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경상남도 고용정책단’이 주최하고 ‘(유)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주관하는 사회적 기업 팸투어가 있었습니다.
요즘 대기업들 치고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가장 기본 요소인 의.식,주를 비롯 걸레, 휴지까지 손대지 않는 물건이 없는 기업이 없다보니 국밥 한 그릇 팔아서 혹은 난전에서 생선 한 마리 팔아서 먹고살던 서민들은 그 마저도 손을 털어야 할 마당입니다.
대량생산과 대량구매의 경제 효율성은 시장의 모든 것을 싹쓸이 하고, 자동화, 첨단화라는 산업의 고도화는 고급지식을 익히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된 세상 그래서 가지지 못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장사도, 취업도 점점 설 자리가 없는 세상이 되어 갑니다.
그래서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사회적 기업입니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지요.
그런 취지로 정부에서는 고용확대를 위해 사회적 기업이 채용하는 인력에 대해 최장 5년까지 지원하는데 그 기간 안에 자립기반을 구축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도태되고 마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걸레, 휴지까지 싹쓸이를 하는 대기업들의 무한 탐욕 앞에서 무엇을 한들 그들과 경쟁하고 생존할 수 있겠습니까?
흔히 부자가 천당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소상공인으로 살아남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정부가 육성하고자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팸투어에 참가하면서도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업체들을 방문했는데 이 업체들의 활동은 나의 기대 아니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활동들을 하고 있어 적잖이 놀랐습니다.
내 평생 최대의 쇼핑을 유혹한 '굿윌스토어'
굿윌스토어는 창원시 반림동 3번지 남산교회에 있는데 나는 개인적인 연고로 이곳을 종종 지나치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그곳이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만이 이용하는 곳으로만 알고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 가보니 비록 중고이긴 하지만 가전제품, 가구, 의류 등 없는 물건이 없는 시장 같은 매장이었습니다.
나는 며칠 뒤 거창의 시골에 가서 몇 달을 생활할 계획이므로 산에서 나무를 하거나 들에서 농사를 지을 때 입을 만한 허드레 작업복이 필요해서 작업복 한 벌만 사려고 했는데 가격이 너무 싸서 무려 다섯 벌을 샀습니다. 물론 이 옷을 모두 내가 입을 것은 아니고 시골 사람들과 나눠 입을 요량입니다. 한 마디로 굿윌스토어 덕분에 인심 쓰는 것이지요.
-내가 쇼핑한 물건들입니다.
팬티 한 장도 내 손으로 쇼핑을 하지 않는 인간이 이 정도 쇼핑을 했으니...
-제일 비싼 옷이 2만원 싼 옷은 3천원이고 보면 완전 횡재...ㅋㅋㅋ
하도 물건 값이 싸서 내가 “세탁비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싸게 팔아서 남는 게 있느냐?”고 했더니 “이 물건들은 모두 공짜로 기증을 받은 것이고, 기증 받은 물건 중에는 간혹 낡아서 수선을 하거나 세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수선과 세탁도 재능을 기부하는 분들이 있어 문제가 없고, 대개는 기증하는 분들이 깨끗하게 세탁까지 해서 기증을 하므로 이렇게 싸게 팔아도 남는 것이 있으니 많이만 팔아 달라.”고 하였습니다.
장애인도 돕고 자원도 재활용하는 착한 소비와 고용
내가 이 가게에 특별히 인상 깊었던 점은 장애인 고용이었습니다.
이 곳에 고용된 장애인은 모두 정신지체장애인들이었습니다.
정신지체장애인을 둔 가정에서는 장애인 당사자의 노동력 상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순간 무슨 일을 저지를 줄 모르는 장애인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는 하루 24시간을 고스란히 장애인을 위해 희생해야 합니다. 요즘은 가족이 모두 맛벌이를 해도 사네 못사네 하는 세상인데 한 가정에서 장애인과 또 다른 가족 한 사람이 노동력을 상실해 버리면 그 가정은 보나마나 한 것 아니겠습니까?
정부에서는 장애인 고용을 정부기관이나 기업에 일정비율로 할당해 강요하고 있지만 정부 스스로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이유는 경제적 효율성과 장애인과 함께 하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업종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특별히 맞춤형 직종이 아닌 다음에야 장애인들의 생산능력이 정상인에 못 미치는 점은 어쩔 수 없습니다. 더욱이 장애인이 있으면 화장실, 계단, 출입문을 비롯해 장애인이 움직이는 동선의 시설들은 모두 장애인에게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직장에서 식사를 함께 하러 가거나 농담을 할 때에도 보폭을 맞추기도 하고 눈치를 봐야 하기도 합니다.
오로지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이고 이기주의가 극치인 현실 세계에서 장애인과의 동행은 금전과 시간의 낭비이고 불편 그 자체이기에 모두가 장애인 고용을 꺼려합니다.
굿윌스토어는 현재 11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을 고용하고 있고 이들은 단순반복 공정의 부품을 조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들의 1일 생산액은 2,500원~5,000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점심끼니를 해결해 주기 위해 구내식당을 만들고 식사를 담당하는 직원을 고용하여 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니 보나마나한 적자경영 아니겠습니까?
굿윌스토아의 최창수 상근이사의 말에 의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내 3개의 매장에 장애인 50명 고용을 목표로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조업 공장에서 하청을 받아 부속을 조립하고 있는 장애인들입니다.
그 이유는 집에만 박혀 있던 장애인들이 밖에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니 그들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가정에 가서도 짜증이나 투정을 부리지 않으므로 가정이 평안해졌고, 무엇보다 장애인을 돌봐야 했던 가족 한 사람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으니 어려운 가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장애인 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또 다른 정상인 한 사람도 함께 고용하는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굿윌스토아는 장애인의 노동력을 빌어 기업이윤을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는 물건, 또는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서 생산되는 재화를 팔아서 장애인에게 급여를 줍니다.
-기부하겠다는 연락을 받으면 이렇게 접수증에 기록하고 현지를 답사하여 어떤 물건을 언제 가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기부 물건을 배송하는 화물차입니다.
-기부 받은 물건들은 계절별, 또는 품목별로 분류작업을 합니다.
-기부 받은 물건들입니다.
쓸만한 가구는 굳이 돈 들여 버리지 말고 굿윌스토아로 일단 전화해 보세요.
-가전제품은 재능을 기부하는 기술자들이 수리하여 판매합니다.
-책, 신발, 악세사리 등 없는 것이 없습니다.
-중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이 새것을 기증하는 것도 많습니다.
-아래 정유진이라는 분은 주방 설겆지 수세미를 손수 짜서 1주일에 10개씩 기부를 하는데 지금까지 300개를 기부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실값만 해도 2천원 정도라는데 정말 대단한 정성이지요.
-소박한 카페도 있는데 일반 카페보다 가격이 매우 저렴합니다.
정병산에 등산을 가는 길에 혹은 긴요한 물건을 쇼핑하는 김에 이곳에서 커피 한 잔 하면 딱이지 싶습니다.
혹여 여러분의 가정에 버리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굳이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닌 가전제품, 가구, 의류, 악기 등이 있으면 굿윌스토아에 기부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내게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하고자 하는 분도 이 곳 매장에 가서 쇼핑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기대 이상일 것입니다.
굿윌스토어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아래 홈페이지를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goodwillchangw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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