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이라는 도시가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전해가려면 지나치게 공업도시로 각인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으로 창원의 이미지를 친환경도시로 변모시켜보자는 취지로 1996년 “Eco-city 조성과 관리에 관한 제안”을 한 이야기를 예전에 블로그에 포스팅한 바가 있습니다. http://sunbee.tistory.com/278
그 제안서를 기획하던 무렵 친환경도시들에 대한 여러 사례의 책들을 보던 중 이런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유럽의 어느 시골에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에너지, 식수, 식량, 학업 등 생산과 소비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실험적 마을이 있었습니다.
태양열 에너지와 유기농 농법은 말할 것도 없고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이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쏟아내는 분뇨와 폐기물 등의 활용이었습니다.
그들은 분뇨와 음식쓰레기로 퇴비를 만들고, 퇴비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열에너지로 사용하고, 또한 거기서 방출되는 오수는 인공습지를 만들어 습지식물을 키우고, 습지에서 정화된 물로 민물고기를 키우고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1월 1일 창원단감 팸투어에서 ‘두레박 단감사습농장’의 주인 이삼문씨의 영농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예전의 그 책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40여 마리의 사슴을 사육하고 1만여평의 감나무 과수원을 경작하는데 사슴은 사료를 일절 먹이지 않고 과수원을 끼고 있는 구룡산에서 나는 온갖 산야초를 베어다 먹이기도 하고 단감을 수확하는 시기에는 상품이 되지 않는 단감과 껍질을 먹이고, 사슴이 먹고 배출하는 분뇨는 과수원의 퇴비로 사용하므로 사슴똥도 감껍질도 버릴 것이 하나 없다고 합니다.
이삼문씨는 본래 동읍 용강리가 고향인지라 이곳에서 나고 자라면서 줄곧 농사만 지어왔는데 그의 검게 탄 얼굴이나 투박한 말투로 보아서는 영락없는 촌놈인데 그와 대화를 하다 보니 내가 흔히 경험했던 촌놈들과는 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공부하고 기록하는 농부
요즘 흔히들 SNS가 대세니 뭐니 하지만 나이 50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무직들도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농어촌에 사는 농민이나 어민들은 그런 것이 뭣인지도 모르는데 비해 이삼문씨와 그의 아내는 각자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페이스북에서도 활동을 정도이고 보면 나이로 보나 직업으로 보나 엄청 깨어있는 사람이라 볼 것입니다.
그는 30년 전 한국에서 유기농의 선구자로 이름난 오동암씨로부터 유기농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들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이 배우지 아니하고 모르면 나만 피해 보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를 먹는 모든 사람들이 선의의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를 늘 가슴에 담고 교육기회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고 합니다.
-이삼문 황해연 부부의 블로그입니다.
더욱 내가 깜짝 놀랐던 것은 그가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영농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쓴 영농일기에는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비가 와서 무엇을 했다는 소소한 것부터 비닐하우스를 제작하는 나름의 설계도면과 자재구입비용 등을 상세히 기록한 것 등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는 이 영농일기를 보면 언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자동적으로 알게 되므로 다른 사람에 비해 효율적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과수원에 자라는 잡초를 제거하는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예초기로 풀을 베어 퇴비로도 사용하는데 다른 농가에서는 니 제초작업을 시도 때도 없이 풀을 베는데 반해 그는 풀이 나고 성장하는 시기를 잘 맞춰 1년 두 번만 베는 대신 그 시간에 산에 가서 사슴 먹이풀을 열심히 벤다고 합니다.
-이삼문씨의 영농일지입니다. 참 대단하죠~
-짬짬이 베어다 모은 건초더미인데 이 건초더미가 단열과 보온이 완벽한 강아지들의 집이 되기도 하네요. ㅋㅋ
1차 산업에서 2.3.6차 산업으로 진화하는 농민.
농산물의 생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 격차가 너무 크다는 소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부정책은 소비자를 위한답시고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외국농산물 수입을 서슴지 않고, 농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농협마저도 농민의 이익보다는 농협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익이 많이 남는 쪽으로만 움직이다보니 1년 내내 피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 수익을 눈 깜짝 할 사이에 농민 아닌 자들이 차지하고 맙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대부분의 농민들은 정부를 원망하고 비난만 하지만 이삼문씨와 같은 사람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구책을 강구해 가고 있습니다.
단감은 다른 과일과 달리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드라도 이듬해 3월을 넘기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그는 단감말랭이, 단감즙, 감식초 등으로 가공하여 판매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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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박 단감사슴농장의 공장과 생산품들입니다
-단감 저온저장고입니다
한꺼번에 출하를 하면 가격이 떨어지므로
이곳에 보관을 해 두었다가 팔기도 하고 가공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단감 팜파티 같은 농가체험행사를 통해 사람들을 불러들이기도 하고 홍보를 하기도 합니다.
1차 산업인 농사를 짓는 만으로도 힘들고 바쁜데 이를 제조가공하고 판매하는 2.3차 산업을 병행하고 나아가 6차 산업에 까지 도전하고 있으니 그의 노고가 어찌 만만하겠습니까?
행정당국에 바라는 농민의 바램.
그는 올해 3월에 식품제조가공업 등록을 하는 과정에 겪은 애로사항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가공공장 건축허가만 받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상수도, 하수도, 소방, 위생 등 그에 부수되는 일이 한 둘이 아니고, 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식품안전검사를 받는 절차 또한 까다롭고 번거롭기 짝이 없었다고 합니다.
평생 농사만 짓던 사람이 이런 것을 처음하려니 무엇부터 해야 하고 어디를 찾아가야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 엄청 헤매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행정당국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이런 행정절차에 대한 안내책자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는 자신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라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지를 몰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싶은데 이런 것도 행정당국에서 좀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켜줬으면 하였습니다.
-공장에서 농산물의 생산과 제조가공 과정을 설명하고 단감 깍는 것을 시연해 보이는 부부의 모습
그는 유기농을 하는 오동암씨로부터 유기농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유기농을 하려고 했는데 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집단재배단지에서 주변에 관행농업을 하는 농가가 많으면 곤란하다’는 말을 듣고 주변 농가를 설득하여 함께 유기농을 하자고 하였지만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결국 그는 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저농약 농산물'로 품질인증을 받는 정도에 그쳐야 했던 점을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내가 보기로는 이런 점도 한 농가가 앞장서기보다는 행정당국에서 농민을 교육하고 계몽하고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두레박 사습농장의 이삼문씨가 초심을 버리지 말자며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그 말과 같이 한 농가의 농산물은 그 농가의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건강과 직결되기에 정부는 농민을 위해서보다도 국민건강을 위한 방편으로 유기농 농사를 짓고자 하는 농가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글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두레박 단감사습농장의 이삼문, 황해연 부부에게 감사와 성원을 보내 드립니다.
맛있고 품질 좋은 단감과 단감말랭이, 단감즙을 구하고자 하는 분은 http://tktma214.blog.me/80197012781 로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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