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엎치락뒤치락하는 대한민국의 법치
우리 같이 평범한 서민들로서는 누구라도 홍준표, 김경수, 안희정의 재판과정을 보면서 ‘도대체 이게 뭐야???’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홍준표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하고도 구속하지 않는 보도를 접하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김경수의 경우는 똑 같은 경남도지사임에도 법정구속을 해버리는 바람에 국민들은 도무지 뭐가 뭔지 헷갈립니다.
그리고 안희정의 경우는 1심 재판에서는 모두 무죄였는데 2심에서는 10가지 중 9개가 유죄로 인정되는 놀라운 반전이 있었습니다. 1심과 2심의 재판과정에 증거보충과 같은 다소의 변화는 있었겠지만 사건의 본질 그 자체는 변화가 없음에도 판사의 시각에 따라 이렇게 대조적입니다.
국민들은 홍준표가 법정구속이 되었다면 김경수의 법정구속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판사를 두고 적폐니 뭐고 하는 비난의 목소리도 크게 나지 않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홍준표의 지극히 이례적인 재판 선례가 김경수 재판을 통해 불구속 재판이 피의자의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게끔 하는 인식전환의 계기다 되고 있습니다.
판사들이 형을 판결하는 과정에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이 해당법률과 대법원판례인데 대법원 판례들에서 똑 같은 사안을 두고서도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사례들이 흔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세 도지사한테서 벌어지고 있는 판결과 같이 완전히 상반된 판단을 하고 있는 사례는 그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지 싶습니다.
재판은 질실과 정의의 싸움일까?.
나는 이런저런 일로 몇 개의 전과가 있습니다. 나는 재판을 받는 과정에 내가 양심에 부끄러운 짓을 한 일이 없으므로 굳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더라도 검사, 판사가 진실을 파악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해 줄 것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참담한 범죄자 전과기록만 남게 되었습니다.
검사나 판사들한테 있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나 정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자신의 입신출세에 유리할 것인가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건이 터지기 전만 하드라도 국민들은 막연하게나마 사법부의 판사들은 일반 대중과 같이 진보니 보수니 하며 패가 나뉘어 판단하지 않고 오직 진실과 정의의 편에서 판단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 대한민국 최고의 판사들이라고 하는 집단도 진실과 정의를 자신들의 이익 저울대에 올려놓고 흥정을 하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수백수천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평생의 고통과 명예를 다루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이런 사건도 흥정의 대상이 되는데, 하물며 일개 개인의 생사쯤이야 생선가게 주인이 생선 한 마리 목을 따는 것에 불과하지요. 법정에서의 진실과 정의는 개가 물고간지 오래입니다.
재판은 법을 다루는 기술의 싸움이다.
홍준표는 유명한 공안검사출신으로 누구보다 정치사건을 많이 경험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를 5명이나 선임하였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는 예사로 ‘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다.’라는 말들을 합니다. 이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정을 예를 들어 한 번 가정해보겠습니다.
시골동네 한적한 곳에서 교통사고 사망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단순교통사고로 보고 과실치사로 입건하였습니다. 그런데 외지에 살던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해자와 운전자간 그동안 있었던 소문들을 들어보니 운전자는 평소 피해자에 대해 악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둘 사이에는 수시로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 사고는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고의적 살인사건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한편 운전자 측에서는 평소 피해자가 술을 마시고 운전자가 차를 몰고 가면 불쑥불쑥 길을 가로막기가 일쑤여서 그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필시 이 날의 사고도 피해자가 운전자를 골탕 먹이려 의도적으로 한 행위이므로 오히려 피해자가 교통방해죄를 저질렀다고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양측은 사건 전후의 정황증거들을 들이댑니다. 상황이 이 정도 되고 보면 누구라도 쉽게 판단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경우 결국 누가 상대에게는 불리한, 자신에게는 유리한 증거와 판례들을 들이대며 공격과 방어를 잘하는 자가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재벌총수들이 김앤장과 같은 유명 로펌사 또는 다수의 변호인을 선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똑 같은 나무를 가지고도 나무꾼이 다루면 장작이 되고 서각가가 다루면 현판이 될 수 있듯이 법을 다루는 것 또한 이를 다루는 자의 기술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보는 홍준표, 김경수의 사건
홍준표, 김경수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대놓고 말은 않지만 대체로 홍준표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이 났지만 그렇게 많은 측근들이 연루되었는데 홍준표가 모를 리가...???’이고, 김경수에 대해서는 ‘그렇게 착하게 생긴 사람이 나쁜 짓을 할 리가...???’ 정도의 의아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중의 대체적인 생각은 위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단은 전혀 달랐습니다.
홍준표는 검찰조직에서 오랫동안 조직생활을 하였고 대한민국 권력 2인자의 자리라 할 수 있는 집권 여당의 당대표까지 역임한 인물에다 현역 도지사였습니다. 그는 권력의 세계에서 자신이 한마디 뱉으면 밑에서 알아서 기도록 하는 기술을 오랫동안 몸에 익혀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말해야 법에 걸리지 않는지 방법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중단 관련 도민들이 주민소환 서명운동을 시작하자 2015년 7월1일 그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내 지지자들이 (박종훈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실제로 박종훈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 서명운동이 곧 벌어졌습니다. 도지사직에 있으면서 밑에서 일어나고 일들을 모를 리가 없겠지만 그는 법을 다루는 프로이고 권력을 쫓는 인간들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기에 저만치 떨어져 상황파악만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내 지지자들이 주민소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다.”라는 말 한마디로 그 많은 측근과 공무원들을 범죄의 나락으로 빠뜨리긴 했지만 그 말 자체가 범죄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김경수의 경우는 부하들을 다스리기보다는 주로 상전을 보필하는 위치에 있었고, 드루킹 일당을 만날 당시만 하더라도 현직 도지사도 아니었기에 자신이 실무를 감당해야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알려진 대로 드루킹 일당들은 이당저당 가리지 않고 접근하여 수작을 부리는 정치브로커들로 그들과 접촉하는 그 자체가 화근이었습니다. 코미디언 이상으로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노회찬이 그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오죽했으면 하나뿐인 목숨까지 버렸겠습니까?
말하자면 김경수는 위법인줄 알면서 의도적으로 댓글 조작을 모의하거나 주도하지 않았을망정 범죄집단과 접촉한 그 정황만으로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드루킹 일당들은 자신들이 하는 짓이 범죄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고 하는 짓이기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 대비하여 물귀신작전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곳곳에 덫을 놓았고 노회찬과 김경수가 그 덫에 걸린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익우선이냐, 정권우선이냐?'의 딜레마
나는 사실관계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총영사 자리를 두고 벌어진 일을 보면 김경수가 징역을 살아야 할 만큼 나쁜 짓을 할 사람은 아니지만 법에는 대단히 아마추어인 정치인이라 봅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자면 드루킹측이 오사카총영사직을 요구했지만 그 자리는 외교경력이 풍부한 사람이 해야 돼서 못준다고 하고 대신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의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김경수가 나쁜 사람이라면 나라야 어떻게 되건 말건 간에 그들의 요구를 들어줬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지금과 같은 사단도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내가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는 점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나라야 망하거나 말거나 간에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았던 전 정권에 비해 적어도 국익을 우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김경수가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의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심을 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적폐청산 어디로 가나?
대중의 정보전달수단으로 방송과 신문만 있던 과거에 비하여 SNS 발달로 정보전달과 소통통로가 다양해지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시각에서 사회적 현상을 볼 수 있게 되어 이념적 편향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세대와 이념에 따라 접촉하는 SNS통로도 점점 갈라져 오히려 좌익좌 우익우 현상이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해방과 동시 일제 앞잡이 세력들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름으로서 사회 곳곳에 기득권의 적폐가 켜켜이 쌓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어사전에서 적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부르짖는 적폐는 정치적 또는 이념적으로 상대편이 하는 행위는 모두 적폐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즉 積弊가 敵弊로 변질되어가는 것입니다.
나는 재판부의 판결이 진실과 정의라고는 손톱 끝만치도 생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경수를 석방하라고 단체압력을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일반 서민들은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면 검찰의 수사단계에서부터 구속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재판정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도 구속되지 않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홍준표가 실형을 선고 받고도 현직 도지사라라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는 광경을 보고 모두가 뜨악했습니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고 했습니다. 도정을 책임지는 현직 도지사라고 해서, 대기업의 경영을 책임지는 재벌총수라고 해서 실형을 선고 받고도 자유의 몸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일반 대중도 마땅히 그러해야 합니다. 홍준표가 그러 했으니 김경수도 그러해야 한다는 주장은 敵弊와 積弊를 동시에 쌓아가는 것 아닐까요?
정권의 이익보다 국익을 우선할 줄 아는 요즘 보기 드문 정치인 김경수이기에 그의 법정구속은 경남도민 누구를 막론하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선고받고도 구속을 면하는 일은 홍준표 하나로 끝나야지 이것이 김경수로 이어지고 또 누구로 이어져 관행화 된다면 도지사에 당선만 되면 구속을 면하게 되는 크나큰 또 하나의 적폐가 쌓이는 것입니다.
김경수 석방운동이 독이 될까, 득이 될까?
현직 도지사의 구속은 경남도민 모두에게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사법부의 판결을 부정하고 단체의 위력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진실과 정의는 단체의 위력이 아니라 법을 다루는 전문가들의 기술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만큼 차분한 가운데 기술적으로 싸워주길 바랍니다.
국회에서 네편 내편하며 갈라져 싸우는 꼴만 봐도 국민들은 진절머리가 나는데 사법부마저 편이 갈라져 서로 적폐라며 싸운다면 나라꼴이 어찌 되겠습니까?
김경수 자신이 말했듯이 진실과 정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굳이 재판정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입니다.
억울하고 분하겠지만 권력 가진 자, 재력 가진 자들에게 베푸는 법정의 특혜 적폐를 청산한다는 사명감으로 한 발 물러서서 인내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가 바보 노무현을 사랑하는 이유는 자신의 정치를 희생해서라도 국민통합을 이루려했던 맑은 영혼과 자기 희생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경수가 더 큰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려면 바보 같지만 잠시 사법농단 세력들의 재물이 되는 것도 오히려 괜찮지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 서명운동과 같은 다중의 힘을 빌어 풀려나게 되는 선례를 만들게 되면 앞으로 정치인이 구속되면 너도나도 머리띠 두르고 피켓 들고 거리로 나설 것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김경수 정도 맑은 영혼을 가진 정치인은 몇 안 될 것입니다. 지금 눈앞에 닥친 고난을 잠시 면하고자 하는 것은 그의 먼 미래를 망치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만일 서명운동으로 김경수가 석방된다면 사법부의 사법농단 적폐가 김경수에 의한 정치재판 적폐로 변질 될 것입니다.
박근혜, 이재용이 구속되어도 대한민국과 삼성은 건재했습니다. 김경수를 구명하기 위해 정치적 꼼수를 부리지 않는 한 경남도정은 이상 없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김경수와 대한민국을 미래를 위해 제발 석방운동 같은 것은 자제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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