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없는 단감의 불편한 진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씨 없는 수박, 씨 없는 단감을 비롯해서 씨 없는 과일들이 좋은 과일인 냥 알고 지냈습니다.
그 이유는 생선의 가시를 발라먹듯 과일의 씨앗을 발라 먹는 것이 귀찮고 번거롭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의 습성이 계속 편리하고 쉬운 것만 쫓아가다 보면 머지않은 장래에 뼈 없는 생선도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못하겠지요.
뼈 없는 생선이라? ㅋㅋㅋ
지난 11월 1일, 2일 경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서 주최하는 창원단감 블로거 팸투어 과정에 블로거들은 2명씩 짝을 지어 농가들에 흩어져 제각기 농장체험도 하고 농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나와 참교육 김용택님은 선생님의 제자인 '두레박 단감사슴농장'에 갔습니다.
이 농장의 주인장인 이삼문씨는 창원시 동읍 용강리가 고향이고 단감농장과 사슴목장을 돌보며 평생 농사꾼으로 살아 온 농부로 그가 쉼 없이 풀어놓는 농사 이야기는 그가 농부로 살아 온 긴 세월만큼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우선 제철 과일인 단감을 사먹고자 하는 소비자를 위하여 씨 없는 단감의 불편한 진실부터 이야기 하겠습니다.
-40여년 만에 만난 스승과 제자의 상봉이 감격 그 자체입니다-
모든 동물과 식물의 생명체들은 종족을 보존하고자 하는 본성이 있고, 식물이 종족보존을 잘 하기 위해서는 씨앗부터 튼실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씨가 부실한 과일은 그 자체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이며 하물며 씨가 없는 과일은 불임과일이라는 것입니다.
두레박 농장 중간중간에는 이파리 모양과 색깔이 좀 특이하고 열매 역시도 모양이 특이한 나무들이 있었는데 이 감나무들이 소위 수감나무라는 것입니다.
가축농장에 수놈의 종마와 수놈의 종돈이 있듯이 감나무 밭에도 수놈의 종감나무가 있는 것입니다.
이 수감나무는 어릴 적에 암수 나무에 접을 붙여 한 나무에서 수꽃과 암꽃이 함께 피는데 수꽃은 꽃가루만 터뜨리고 낙화하고 맙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감나무는 수놈이라기 보다는 한 나무에 암수가 같이 있는 암수동체 나무이고, 암가지에는 모양이 납작한 안감이라고 하는 것이 열리고 수가지에는 모양이 길쭉한 수감이라고 하는 것이 함께 열리는데 전자를 부유종이라 하고 후자를 선사환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적으로 암나무에는 부유종만 열리는데 이를 통칭 단감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수정이 제대로 된 단감은 종족보존을 위한 생명력이 질기므로 낙과가 잘 되지 않고 씨앗이 튼실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감을 쪼개보지 않고 그 속의 씨앗이 튼튼한지 않은지 어떻게 감별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감의 생김새로 보아 가운데 꼭지 부분이 어린아이 배꼽모양 도톰하게 올라있는 것이 튼튼한 단감이고 꼭지부분이 노인네 배꼽모양 옴폭 들어가고 납작하면서 모양이 고르지 못한 것이 부실한 단감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생김새가 튼튼한 놈은 낙과가 잘되지 않아 오래 달려 있으므로 때깔 또한 좋을 수밖에 없겠지요.
-수감나무는 나무잎과 색깔에서도 눈에 띕니다.
잎이 붉게 단풍이 든 나무가 수놈입니다.
한 나무에 암 수 접붙이기를 하였습니다.
-한 나무에 암 수가 함께 열었습니다.
-수가지에 달린 선사환입니다.
-암가지에 달린 부유입니다.
-왼쪽의 납작한 것이 암놈, 오른쪽의 약간 길쭉한 것이 수놈.
-이렇게 가운데 꼭지가 볼록한 것이 튼튼한 단감입니다.
두레박단감농장 주인인 이삼문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로부터 하빠리농꾼은 열매를 가꾸고 상농꾼은 땅을 가꾼다.”는 말을 들은 후로 자신은 땅 기운을 돋우기 위해 절대 제초제를 치지 않고 예초기로 풀을 베고 사슴퇴비와 전정한 감나무가지를 일일이 잘라서 퇴비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퇴비를 먹고 자란 감나무들은 스스로 튼튼할 수밖에 없고, 수감나무가 많아 수정 또한 거의 100%되었고, 또한 지대가 동읍에서도 구룡산의 가장 고지대인지라 일조량이 많아 때깔 또한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룡산 정상 아래 두레박 농장입니다.
산 정상부의 양쪽에 약간씩 골이 파인 부분이 있는데
1969년 9월 14일 집중호우 산사태로 용강마을이 수몰되면서 40여명이 사망하여
박정희 대통령이 수해복구 현장을 직접방문하기도 하였는데
이 때 파인 골이라고 합니다.
-사슴 목장의 퇴비입니다.
-전정한 감나무 가지를 잘라 밭에 흩어서 다시 감나무의 열양분으로 돌아갑니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지요.
먹기엔 다소 불편하지만 진짜로 실한 단감을 드시고 싶은 분이 계시면 이 곳으로 직접 연락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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