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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학생들 머리와 가슴은 냅두고 배만 채우랴?

선비(sunbee) 2012. 7. 27. 19:04

 7월 26일 경남도의회에서 “책 읽는 경남, 학교도서관 활성화 정책”이라는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토론회의 주요지는 이런 것 같습니다.

 경남도교육청이  학교도서관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전담사서 선생님들에게 그동안 지원해 오던 인건비 지원을 중단하고 고용계약에 있어 무기계약 제외 직종으로 분류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도내 사서 선생님들은 내년부터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고, 아울러 평생학습과 인성학습의 근간이 되는 학교도서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였습니다.

 

 


 나는 토론내용 중 경남학교도서관 사서회장을 맡고 있는 김유미 선생님의 이야기가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15년차 경력사서인데 예전에는 부산의 학교에서 월 26만원정도의 급여를 받았고, 2006년부터는 월 120만원의 급여를 받고 일을 하면서 나름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해 왔다고 합니다. 사실 월 26만원, 120만원의 급여라면 교통비와 식대를 제외하고 나면 옳은 급여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방과 후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 11시까지 학생들과 함께 살을 부대끼며 생활해 왔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학교도서관을 자주 찾는 단골은 대체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아(?)들이 많다고 합니다.

  말수가 적고 표정이 어두운 그런 아이들이기에 대하기도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워 때로는 운동장에서 쾌활하게 뛰노는 아이들과 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여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기에 사서의 역할은 그 학생에게 적합한 책을 골라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소감을 나누며 소통하는 일, 나아가서는 도서관에 꽃과 식물을 가꾸며 심리치료까지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현재 그가 근무하는 학교의 한 학생은 1학년 때 70일을 결석하던 꼴통 중의 꼴통으로 아무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다가 도서관을 자주 찾으면서 그와 소통하는 과정에 차츰 모범생으로 변하여 3학년이 된 올해는 전국 독후감 쓰기 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였다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요즘 청소년 폭력과 왕따, 그리고 자살 등의 사건이 하루를 거르지 않고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교사가 나서고, 경찰이 나서고, 방범대원이 나서고, 학부모회가 나서고, 온갖 방법과 수단을 다 동원해 보지만 청소년문제는 날로 더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들여다보면 요즘 아이들은 가정에 가면 보모는 맞벌이를 하느라 집에 없고, 예전처럼 형제가 많아 어울릴 수 있는 형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 가면 무한경쟁사회에서 생존하려면 명문대를 가야한다며 죽자고 공부만 하라 하므로 정 붙이고 마음 둘 곳이 없습니다.

 이렇게 정 붙이고 마음 둘 곳 없는 청소년들에게 길거리는 위험하니 일찍 집에 들어가라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이를 위해 맞벌이를 접을 수도 없는 일, 집안의 친구 만들어 준답시고 형제를 많이 만들어 줄 수도 없는 일, 그렇다고 담임선생님이 밤늦게까지 친구로 어울려 줄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청소년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선물은 책 외는 대안이 없다고 봅니다.


 나는 고영진 경남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릴 때부터 경쟁에 익숙해야 한다며 학력고사를 부활하는 일이나, 도서관에 책이 다 찼으니 사서 선생님은 필요 없다는 사고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국.영.수 공부를 잘해 명문대를 가는 것만이 경쟁력이 있고, 도서관과 책만 마련되면 독서는 절로 되는 것인지?


 흔히들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꿈이요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꿈이 있어야 목표를 세우고, 목표가 있어야 노력이 따르게 됩니다.

 그런데 그 꿈을 국.영.수 학과수업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고영진 교육감은 경쟁력, 경쟁력 하는데  미래의 세대에 있어서 경쟁력은 국.영.수 공부 잘하여 명문대 가는 것 보다는 누가 더 미래를 멀리 예측하고 상상할 수 있는 창의력을 가지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학창시절 그토록 골을 싸매고 암기하였던 로그니 삼각함수 같은 것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사실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대신 학창시절 독서를 통해 깨달은 바는 평생동안 두고두고 인생의 좌표가 됨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습니다.

 공부가 적성에 맞아 학문을 하고자 하는 학생은 열심히 학업을 하도록 하는 대신, 공부가 적성이 아닌 학생들은 또 다른 인생을 개척해 가도록 눈을 띄워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 방법으로  가장 유효한  수단이 독서임을 어째 교육자들이 모른다 말입니까?


  청소년기의 꿈은 대부분 독서를 통해 얻게 됩니다.

 그런 꿈을 꾸게 하는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 선생님들의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용훈 고성중학교 교장선생님 말마따나 병원과 의료기기기는 근사하게 장만해 놓고 의사는 두지 않겠다는 것이고. 학과 담당 교사더러 사서역할을 하라는 것은 영어 선생님더러 수학을 가르치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관련법상으로는 학교도서관에 사서직을 둘 수도 있고, 학과 선생님이 겸직을 할 수도 있고, 학부모가 자원봉사를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과를 담당하는 선생님이 수업도 바쁜데 언제 도서관에 앉아 있을 수 있으며, 어느 학부모가 밤 10시 11시까지 도서관을 지키며 학생들을 돌보겠습니까? 과연 그들이 김유미 선생님처럼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권할 수 있으며 심리치료까지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급여의 많고 적음을 떠나 도서관에는 사서 선생님이 있어야 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 봅니다. 배를 채우는 학교 식당에 영양사가 필요하다면 머리와 가슴을 채우는 도서관에는 당연히 사서 선생님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바라건대 경남도 교육청은 도서관시설이 근사하다고, 소장한 책량이 많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경남도의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양서를 읽었는지를 자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