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까요?
지난해 겨울 거창의 용암선원이라는 절집에 머무는 동안 산행을 갔다가 이 표식을 보고 따라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 식겁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들어 또 절집에 와서 이곳을 지나다 문득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곳 지리를 모르는 등산객이 보면 이정표라 생각하고 길을 계속 갈 것이고, 이미 지리를 잘 알고 있는 마을 사람이 보면 그냥 헝겊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고 무심히 지날 것입니다.
불가에서 '도와 부처는 처처에 있으되 보는 자는 보고 못 보는 자는 못 본다'고 하였습니다.
남들이 이정표라 생각하고 헝겊이라 생각하는 그 속에 도가 있음을 나는 보았으니 나는 그 물건이 도와 부처라 봅니다.
도대체 길이란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왕래하기 좋은 통로’정도로 정의 할까요?
그럼 앞의 헝겊이 달려 있는 길은 이곳 지리를 모르는 등산객에게는 절대적인 길이 될지는 모르지만 지리를 잘 아는 나무꾼이나 약초꾼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길입니다.
나무꾼한테는 나무꾼의 길이 있고, 약초꾼에게는 약초꾼의 길이 따로 있습니다.
나무가 있는 곳으로, 약초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그 발걸음이 바로 길입니다.
나무꾼과 약초꾼의 지나는 길은 흔적은 있으되 따로 길이 없습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 그 길,
그것이 도이고 부처인 것입니다.
‘산에서 헝겊이 감겨 있으면 그것이 길’이라고, 생각하는 알음알이나 선입견으로 생기는 마음, 또는 헝겊을 헝겊이라고 생각하고 무심히 지나치기만 하는 고정관념의 마음이 아닌 청정한 마음이 머무는 그 자리가 도인데 이것을 어찌 말과 글로 설명하겠습니까?
중국 선종의 제 6조인 혜능대사의 일화가 있습니다.
인종스님은 당나라에서 유명한 강사로 어 느날 <열반경>을 강의하고 있었는데 거센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것을 본 두 스님이 서로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한 스님이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다른 스님이
“아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다.”
서로 다투다 둘은 강사인 인종스님에게 그 해답을 바랬으나 그 역시 판단하지 못하므로 혜능대사가 말했습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두 사람 마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 즉시 인종스님은 혜능대사의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고 합니다.
이 순간 여러분의 마음은 어디에 두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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