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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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선원이야기

거창 용암리에서 용의 실체를 보다.

선비(sunbee) 2012. 12. 31. 07:00

 내가 거창군 가북면 용암리의 용암선원이라는 절집에 들어오면서 왜 지명을 ‘용암리’라고 하였는지 궁금하여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두산백과사전에 등록된 용암리라는 마을이 무려  40개나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이 곳 용암마을의 소개는 두산백과사전에 간단히 언급되어 있고 블로그나 카페와 같은 곳에서 소개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두산백과사전에도 그렇고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그렇고 이 동네 이름이 용암리라고 붙여진 이유는 동네 뒷산의 바위가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용두바위 또는 용바위라 하고, 이 바위 이름을 따서 용암리라 하였다는 것입니다.

 하여 나는 용머리처럼 생겼다는 바위를 보고자 두 번을 바위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만 도무지 용머리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12월 29일 죽바위골이라는 쪽으로 포행길을 나섰다가 눈 덮인 산을 쳐다보다가 “아~  바로 이거로구나!”하고 그 위용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지금이라도 ‘어흥~’하며 당장 튀어나올 듯 한 형상이  아닌가요?

 

 

              -용바위입니다.-

 

 

  거창의 가조면은 가조온천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기도 하고 팔팔고속도로에서 IC도 있어 대체로 알려져 있지만 그에 접한 가북면은 거창군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용암리라는 마을은 가북면소재지에서 하천을 따라 올라가는 산골마을로 용암리라는 법적명칭의 행정구역 안에는 용암본부락, 개금마을, 장전마을, 홍감마을, 송정마을 5개 자연취락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용암본부락은 기온이 따뜻하여 보리농사가 잘되어 사람이 가장 많이 살았고, 1960년대 전후로는 세대수가 90여호가 넘을 정도였다합니다.

 

     - 동네 입구 좌측에는 음석바위, 우측에는남근석바위가 있는데 정말 신기합니다.-

         (음석바위인데 음기가 세다하여 옛날에는 안에 돌을 쌓고 제를 지냈다 합니다 

 

(남근석인데 보기로는 아직도 힘이 있는 듯 한데   여~ㅇ 아닌가 봅니다. ㅋㅋ)

 

(음석바위 안  돌을 쌓은 모습)

 

 

( 그리고 이 바위는 하천 건너편으로 음석과 남근석 중간에 있는 바위인데

 마치 두 바위의 합궁으로 용의 알이라도 낳은 듯하므로

 오늘부터 이 바위를 ‘용란석’이라 하겠습니다.) 

 

                  

 

 나는 건축이 전공이고 생태도시에 관심을 가지면서 우연히 풍수지리를 접하고서는 “바로 이거다!”하며 풍수지리에 감탄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조상의 묏자리를 정하면서 지관들이 보는 소위 음택이 풍수지리의 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본 풍수지리는 주거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보는 관점에서 바람과 물과 지형을 잘 이용하면 생태적인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이 풍수지리 이론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아무튼 나는 요즘 어디를 가나 그 지역의 지형을 살피고 자연환경과 인문환경과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가는지를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고 이 마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로는 용바위로부터 산맥이 뻗어 내려와 양 갈래로 갈라진 지형은 마치 여성의 자궁과 같은 형상에 뒤로는 북쪽 산이요 앞으로는 남쪽 하천이 흐르는 그야말로 배산임수의 좋은 양택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네이버 지도에서 본 용암마을 항공사진. 

  (노란선이 산능선입니다)

 

 


 그렇다면 그리 좋은 양택지라면 계속 마을이 번성하여야 할 것인데 왜 쇠퇴해 가느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 답을 나도 이곳에서 생활해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눈이 내릴 때 마다 눈 치우는 작업을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입니다.

 이 마을의 지형은 경사도가 15도가 넘는 가파른 경사지입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농사를 지을 때는 모두 지게를 지고 농사를 지으므로 농업용수 풍부하고, 배수 잘되고, 일조량 풍부하면 경사도 정도는 까짓것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계화영농이 시작되면서부터 영농기계가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지형의 농지는 쓸모없는 전답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거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겨우내 눈이 내리는 동네에서 경사진 빙판길은 사람도 얼씬하기 어려운 판이니 자동차야 있으나마나 한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되고 말지요.
 눈만 왔다하면 대중교통이 가장 먼저 중단되고 마니 하필 이런 날에 응급상황이라도 생기면 하늘 말고는 원망할 곳도 없이 고스란히 당해야 하는 것이 산골의 실정입니다.

 

 

- 차도에서 본 마을의 전경입니다.

   (큰길가에 있는 집만 새집을 지었네요. 동네 안에는 당장 레미콘차가 들어가기도 힘이 들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월 따라 사람이 가고,
 사람 따라 집이 가고,
 집 따라 마을이 가고,
 ........
 자연의 이치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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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부터 가조온천에 목욕가려고 했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 바람에 못했는데,
 어제 밤에 내린 눈 때문에 오늘도 기약을 할 수 없다고 하네요.

 으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