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동'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10.02 창동예술촌에서 공돌이와 보헤미안의 합궁이 궁금하다. (5)
  2. 2011.05.06 인간의 육체를 사랑하는 여인? (10)
  3. 2010.10.13 임항선에서 만난 봄처녀? (5)

창동예술촌에서 공돌이와 보헤미안의 합궁이 궁금하다.

 

 마산에 살던 지금의 50~60대 사람들은 대부분 창동, 오동동 골목에서 데이트 한번쯤은 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극장, 서점, 화랑과 그리고 예인들이 자주 찾는 주점과 다방들이 즐비하였던 곳이 이곳이고 마산, 창원의 연인들이 영화를 보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하면 이곳 말고는 딱히 갈 곳도 없었습니다.
 
 이 시절 경남의 시골 각처의 내 또래 동란 베이비들은 수출자유지역 또는 한일합섬 직장을 찾아 마산으로, 마산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시골에서 온 그들에게 오동동과 창동의 밤거리는 생경한 풍경이요 그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술을 마신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었지요.
 하여 이곳은 한때 땅값이 서울의 강남 다음으로 비싸고 길거리는 어깨가 부딪쳐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 거리였습니다.

 

 

-과거 시민극장이었던 건물입니다.

 1970~80년대 마산에서 연애했던 사람이면 열에 아홉은 아마도 이 극장에서...

 

 

 

 하지만 90년대 접어들어 200만호 주택건설 정책으로 마산에 비해 땅값이 싼 창원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우후죽순처럼 건설되고, 마산에서 살만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창원으로, 창원으로 이삿짐을 싸면서 마산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이런 과정에서 마산의 위정자들은 아파트만 많이 지으면 도시가 살아날 것으로 생각했는지 한일합섬과 한국철강과 같은 기업들을 들어내고 대단지 아파트부지와 상가부지로 변경해버렸고, 그 결과 마산시민들은 일자리마저 잃고 말았습니다.

 일자리가 없으니 소득이 없고, 소득이 없으니 소비할 돈이 없고, 소비자가 없으니 장사가 되지 않고, 종국에는 지역이 슬럼화 되고...
 이런 흥망성쇠의 도시역사는 세계의 어느 도시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만 반세기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흥망을 함께한 마산과 같은 도시는 세계의 도시역사에서도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나는 9월21일 창동예술촌 팸투어를 하면서 오동동 뒷골목과 부림시장 곳곳을 둘러보았는데 창동 4거리를 중심으로 프리마켓 행사장 주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근래 보기 드문 사람구경, 거리구경을 한 셈입니다.

 

 

-창동의 거리 풍경입니다.

 

 어지러웠던 전선을 지중화 하고 벽화와 조형물로 골목길을 새단장 하였습니다.

 

 

 

 

 

프리마켓 행사장 풍경입니다. 청소년들이 많이 모여 거리가 젊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바이페인팅 아티스트 배달래님입니다. 자신의 그림을 넣은 T를 2만원에 판매했는데 이 T는 결국 내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부림시장의 경우 입구에 있는 먹자골목까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람의 그림자가 한산해지면서 셔터를 내린 빈 점포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2층엘 올라 가보니 오가는 손님들은 눈을 씻고 봐야 보이지 않고 가게 주인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틀어 놓은 라디오, TV 소리들만이 적막을 비집고 흐르고 있었습니다. 

 가게 아주머니들에게 “창동예술촌 프로젝터사업 이후 변화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프리마켓 행사가 있은 후부터 그 주변에는 사람이 끓지만 우리와는 무관한 것 같다. 몰라~  앞으로는 어찌 될는지?”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보고 느끼는 감이나 그들이 말하는 상황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부림시장의 풍경입니다.

 입구에 있는 먹자골목에는 20년,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주전부리 집이 즐비합니다.

 

 

 

시장 안쪽에는 셔터 내린 점포가 즐비합니다.

 

 

 

2층 의류매장의 마네켕들이 마치 나를 향해 도열해 있는 듯 합니다. 실물 미인들이 진짜로  이렇게 나를 마중한다면 ...ㅋㅋㅋㅋ 

 

 

 

 마산의 도심 슬럼화 현상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자연스런 도시현상인데 그 속도가 눈에 띄게 너무 급격하므로 어떻게 해서든지 이를 역전시켜보고자 인위적으로 시도해 보는 고육책의 도시재생상업이지만 투자대비 효과는 사실 장담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예술촌이랍시고 골목길을 단장하고 곳곳에 조형물 몇 점 갖다놓았다고 해서 그 골목을 예술의 거리라 하기에는 낮 간지러운 점이 없지 않습니다.
 좀 뭣한 이야기이지만 창동예술촌에서 썩 유명한 작가를 만날 수를 있거나, 유명한 작품 한 점이라도 감상할 수 있는 형편이 아직은 못됩니다.
 그렇다고 기대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까닭은 이 곳에 입주한 작가들은 나름 열심히 작업들을 하고 있고, 프리마켓행사와 같은 행사를 통하여 시민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서 예술에 대한 공감대와 호기심을 이끌어 내는 것만으로도 예술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매립하고, 도로를 만들고, 아파트를 짓는 물리적인 문물을 만드는 것은 1년 혹은 10년의 짧은 시간 내 가능하지만 무형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적어도 반세기 정도의 세월이 흘러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를 증명하는 단적인 예가 창원입니다. 1974년 이후 창원은 급속한 도시발전을 하였지만 2000년 전 까지만 하드라도 갤러리나 소극장 하나가 없을 정도로 문화의 불모지대였습니다. 그러다 2010년 정도에 들어서야 비로소 갤러리와 소극장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40여년 세월동안 인구 10만 미만의 도시가 50만이 넘는 대도시로 급성장하였지만 문화는 이제사 싹이 돋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창동예술촌을 바라보는 시민들이나 이 프로젝터를 주도하는 공무원들이나 조급한 마음에 하루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바라겠지만 이 일은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도시재생사업을 설명하고 있는 창원시 도시재생과 김용운 과장

 

 

 팸투어 과정에 몇몇 작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돌이(공무원 속칭)들의 사고와 자신들의 사고 사이에 너무 큰 괴리가 있어 대화가 안 된다며 속에 천불이 난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안 봐도 뻔 한 동영상입니다.
 공돌이들의 속성은 선례가 없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으려 하고 격식과 절차를 결과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집단인 반면, 예술인들은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격식과 절차 같은 구질구질한 것은 딱 질색인 집단이고 보면 이 둘의 집단은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들입니다.

 

 이런 상극의 집단이 서로 머리를 맞대는 것 자체가 서로 피곤하고 짜증스런 장면입니다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사업을 담당하는 창원시 도시재생과 김용운 과장의 마인드가 공돌이 중에서는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지금까지 한 사업은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은데 지금의 상황을 가지고 쓸데없는 예산만 낭비하였다며 예단하지는 말아줬으면 하는 말을 하였습니다.
 검정 양복과 흰 와이셔츠의 틀에 박힌 공무원과 보헤미안적 예술가 집단의 합궁이 이루어지는 이곳 창동예술촌에서 옥동자가 나올지 사생아가 나올지 지켜볼 일입니다.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참교육 2012.10.03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본적인문제를 덮어두고 전시성으로 살리기를 하면 빤짝 거품일뿐입니다.
    바다 메우기나 억지 투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살리기가 아니라고 봅보니다.

  2. 장목산 2012.10.03 1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비님 다운 진단을 하시는 구려.
    추석은 잘 지넸지여.~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해야할 일이라면
    최선을 다 하는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창원시...
    창동예술촌...
    화이팅.!! 입니다.

    • 땡삐 선비(sunbee) 2012.10.04 14: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리도 불편하신데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작복산님 블로그에 댓글을 달려고 하니 한글이 안되던군요.
      영어로 할까 하다 작복산님이 못알아 보실까봐 기냥~~ㅋㅋ

  3. 구름다리 2012.10.10 1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데,
    잘보고 갑니다.
    아무래도 근처 시장상인들도 자발적으로 바뀌어야 할것 같네요

 5월5일 어린이날 마산 창동 가배 소극장에서는 특별한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바디 페인팅 작가 배달래씨의 바디 페인팅 퍼포먼스였는데 책에서나 혹은 신문보도에서나 접했던 예술 장르를 실제로 체험을 하기는 어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솔직히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였던 것이 뭣인지, 그림(페인팅)이 특별히 아름답다는 느낌 같은 것은 모르고 그냥 멍하니 보기만 하였습니다.
 처음 접하는 생소함에서 오는 의외성, 마치 신 들린 무당모양 모델과 작가가 음악에 맞추어 쉼 없이 율동하는 열정, 이런 감동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공연히 끝나고 작가와 관객 대화의 시간 중에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바디페인팅이라는 예술을 조끔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캠퍼스나  종이에 그리 듯 자신은 사람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차이가 있을 뿐이며, 자신은 인간의 영혼과 아름다운 육체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 사랑하는 육체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 넣는다는 것입니다.

 캠퍼스나 종이에 그린 그림은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가 있지만 바디페인팅은 공연이 끝나면 목욕탕으로 가서 바로 지워져버리기에 아쉬움이 있지만 작업을 하는 그 순간 관중과 함께 호흡하고 느끼고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고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품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촬영하여 그 사진과 다른 배경을 합성하여 다시 새로운 그림을 그려서 작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작품소개 카탈로그를 보니 놀랍도록 아름다운 작품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그는 최근에 한국의 전통예술과 바디페인팅을 조화시켜 한국의 냄새가 나는 바디페인팅작품을 만드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합니다.
 마산의 문신이라는 조각가와 나란히 어깨를 겨눌 수 있는 바디페인팅의 대가가 마산에서 태어나기를 바라는 큰 기대를 해보는 바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어제도 퍼포먼스가 끝나고 창동골목 막걸리집에서 거나하게 파티를 하였습니다만 마산의 구도심을 살리는 길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만나고 모이는 동기부여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구도심 창동과 오동동 상권을 살리기 위해 창원시는 별의별 궁리를 다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늘 도로나 간판을 단장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상징물을 세우는 등 시설물 개조에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빈 점포를 정부예산으로 임대를 하고 개조를 해서 환경정비를 한 다음 예술가들을 유치한다고 하는데 글쎄요.
 제가 듣기로는 순수하게 예술에만 전념하는 작가들은 공무원들과 머리 맞대고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라도 그런 것에 관심도 없고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는 부류의 예술가들은 작품으로는 답이 없으니 관변을 맴돌다 떨어지는 떡고물이나 주워 먹고 사는 관변단체 소속의 설익은 예술가들이라는 것입니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도심재생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제대로 된 사람의 유치라고 봅니다. 즉 시설물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가 마산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백인 닷컴 사진)


 부림시장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곳을 비단 전문점 내지는 한복전문 상가로 특화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데 사실 진주나 부산진 시장과 비교해보면 규모면에서 어차피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마산의 부림시장 한복점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대한민국 최고의 한복 디자이너를 유치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맞추어 입기 위하여 연예인을 비롯해 전국적 유명 인사들이 마산을 찾아오게 하는 것입니다. 시설물에 투자하는 자금에서 절반만 뚝 뿌질러 사람에게 투자를 한다면 창동과 오동동은 사람으로 붐빌 것이고,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하면 건물주들은 스스로 건물을 개조하기도 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기도 할 것입니다.

 도심 재생의 길을 시설물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배달래 작가와 같은 훌륭한 사람에서 찾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무원들은 시설물을 사랑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데 눈을 떠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파비 2011.05.06 1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훌륭한 지적이십니다. 맨 아래 100인닷컴 사진은 배달래님의 공연이 끝난 후 뒤풀이 모습입니다. 꽉찬 식당 손님들이 모두 우리 식구들이죠. 우리가 창동에 매상 좀 올렸습니다. ㅎㅎ

  2. 커서 2011.05.07 14: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우 좋으신 말씀! 그런 점에서 훌륭한 블로거 유치한 창원시는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듯

    그날 요트 정말 감사했습니다. 애들이 신이나서 일기장에도 적었더라구요. 다음에 부산에서 맛있는 거 대접해야하는데... ^^

  3. 선비 2011.05.07 1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커서님과 달짝지근님 같은 파워블로그를 모실 수 있덨다는 것이 제게는 영광이지요.ㅎㅎㅎ

  4. 임종만 2011.05.09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시의 경쟁력 시설이 아닌 사람에서 찿자는 말 신선하네요 ㅎㅎ

  5. 참교육 2011.05.10 06: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기가 있긴 있었던 모먕입니다.
    많은 분들이 포스팅을 했네요. 잘보고갑니다. 부처님 오신날 행복하게 보내시십시오.

  6. 커피믹스 2011.05.11 1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선한 아이디어십니다. 공무원들 머리가 유연해 지는 그날까지... ㅋㅋㅋ

  7. 선비 2011.05.11 2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식은 좀 되어도 주행거리는 신선한 10대 정도라고 하면.....ㅎㅎㅎㅎ

  8. 배달래 2011.05.12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비님....^^ 감사합니다..^^
    담에도 창동에서 뵈요...^^

  9. 2011.05.21 1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0. 2011.05.21 1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임항선에서 만난 봄처녀?


 며칠 전 신문에서 창원시민들이 선호하는 동네로 성산구가 으뜸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로 문화시설과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

 대체로 사람들이 창원을 이야기하면 도로도 좋고, 공원도 잘 가꾸어져 있고, 도시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쾌적한 도시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사람 냄새가 나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고,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는 그런 동네와는 전혀 거리가 먼 동네가 창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쭉쭉 뻗은 도로는 건방져 보이고, 도로변의 조경수는 성형 수술 표티가 나는 인조얼굴 같고,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똑 같은 아파트와 주택들은 개성이라고는 없는 판박이들이고...

 한마디로 찐 맛이라고는 없는 동네가 창원이라는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정이 가지 않아 귀산 촌구석에 처박혀 산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 ㅎㅎㅎ)


 반면에 마산의 오동동 골목길을 걸어보면 어깨가 부딪치고, 찌짐 굽는 냄새가 있고, 술꾼들의 술주정 소리부터 장사꾼들의 호객 소리가 시끌벅적한 그런 풍경이 있습니다.

 창원의 상가를 걸어가면 아무도 나를 아는 척 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도시의 미아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그러나  마산의 상가 골목을 걷노라면 설사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누군가가 불러 줄 것 같은, 불러주지 않아도 아무 집이나 들어가면 외상이라도 먹고 가라 할 것 같은 그런 정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창.진이 통합되면서 어떻게 하면 마산을 사람 살만한 동네로 만들 수 있을까 하고 모티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임항선 철도였습니다.

 임항선 철도는 지금 일주일에 5회 정도 열차가 운행된다니 거의 폐도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철도를 어떻게 이용하면 마산의 도심재생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하고 현황부터 파악하기 위하여 마산시청에서부터 석전동 마산역까지 철길을 걸어보았습니다.

 이곳저곳을 살피느라 느린 걸음으로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고, 마산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마산시청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때가 봄인지라 계절도 좋았지만 철길을 걸으면서 회성동쪽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은 그야말로 봄 처녀가 나를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말하자면 철로가 도심을 관통하는 바람의 통로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ECO-CITY 창원을 만든다고 하는데 정작  ECO-CITY는 바로 여기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철로 옆에 남아있는 철도부지에는 각종 쓰레기 투기로 방치된 곳도 있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남새밭을 가꾸어 채소를 심어 놓은 곳도 있고, 북마산 시장통에서는 난전을 벌여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철길 옆으로 60년대나 70년대에 지은 그만그만한 오막살이집들이 허름한 모습으로 도열해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마도 철도부지를 무단점유하고 있어서 철거를 하고 다시 건축을 하기에는 허가가 나지 않으므로 그냥저냥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연이야 어쨌든 간에 도시의 한쪽에 우리의 60년대, 7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살아있는 근대건축박물관이라고나 해두지요.


 중간에는 마산시에서 그린로든인가를 만든답시고 조경과 각종 기구를 설치하고 보도블록을 까는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무용지물로 방치하고 있던 공공자산을 새롭게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어 보입니다.


 그 첫째는 휀스의 설치입니다. 휀스를 설치한다는 것은 사람의 접근을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놀이공간, 휴게공간으로 시민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사업인데 휀스를 설치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입니다.

 물론 기차가 지나가니까 안전을 염려해서라고 하지만 하루에 한 번도 체 다니지 않는 교통을 염려하여 그렇게 한다면 하루 수 만대의 자동차가 지나가는 자동차 도로변에도 모조리 휀스를 설치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지나치게 인위적이고 특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기차길은 기차길 같은 운치가 있어야 하는데 도심공원 어디에나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조경과 시설물들로 인하여 오히려 기차길의 운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굳이 많은 시설물과 조경식재를 하기보다는 기차길의 풍경과 마산이 지니고 있는 풍경을 제대로 분석하여 임항선 철길만이 지니는 특유의 경관디자인이 있었으면 합니다.



 다음으로 이 임항선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미미하지만 해양화물 운송을 전혀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용으로도 이 철로를 폐쇄하기는 곤란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철로를 이용한 교통수단과 관광자원화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무학산은 전국에서 유명한 등산코스 중의 하나입니다. KTX가 개통되고 나면 창원시가 하기에 따라서는 전국에서 더 많은 등산객이 마산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마산역에서 KTX를 하차하여 임항선 전동열차를 갈아타고 문신미술관 앞에서 하차하여 문신미술관 구경을 하고 무학산 등반을 한 다음 다시 전동열차로 부둣가에 가서 수상택시를 타고 마산만을 한 바퀴 핑 돌고나서 어시장에 가서 싱싱한 회를 먹는다고 상상을 해보면 그림이 꽤 괜찮지 않나요.



 전동열차는 철로궤도와 포장도로 겸용으로 제작하고, 신마산 부두역에서 어시장을 거쳐 3.15탑까지의 도로 일부만 다듬으면 관광자원으로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으로서 교통분담 기능까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철로 수리용 차인데 응용하면  재미있는 물건 나올 듯..>>

 

마산의 도심재생을 재건축, 재개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다듬고 가꾸어 가면 창원보다 훨씬 사람냄새 나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마산 화이팅!!!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윤기 2010.10.13 16: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임항선 철길에 관심이 많은데.... 맨 아랫쪽 사진의 철도수리용 차량 한 번 타봤으면 좋겠네요. 진짜로 재밌을것 같습니다.

  2. 선비 2010.10.14 08: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윤기님도 임항선에 대해 많은 글을 쓰셨군요.
    방부목 육교, 분수대, 휀스 등등 너무 인위적이면서 돈만 많이 투자되는 그린웨이 사업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3. 임종만 2010.10.16 15: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랫만에 가슴에 담을만한 글 잘 읽었습니다.
    임항선 철길만이 지니는 특유의 경관디자인을 가미하여
    마산의 역사성이 묻어 날 수있는 그린웨이...
    많은분들의 생각들을 담아야 겠군요.

    저 역시도 선비님과 생각이 다르지 않습니다.
    기존 창원과 마산중 사람냄새나는곳은 마산이지요.
    그린웨이뿐만 아니라 현재의 갖추어진 여건을
    충분히 활용하여 기존 창원과 차별화된 역사와 문화도시로
    발전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더럽다고 뜯을것이 아니라 역사성을 가미한다면
    세계속의 유명한 도시로 거듭날수 있을 겁입니다.
    다만, 묵고산다고 작은 터만 있으면 오골티리 건물을 짓거나
    도심속 흙만 보이면 콘크리트로 덮어버려 삭막한 도시입니다.

    한일합섬과 자유수출이 있었기에 더했죠.
    그래서 이 부분, 즉 도시녹화는 분명히 되어야 할것입니다.
    다른것은 옛것을 살리는 쪽으로 하고요...

  4. 장복산 2010.10.17 16: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차가 제대로 다니지 않는 철로는 진해도 매 한 가지입니다.
    나는 새로 도시철도 건설한다고 예산낭비하지 말고 기존에 할용가치가 떨어진
    철도 노선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 해 보았습니다.

    진해선도 하루에 여객열차가 두번정도 운행을 하는데 한 두사람을 테우고
    진해역을 출발하는 기차를 보고 있습니다.
    진해역에서 장천항으로 이어지는 철길은 거의 기차가 운행하지 않고 있지요.

  5. 삼식 2010.10.25 2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번주에 광주, 여수, 전주의 환경단체분들이 마산의 임항선을 답사하려 왔답니다.
    이윤기 부장이 소개만하고 뺑이를 쳐서 저가 이끌고 다녔던길이 고스란이 소개되었군요
    회윈2동사무소에서 서항입구까지 답사했답니다.
    가슴에 담고픈 사연은많았지만, 대충애기하고 말았답니다.
    앞으로 추억의 사연들을 담아, 관광꺼지라 되었으면합니다.

    *-*그리고 누구든, 어디서 오드라도 자연스리, 마산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게 될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