 지낸지도 100일이 넘었었습니다.
 사람은 겨울옷을 입다가 반소매 옷을 입고, 앞산의 나무들은 파릇파릇 새순의 옷을 입다가 지금은 짙은 녹음의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쩔 수 없이 인생은 자연과 함께 동행하는가 봅니다.

 

 나는 진난해 11월부터 거창의 용암선원이라는 절에서 90일, 그리고 배내골 펜션에서 100일을 혼자 생활하는 동안 내 스스로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블로거 활동을 함께하는 지인들이 날보고 평소의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에 비해 의외로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한다는 이야기를 말을 종종하였습니다. 내가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게 된 것은 아마도 공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 공직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늘 의식하고 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에코펜션 매실밭의 봄, 여름의 풍경입니다.

-올해 봄에 배내골에 갔을 때와 지금의 에코펜션 매실밭의 풍경입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내 모습은 허수아비.
 현실생활 속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직업과 직위, 부와 생활수준, 대인관계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등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인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볼 때도 남의 눈을 통해 본 자기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인 냥 인식하고 살아갑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 나는 깊이 생각해 본 바도 없고 겨를도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홀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자연스럽게 내 자신과 대면하면서 자신을 성찰해 보게 되었고, 그 결과 남의 눈을 통해 본 내 자신은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나서 돌아서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보면 거울 속에 또 다른 내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드라도 옷과 화장에 가려진 자신의 모습은 그대로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거울 속의 허상에 덧칠을 하며 그 모습이 자신의 모습인 것으로 착각에 빠집니다.

 

 석가의 ‘천상천하 유아독존’ 의미도 타인들이 있는 무리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하나 뿐이기도 하지만 홀로 있는 본래 내 모습도 하늘 아래 땅 위에 오직 하나뿐이니 허상들에 미혹되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타인의 눈을 통해 나를 보는 시선에서 내 자신의 눈을 통해 나를 보는 시선으로 시선을 돌리자 자금까지의 내 모습이 마치 허수아비처럼 볼품없고 생명력도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이 이처럼 허수아비처럼 볼품없고 생명력이 없는 참 나의 모습에 어떻게 생명력을 불어 넣고 폼 나게 하느냐가 과제로 남습니다.

 

 

-홀로 있을 때 혼자임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때가 밥상을 마주 할 때이지요-

 

시(是)와 비(非)는 하나.
 또한 세속과 거리를 두고 세속을 관조해 보니 지금까지 내가 그토록 피 터지게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했던 일들이 만고 부질없는 짓들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시가 내일의 비가 될 수 있고, 내게 시는 타인에게는 비가 될 수 있음에 시와 비는 결국 하나인 것입니다.
 인도의 타지마할묘나 중국의 만리장성은 당시로선 백성의 고혈을 짜는 악업이었지만 지금은 인도와 중국 백성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리는 생명줄이 되고 있고, 그동안 그리스국민에게 풍요를 안겨준 문화유산들은 그리스 국민을 나태하게 하여 경제위기를 맞게 했습니다. 

 

 이런 사정은 내 개인적 삶에도 있습니다.
 6년 전 건설업을 접고 폐교를 임대하여 수련원을 시작할 무렵 나는 땅 하나를 처분하고자 하였으나 도시계획으로 제한된 용도 때문에 인접토지의 반값에 내놓아도 팔리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폐교를 재임대하면서 교육청이 내 뜻을 받아들여주지 않아 결국 수련원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보면 땅이 팔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요, 교육청이 내 뜻을 받아들여주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으로 보입니다.

 

 그 까닭은 6년 전 그 시점에 땅이 팔렸다면 내 성격상 그 돈을 몽땅 부어 폐교 수련원 사업에 투자하였을 것이고, 폐교 임대를 재계약 하게 되었더라면 지난해 태풍 때 훼손된 시설물 보수며 새롭게 사업장을 정비하는 데 2천만 원 정도는 또 투자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폐교 수련원 홈페이지가 살아있는 관계로 예약문의 전화가 종종 오는데 그 수가 예년에 비하여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년 수준으로 예약을 받아도 적자를 면키 어려운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니 만일 재계약을 했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 하였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당시 땅이 팔렸다면 땅도 없어지고 돈도 없어졌을 것이고, 폐교를 재계약하였다면 적자에도 이미 투자자한 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계속 적자수렁으로 빠져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토록 힘들게 한 땅이 최근 도시계획변경으로 규제가 풀린다하고, 폐교는 손을 틀어 더 이상 출혈이 없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내가 몹시 좋아했던 '무명'이라는 어미개가 죽고

 그 새끼들은 지들 어미가 죽는 순간 맞고 있던 링거봉지를 가지고 서로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이 순간부터 자신들은 어미 젖 대신 사료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말입니다 _ 

 

 어디 이런 일이 그뿐이겠습니까?
 오늘날 우리가 우선 편하게 사용하는 원자력 전기는 방사선 폐기물을 남기고, 세발만 가도 타고다니는 자동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온난화 재앙을 불러오고, 손바닥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케 하는 스마트폰은 청소년의 정신과 육체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날로 발전하는 의술은 인류를 노령화 사회로 만들어 고령으로 살아가는 노인도 힘들게 하고 이를 부양하는 젊은이들도 힘들게 할 것입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자기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정작 자식이 평생토록 동행할 자연은 함부로 훼손한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천지를 지옥으로 만들어 놓고 자기 자식만은 안전하기를 바라는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의 끝이 어딜런지??? 

 

 

에코펜션의 이용안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http://sunbee.tistory.com/ 에서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