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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내 주변 이야기

내가 원시인이 된 까닭?-전원주택 살기

선비(sunbee) 2011. 12. 12. 23:31

 해마다 겨울에 접어들면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메주를 쑤고 김장을 담굽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지요.
 그런데 금년에는 마누라가 친구랑 앞으로 된장사업을 하겠다며 메주를 만들었는데 그 량이 무려 120개나 됩니다.
 메주를 만드는 과정 중 가장 힘든 과정이 메주 찧기인데 요즘은 대부분 삶은 콩을 마대에 넣고 발로 밟거나, 고무통에  넣고 장화를 신고 밟거나, 아니면 방앗간에서 기계로 찧어 내기도 합니다.


 

 

가마솥에 콩을 넣고 12시간을 삶느다.

 








 

 

               


                                    절구방아를 찧는데 이게 장난이 아님.ㄲㄲㄲㄲ


 우리집에서도 마누라랑 친구는 마대에 넣어 밟겠다고 하는데 내가 “요즘 마대는 전부 중국산이라 마대가 잘 떨어지는데 그 떨어진 마대 부스러기가 결국 어디 가겠나? 웰빙식품 만든다면서 ㅉㅉㅉ ”하고 나무라자 결국 절구통에 넣어 찧기로 하였습니다.
말이 쉬워 그 말이지 그 많은 양의 매주를 절구질로 찧어 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여자들 하는 것 보고 있자니 열불 터져 하는 수 없이 나도 거들었습니다.

 

                   처마에 달수 있을 정도까지 2~3일 방에서 굳힌다.


 

                 아침 햇빛이 비취는 그늘에 말린다.



 그런데 메주방아를 찧다가 곰곰 생각해보니 메주라는 것도 그렇고 방아를 찧는 절구도 모두 원시시대 그대로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메주를 만든다는 것은 IT시대니 디지털시대니 하는 21세기에 살면서 원시인들의 흉내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돌로 만든 절구통과 나무로 만든 절구라!
 너무 원시적인 재료가 아니던가요?

 그리고 그 과정을 들여다보니 음과 양의 원리를 벗어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절구통과 절구, 솥과 솥뚜껑, 솥 안에 담긴 물과 솥 밑의 장작불, 그리고 그 장작은 땅의 수분을 먹고 하늘의 태양빛을 받아 성장하고....

 암튼, 원시적인 메주 만들기 과정을 통해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우리가 원시사회로부터 엄청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원시생활의 탯줄을 놓지 못한 체 어떤 나노기술로도 분해할 수 없는 점 하나를 찍고 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하는 그런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