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3.01.21 눈길 산행 유의사항. (2)
  2. 2013.01.04 영혼의 때를 벗기는 목욕탕으로.
  3. 2012.12.10 반성문을 쓰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2)
  4. 2012.12.05 나는 우연의 산물? (2)
  5. 2012.12.05 내가 108배를 하는 이유. (5)

 절집에 있는 동안 주변 산들을 둘러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계속 눈이 내리는 바람에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 토요일에는 큰마음을 먹고 3~4시간 코스의 산을 타기로 하고 출발하였습니다.
 하지만 본래 가기로 했던 코스는 가지도 못하고 무려 8시간의 산행을 하면서 죽도록 고생을 하였습니다.

 고생을 하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먼저 산 아래서 보는 산의 눈과 산에 올라 보는 눈에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산 아래서 보면 나무에 가려 눈이 없어 보이는데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눈의 깊이는 깊어집니다.
 그 까닭은 고지대일수록 기온이 낮아 눈이 녹지 않으므로 그해 내린 눈이 차곡차곡 그대로 쌓여 있는 것입니다.
 본래 계획은 홍감마을에서 단지봉을 올랐다가 내촌마을로 가기로 하였는데 산 능선에 오르고 보니 내촌쪽으로는 눈이 많이 쌓여있어 용바위를 거쳐 용암마을로 내려오기로 하였습니다.

 

 

-홍감마을에서 본 단지봉이라는 산입니다.,

 

 

 

-비포장도로를 지나 여기서부터 등산로입니다(삼각대 셀프로 기념 ㅋㅋ)

 

 

-저지대에서는 돌도 흙도 보입니다.

 

 

-고지대에는 눈이 많이 쌓여 아예 눈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산 능선에서 바라보니 단지봉과 용바위의 거리가 비슷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착시현상이었습니다. 맑고 맑은 공기에서의 1~2키로미터의 거리는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중간에서 만난 이정표를 보고야 알았습니다.

 

 다음으로는 눈길에서의 보행동작과 아이젠의 무게입니다.
 무르팍이 빠지는 깊이의 눈길을 걷는 발걸음은 무릎이 가슴에 닿도록 걸어야 합니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말라고 착용한 아이젠에는 눈이 얼어붙어 점점 부피가 커져 신발의 무게가 엄청 무거워집니다.
 몇 시간동안 아이젠을 차고 걷다가 하도 지쳐 아이젠을 벗어버렸습니다.
 눈이 녹지 않은 음지에서는 아이젠을 벗어도 괜찮은데 눈이 녹아 땅과 낙엽이 보이는 양지에서는 오히려 아이젠을 신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흙과 낙엽 아래의 땅은 얼어있는 빙판이기 때문입니다.

 

 오전 10시에 출발하여 한과 대여섯 개 먹고서는 저녁 6시까지 걸었으니

 배는 고프고,
 체력은 바닥나고,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찬바람은 불어오고,
 핸드폰 신호는 잡히지 않고,
 . . . .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겠지요.

이날 가야산과 수도산을 포함 주변의 산을 완전 혼자 독차지 한 셈이죠. ㅋㅋ

 

 

 

 그나마 눈길을 8시간동안  걸을 수 있었던 것은 108배 덕분 아닌가 싶습니다.
 부처님이 도와줬다는 뜻이 아닙니다.
 108배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동작이 전신운동에다가 여간 에너지 소모가 많은 것이 아닙니다. 나는 요즘 절집에 있으면서 눈 때문에 산행도 할 수 없으므로 이 108배를 새벽에 3번, 저녁에 1번, 그러니까 432배를 하는 셈이니까 꽤 운동이 된 셈이지요.
 
 아무튼 마을에 도착하여 절집에 가려니 아침에 밥솥을 다 긁어먹었기에 새로 밥을 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그냥 노인정엘 가서 할머니들께 밥을 좀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할머니들은 참으로 큰일 날 뻔 했다며 과거 약초 켜러 다니다가 길을 잘못 들어 고생한 자신들의 이야기며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줄이 풀어놓았습니다.
 이곳 지리를 잘 아는 마을 사람들도 까딱 잘 못하면 그러 한데 길도 모르는 사람이 해지기 전에 이렇게 돌아와 준 것만 해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고 부처님 덕분이라고 하였습니다.

 

 

-넝쿨나무가  제 살자고 모체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갔다가 모체나무가 죽자 자신도 따라 죽었습니다.

 공생이 아닌 공멸의 본보기입니다.

 

 

 

-마치 까치집 모양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는 겨우살이라는 것들입니다.

모든 나무들이 낙엽을 떨어뜨리고 동면에 들어간 이 시간  이 기생식물은 오히려 푸른 빛으로 몸집을 키워갑니다.

 

 

 

 눈 내린 산을 등산하는 분들에게 알립니다.

 

 나 홀로 산행은 가급적 삼가,
 핸드폰 예비 밧대리와  조난 신호탄 준비,
 하루분의 식량과 여벌 방한복과 침낭 준비,
 아이젠과 지팡이를 반드시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윤기 2013.01.21 1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제대로 공부하셨네요.

    전 대학시절...한겨울 주왕산에서 해가 떨어져 죽음의 공포를 느낀 후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닙니다.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매일 세수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합니다.
 그리고 매일 집안 청소를 하고 계절마다 옷과 이불 등 살림들을 정리하고 삽니다.
 만일 이런 하찮은 일상습관이 없다면 우리는 아마도 더럽고 복잡해서 살지를 못할 것입니다.


해가 바뀌는 연말연시쯤이면 사람들은 책장과 서랍을 정리하면서 새해의 희망이나 바램을 나름 머릿속에 그리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 새벽 108배 절을 하다 보니 바로 아래 장면에서 내가 지금까지 놓치고 살아왔던 것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위의 사진이 108배를 한 후의 방석위치이고,

  밑의 사진이 그 전의 방석위치입니다.
 108배를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방석이 이만큼 밀려갔던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하다보면 그 행위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이 어디로 떠밀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마냥 그 행위에 매달려갑니다.
 한참을 매달려 가다보면 자신이 뭣 하다가 그기에 매달렸으며, 뭣 하러 가고 있는지조차도 잊고 맹목적으로 매달려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평생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살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몸의 때는 매일같이 벗기면서도 정신의 때는 벗길 생각은 않고,
 옷장과 이불장은 정리하면서도 마음의 장은 정리할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 입니다.  
 우리가 버려야 할 물건과 세탁하고 말려서 보관할 물건들을 구분하고 정리하듯,

 살면서 한번쯤은 우리네 정신과 마음속에도 간수하고 버려야 품목들을 구분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목록을 일단 108배 참회문을 참고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버려야 할 목록.

 성냄, 모진 말, 교만함, 탐욕, 시기심, 분노심, 인색함, 원망하는 마음, 이간질, 비방함, 무시함, 비겁한 말과 행동, 거짓말과 위선, 남의 것을 훔치는 생각과 행동, 취미나 즐거움으로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

 

 

  간수해야 할 목록.

 조상님의 은혜,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 일가친척들의 공덕, 배울 수 있게 해준 인연, 먹을 수 있게 해 준 인연, 입을 수 있게 해 준 인연,  이곳에 머물 수 있게 해 준 인연, 내 이웃과 주위에 있는 모든 인연,

 

 

 청소하고 세탁해야 할 목록,

 

집착하는 마음과 말과 행동, 내만이 옳다는 어리석음, 세상을 이분법으로 분별하는 버릇,


 늘 휴대해야 할 목록.

 자연이 우리들의 스승, 가장 큰 축복이 자비심, 가장 큰 재앙이 미움과 원망, 가장 큰 힘이 사랑

 

 

 그러고 보니 오늘이 몸의 때를 벗기러 가는 날이네요.
 절집에서는 본래 매9일이 목욕하고 빨래하는 날인데 나는 주기를 열흘을 닷새로 줄여 4일과 9일을 목욕일로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절도 아니고 중도 아닌 어중잽이 절집 살이 인 셈이죠. ㅋㅋ

 

몸의 때는 가조온천에 가서 벗기고,
 영혼의 때는 용암선원에서 벗기고....

 

 

 아 흐~
 심호흡 한번 하고,

 기지개 크게 한 번 펴볼 꺼나!

 

 

-개한테 쫓겨 나무에 매달린 고양이,

 우리도 어쩌면 일상에 쫓겨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지는 해가 소나무에 걸려 있습니다.

 이런 장면을 두고 "솔광이다!"하고 해야겠지요.-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사람이  한 평생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로 부모님께, 선생님께, 직장에, 또는 자신에게 자신의 잘 못을 뉘우치는 반성문을 한번쯤은 써본 경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쓰는 반성문은 대개가 자신이 행한 행위가 남의 눈에 드러나 타인으로부터 지탄 대상이 될 만큼 심각한 잘못이 있을 때 나를 강제할 수 있는 타인의 강요에 의해 하는 수 없이 쓰게 됩니다.
 이 경우 타인의 강요에 의해 반성문을 쓰기는 하지만 솔직한 예기로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것이지 진정 자발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뉘우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나는 거창에 있는 용암선원이라는 절집에서 집주인인 정묘스님이라는 분의 권유에 따라 절을 하면서 <108배 대참회문>이라는 걸 읽어보면서 진짜 반성문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용암 선원의 풍경입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45.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생각하지 않은 것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6. 세상의 공기를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7. 세상의 물을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8. 나만을 생각하여 하늘과 땅을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9. 나만을 생각하여 산과 바다를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50. 나만을 생각하여 꽃과 나무를 함부로 자르는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마누라를 포함 여자들이 ‘108배를 합네, 3천배를 합네.’하는 이야기들을 하면 속으로 “미쳤나, 그 정성으로 부모님께 그만큼 절을 했으면 효자 나고 열녀 났다고 할낀데, 그 복 다 받아서 어쨌는고?”하고 비웃었습니다.
 그리고 이 곳 용암선원에 들어서도 집주인이 시키는 것이니까 하는 수 없이 108배를 하기는 하지만 절하다 잠시만 엉뚱한 생각하다보면 그만 횟수를 잊어버리므로 108배를 했는지 몇배를 했는지 나도 그만 모릅니다. 이런 상황을 스님이 눈치를 채고 권유를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108개의 참회문을 한구절한구절씩 읽어내려 가니 우선 절하는 횟수만이는 정확하다고 보아야겠지요.  

 

 

 

 


 아울러 그 내용 또한 위에서 보는 바와 같습니다.

 

 나는 한 환경단체의 회원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이처럼 자연에 경외심을 가져 본 적이 없고, 내가 살아오면서 자연에 저지른 죄악이 이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 참회문을 언제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천년, 2천년 전 이글 쓸 시대는 분명 산업화 이전의 농경사회로 그 시절이면 환경을 훼손하고 말 것도 없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환경오염이 심각하여 환경운동을 해야 할 정도의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작성된 참회문이  지금의 환경운동단체가 “21세기 환경보전 선언문”에 넣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남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자신을 위해서,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
 “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생각하지 않은 것을 참회합니다.”

 이 정도의 반성문 한줄 정도는 써가면서 살아갔으면 합니다.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장복산 2012.12.10 1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 단디 반성하고 오세여.~!!
    그간 술 먹은 것,
    그간 담배 핀 것,
    그간 음식점 마다 가면 여보.~!! 하고 부른 것,
    그간 xx 한 것,
    모두 반성하고 참회해서 편한 마음으로 돌아 오세여.!!

    아참..!!
    그러면 선비님허구 술도 몬 마시면 잼없는 세상이 되잔여.~
    그럼 가끔 술은 마셔도 된다고 허세여.~

12월 2일 일요일. 아침에 눈 점심때 갬.

 

 아침 저수지에서 생긴 물안개가 급속도로 산을 삼키다가 이내 지척이 보이지 않았는데 산과 바다에서 조난사고는 이렇게 해서 생기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입산한지 만 일주일입니다.
 담배를 끊고, 술을 끊고, 고기를 끊고,
 지금까지 해 오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꾸려 하니...
 특히 담배를 끊는 것과 새벽02:50에  기상하는 것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새벽잠을 쫓으려 108배를 하고 밖에 나가서 맨손체조를 하며 온갖 짓을 다해 봅니다만 따뜻한 곳에 앉기만 하면 눈까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데에는 우쩔 도리가 없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도 하루 종일 전화 한 통화가 없었습니다.
 즉,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만큼 없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이야기이겠지요.
 하여 나는 내라는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라는 존재는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부모형제 또는 처자식 속에?
 친구나 이웃 속에?
 직장의 동료나 사회 속에?
 내가 사는 집에?
 내가 타는 승용차에?
 지금 내가 머무르는 용암선원에?
 ......
 ......

 나는 위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내라는 존재가 유정체로나 무정체로나 이 세상에서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에 별 의심을 해 본 적도 없었고, 내 자신을 나름 존재가치가 있는 인간이라 착각하며 살아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나라는 존재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헛것이었습니다.


 호수를 지나는 구름은 호수의 깊은 곳까지 더듬고 가는듯하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런 흔적이 없습니다.
 내 삶 또한 이 세상에 흔적 없이 지나가는 구름 같은 인생임을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스스로를 나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소위 자아가 있는 ‘개념족’이라며 자부하며 살았습니다.
 공무원을 그만 둔 것도 남이 주는 발령장에 내 운명을 맡기는 것이 거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내 삶을 꼼꼼히 따져보면 내 의지대로 된 것은 정말 없는 것 같습니다.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은 공무원을 하게 된 것은 “네 스스로를 테스트 해본다고 생각하고 공무원 시험에 한 번 응시해보라.”는 지도교수의 말 한마디에 우연히 하게 되었고,
 공무원을 하고나니 우연히 같이 근무하던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우연히 귀산동의 빈집을 소개하는 이가 있어 이사를 하게 되었고,
 귀산동에 살다보니 이곳이 요트사업을 하기 좋은 위치라는 이가 있어 우연히 요트사업을 시작하였고,
....
....

 이와 같이 내 인생에 있어 큰 모멘트 점들은 내 자신의 의지에 의한 필연이 아니라 대부분이 의도하지 않은 우연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이치는 참으로 묘합니다.   
 
 햇빛은 나무더러 간섭하지 않습니다.
 바람은 갈대더러 간섭하지 않습니다.
 골짜기는 물더러 간섭하지 않습니다. 
 햇빛, 바람, 골짜기는 특별히 어느 곳에 관심을 두거나 자신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그냥 무위로 그 시간, 그 장소에 우연히 존재할 뿐입니다.

 

 하지만,
 나무는 햇빛 따라 몸을 키우고,
 갈대는 바람 따라 몸을 눕히고,
 물은 골짜기 따라 몸을 나릅니다.
 햇빛, 바람, 골짜기는 무위로 우연히 존재할 뿐이지만 나무와 갈대와 물은 그 우연에 필연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나로 하여금 작용하게 하는 우연의 존재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부모의 은혜?
 스승의 가르침?
 석가와 예수의 신령한 힘?
 생물학적 세포와 유전자?
 끝없이 생성하는 호기심과 탐욕?
 ....
 ....

 또한 호기심과 탐욕은 내 안에서 생기는가, 바깥에서 들어오는가?
 안은 어디이며, 바깥은 어디이란 말인가?
....
....
등등...


 이런 질문을 계속해보지만 우연의 존재는 결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연의 존재는 결국 공(空)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날 내가 깨달은 것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내 운명을 필연적으로 좌우하는 절대적 존재 ‘우연’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 우연은 내 안에도 밖에도, 육체에도, 정신에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空)의 상태다“

 나는 아직까지 참선이다 정진이다 하는 것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내 운명에 전혀 간섭을 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 실상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空)의 실체’를 밝히는 노력을 해 볼 작정입니다.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임종만 2012.12.06 1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추 도사 다되갑니다^^

12월 1일 토요일. 날씨 맑음.

 

 새벽 첫 예불에 108배를 하였습니다.
 스님은 오전에 하는 예불 때 108배를 하라고 하였습니다만 새벽잠을 쫓기도 하고 몸을 푸는 효과도 있어 새벽에 하기로 하였습니다.
 108배를 하고 나면 이마에 땀이 맺힐까 말까 하는 정도가 되고, 그 정도에서 밖에 나가 새벽 별빛을 보면서 맨손체조를 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묘미가 있답니다.

 

 사실 나는 무신론자입니다.
 지금도 석가를 종교의 대상이 아니라 철학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상을 보고 절을 하는 것은 절집에 왔으니 예의를 갖추는 것도 있고, 내 자신을 낮추는 마음수양의 한 방편으로 생각하며 스스로 다짐의 기회로 삼고자 함입니다.
 물론 내가 아직은 불교에 대해 무지한 단계이기 때문에 절집에 살면서 공부를 하다보면 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 쉽게 종교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듯 쉽습니다.

 

 나는 108배 절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진실로 내가 상대를 108번 배려하고, 108번 공경한다면 누가 감히 나를 싫다 하겠는가?’
 그리고 내가 미워하고 저주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내가 그들에게 잘못했던 점은 없었던가, 혹은 그는 본래 그대로인데 공연히 내가 그를 쫓아 애증을 품었던 것은 아니었던가?’ 등등....
 아무튼 머리를 조아리는 수만큼 자신을 성찰하려는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거울을 보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울 속 오늘의 내 모습은 어제의 내 모습과 다르고,
 1주일 전 이 시간 거울 속에 있던 사람과 오늘 이 시간 거울 속의 사람이 다르다.
 거울은 그 앞에 있는 물체를 24시간 내내 담고 있다.
 하지만 거울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있다.
 거울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있다하여 거울 앞에서 펼쳐졌던 그 일들마저 없던 일로 되고 마는가?.”>>

 

 대체로 사람들은 그런 것 같습니다.
 자기 눈으로, 귀로 경험한 사실 말고는 믿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할 뿐 이미 경험을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이유는 단 1초만 눈을 돌려 사방을 둘러보아도 수천수만, 아니 수억의 영상이 내 눈 망막을 지나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망막을 스쳐간 영상속의 정보는 물론이요 1초 동안 사방을 둘러보았던 행위 그 자체마저도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과연 안 본 것을 안 봤다고 말할 수 있으며, 본 것을 봤다고 말할 수 있는지조차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내 자신도 모르는 부지불식간에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마음을 상하게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혹여 나로 인하여 불편함이 있고 마음 상한 일이 있었던 분이라면 매일 새벽에 하는 108배로 그 죄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거창의 용암선원에서 똥작대기랑 합장-

Posted by 땡삐 선비(sunbee)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참교육 2012.12.06 07: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비님의 수양이 건강에도 제일좋답니다.
    잘 지내시죠?
    건강관리 잘하시고요.

  2. 임종만 2012.12.06 1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칩을낀데...
    낼 볼수있나요???

  3. ㄱㅅ 2013.04.27 0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108배하기로 마음먹고 이틀만에 어제 빼먹고 자책하던중이었어요 108번 남을 생각하고 공경하는 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불교집안출신 무신론자라 많이 공감되고 와닿네요 좋은글 감사해요 오늘은 꼭 108배하고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