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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하늘이 천년을 빌려준다면?

선비(sunbee) 2011. 10. 13. 10:18



 경남도민일보의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여행을 하였고 또 오랜만에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봅니다. 내가 집을 지으면서 집짓는 과정을 매 공정별로 소개를 하기로 했는데 심한 노동에 지쳐 신문도, TV도, 인터넷도 모두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장님의 초청으로 '합천 명소 블로거 탐방단'과 함께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이 열리고 있는 합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중에 합천군 부군수님을 비롯한 공무원분들은 합천군의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블로그들이 소개글을 잘 써달라고 특별히 부탁도 있었습니다만 나는 좀 비판을 하고자 합니다.
 경남에서 가장 제조업 공장이 없는 시군을 꼽으라면 아마도 바닷가의 남해군과 산골의 합천군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지리적으론 교통이 불편하고  자연적으로는 경관이 수려하여 국립공원이나 해상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많아 개발에 제약이 많았음이라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남해군과 합천군이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것이라곤 관광산업 외는 달리 대안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 해인사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합천군이 어느 지방에 있는지 그 곳에 어떤 명소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남해군과 비교를 해서 좀 뭣하긴 합니다만 남해군은 남해하면 상주해수욕장과 금산, 다랭이 마을과 독일마을, 죽방렴과 멸치, 마늘과 유자 등을 상기하게 됩니다. 반면에 합천하면 ???하곤 한참을 생각해도 해인사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아참, 삼가 한우도 생각이 나네요. 삼가 한우가 생각나는 이유는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같이 근무한 합천출신의 공무원 한분이 하도 자랑을 많이 하여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여년 전에 가야산, 매화산, 황매산을 등산한 적이 있는데 사실 이 산들의 이름은 기억하면서도 이 산들이 합천에 있는 산이었다고는 알지 못했습니다. 물론 별 생각 없이 무작정 나서고 보는 여행이나 산행의 경우 지리나 역사와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를 않으므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 점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인식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었다면 그렇지는 않았으리라 봅니다. 말하자면 스토리텔링과 같은 연상장치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블로그탐방은 큰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합천군은 정말 많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은 말할 것도 없고, 가야시대의 다라국 유물과 고분군의 역사적 문화유산과 가야산, 매화산, 황매산, 그리고 황강이라는 자연적 경관자원, 합천호와 영상테마파크와 같은 특유의 시설물들은 매력적인 관광상품임에 틀림없다고 봅니다.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여 문을 닫는 중소기업들이 허다합니다. 합천군이 아무리 좋은 관광상품을 가지고 있다한들 홍보와 서비스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이라는 엄청난 기회를 합천군 행정당국이 테크니컬하게 활용하고 있는가라는 점에서 의문이 듭니다.

 기념관을 둘러보는 중 서둘러 행사기간에 맞추어 개관을 하다 보니 우선 개관하고 보자는 식으로 어설프게 공사를 마무리 한 곳이 도처에 있음에 말할 것도 없고, 영상물이나 전시품도 급조한 흔적들이 역력했습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천년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이런 엄청난 사건을 두고 1회성 일반행사와 같이 행사나 무사히 치르고 보자는 식의  안이한 행정당국의 대처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행사를 주최하는 기관 그리고 국립공원과 해인사 그리고 합천군의 입장차이가 각각 다른 점에서 행정적으로 여러 가지 애로가 있었으리라는 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엄청난 문화재를 전 세계인에게 알리겠다고 기획한 명색이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이 날림공사와 급조한 흔적들로 내방객을 실망시켜서야 되겠습니까?

 팔만대장경은 팔만장이 넘는 경판을 수십년의 세월을 두고 수십 또는 수백 명의 사람을 동원 조각하였지만 마치 한사람이 조각한 것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대장경판을 보관하는 경판전 또한 온도와 습도 등을 자연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갖추어 천년의 세월동안 경판을 잘 보존하도록 한 치밀함이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행정당국이 우리의 조상들이 보여 주었던 이런 치밀하고 정교한 노력을 이번 행사에 발휘하였다면 팔만대장경이 천년 전의  문화였다면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은 21세기의 문화축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대장경판을 판각한 조상님들께 천년의 세월을 빌려 준다면 오늘의 행사를 어떻게 하였을까요?



박진석의 가요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만약에 하늘이 하늘이 내게
천년을 빌려준다면
그 천년을 당신(???)을 위해 사랑을 위해
아낌없이 모두 쓰겠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