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항쟁의 인연, 우연인가, 필연인가?

 

 <택시운전사>라는 영화가 천만 관람에 이를 정도로 히트를 쳤다고 해서 나도 오랜만에 극장엘 갔습니다. 상영 끝물이라서 그런지 이날 관람객은  10명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택시운전사가 본 5.18광주민주항쟁 사건이지만 실은 독일 기자 위르센 힌츠페터씨가 본 택시운전사 이야기이지요.
 택시운전사 김사복은 밀린 방세 갚을 돈 욕심으로 광주엘 갔다가 뜻하지 않게 5.18광주 민주항쟁 현장을 목도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면서도 항거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그 속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광주 택시운전사들은 이 사태를 외부에 알려 주십사 하여 김사복의 택시를 쫓는 사복 군인의 지프차 추적을 막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자신들의 택시를 들이대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었습니다.

 

 스토리는 대충 그렇고 이 영화의 20%가 마산의 진전면 여양리와 회원동의 중앙시장과 한 주택에서 촬영되었다는 사실이 경남도민일보에 보도되었습니다.  나는 여기서 전라도와 마산의 묘한 인연에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3.15 민주항쟁에서 숨진 김주열 열사의 고향은 남원인데 마산에서 목숨을 잃었고, 5.18광주민주항쟁은 광주의 사건인데 그 영화는 마산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요?

 

 

마산 회원동 골목길에서 본 우리의 자화상

 

 암튼 창원시가 <택시운전사>가 흥행에 대성공을 하자 이점에 착안 관광상품화 스토리텔링 구상까지 하고 있다고 하는 가운데 창원에서 현재 6년째 택시운전사를 하고 있는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과 술자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은 재개발로 철거되고 없는 마산 회원동의 주택가 골목은 택시운전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골목으로 밤에 이곳에 들어갔다 하면은 그날 장사는 조진다는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비좁은 막다른 골목길인데다 길가에 이것저것 잡동사니들이 많이 쌓여 있어서 빽을 해서 나오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답니다.

 1980년대의 시대배경을 영화에 담으려면 그만한 세트장을 꾸며야 할 할 판인데 회원동의 골목은 그 자체로 멋진 영화세트장 역할을 했습니다. 즉 이 골목은 약 40년의 세월 동안 경제개발이니 도시발전이니 하는 것들 하고는 담을 쌓고 산 동네지요.
 마산에서 동문이 가장 많은 초등학교가 회원초등학교일 정도로 70~80년대 회원동은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주택가였습니다.
 전수식 그의 말에 의하면 재개발로 철거되기 전까지만 해도 화장실을 마을 공동으로 이용할 정도로 주거환경이 최악이었던 동네가 바로 이 동네였다고 합니다.
 영화 속 골목을 관광상품화 할 수도 있는데 철거되어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그만큼 마산이 낙후된 도시라는 점에서 어쩌면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자랑이 아니라 망신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그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 볼 문제다.”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이양반이 택시운전사 6년을 허투로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시 출신 정치인과 전수식의 회환.

 

 홍준표는 자신이 도시락 싸갈 형편도 안 돼 우물로 배를 채웠다며 가난한 자들의 대변인인 냥 나발을 불어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날 60대 전·후 정치인들 세대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1960~70년대 배  곯지 않고 산 사람 별로 없고, 사법고시든, 행정고시든 고등고시에 합격하고 나면 그 때부터는 나이 20대 청년도 ‘영감님! 영감님!’하는 소리 들으며 대접 받으며 처갓집 금수저로 호의호식하며 살았습니다. 해서 그들 중 일부는 못사는 사람들 보고는 ‘네가 게을러서 못살지 내만큼 열심히 공부했으면 그 모양 그 꼴로 살겠냐?’는 생각으로 목에 힘주다가 선거판에 뛰어들어서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합니다만 내가 보기로는 ‘글쎄올시다?’입니다.
 
 전수식 그도 합천 골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도청, 청와대 등 요직에 근무하다 마지막으로 마산부시장에 이르기까지 고위공직생활을 했습니다.
 그런 그가 택시운전사를 한다기에 나는 속으로 ‘서너 달 하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현재 5년 반 넘는 세월을 택시운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행히도 그는 공직생활동안 보지 못했던 동료 운전사들을 포함한 밑바닥 서민들의 삶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마산 회원동의 골목길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골목 그 자체보다 자신이 걸어왔던 공직자의 길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찌든 삶을 비로소 자신의 가슴에 고스란히 쓸어담은 그가 창원시장후보로 나선다고 하니 어쩌면 회원동과 같이 소외되고 쇠락한 동네에서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작은 희망의 빛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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