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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선원이야기

반성문을 쓰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선비(sunbee) 2012. 12. 10. 16:23

 사람이  한 평생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로 부모님께, 선생님께, 직장에, 또는 자신에게 자신의 잘 못을 뉘우치는 반성문을 한번쯤은 써본 경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쓰는 반성문은 대개가 자신이 행한 행위가 남의 눈에 드러나 타인으로부터 지탄 대상이 될 만큼 심각한 잘못이 있을 때 나를 강제할 수 있는 타인의 강요에 의해 하는 수 없이 쓰게 됩니다.
 이 경우 타인의 강요에 의해 반성문을 쓰기는 하지만 솔직한 예기로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것이지 진정 자발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뉘우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나는 거창에 있는 용암선원이라는 절집에서 집주인인 정묘스님이라는 분의 권유에 따라 절을 하면서 <108배 대참회문>이라는 걸 읽어보면서 진짜 반성문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용암 선원의 풍경입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45.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생각하지 않은 것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6. 세상의 공기를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7. 세상의 물을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8. 나만을 생각하여 하늘과 땅을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9. 나만을 생각하여 산과 바다를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50. 나만을 생각하여 꽃과 나무를 함부로 자르는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마누라를 포함 여자들이 ‘108배를 합네, 3천배를 합네.’하는 이야기들을 하면 속으로 “미쳤나, 그 정성으로 부모님께 그만큼 절을 했으면 효자 나고 열녀 났다고 할낀데, 그 복 다 받아서 어쨌는고?”하고 비웃었습니다.
 그리고 이 곳 용암선원에 들어서도 집주인이 시키는 것이니까 하는 수 없이 108배를 하기는 하지만 절하다 잠시만 엉뚱한 생각하다보면 그만 횟수를 잊어버리므로 108배를 했는지 몇배를 했는지 나도 그만 모릅니다. 이런 상황을 스님이 눈치를 채고 권유를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108개의 참회문을 한구절한구절씩 읽어내려 가니 우선 절하는 횟수만이는 정확하다고 보아야겠지요.  

 

 

 

 


 아울러 그 내용 또한 위에서 보는 바와 같습니다.

 

 나는 한 환경단체의 회원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이처럼 자연에 경외심을 가져 본 적이 없고, 내가 살아오면서 자연에 저지른 죄악이 이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 참회문을 언제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천년, 2천년 전 이글 쓸 시대는 분명 산업화 이전의 농경사회로 그 시절이면 환경을 훼손하고 말 것도 없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환경오염이 심각하여 환경운동을 해야 할 정도의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작성된 참회문이  지금의 환경운동단체가 “21세기 환경보전 선언문”에 넣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남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자신을 위해서,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
 “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생각하지 않은 것을 참회합니다.”

 이 정도의 반성문 한줄 정도는 써가면서 살아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