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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내 딸의 시퍼런 멍, 알고 보니...

선비(sunbee) 2015. 10. 16. 18:55

 지난 추석에 집에 온 딸이 긴소매 옷을 벗고 나오는데 딸의 팔뚝에 생긴 시퍼런 멍 자국을 보고 우리 내외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딸의 예기로는 이제 2주가 지나 그나마 많이 좋아진 것이 그 정도라고 하는데 아직도 어른 주먹만 한 시퍼런 멍이 남아있었습니다.
 딸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경기도 어느 구청 사회복지관에서 정신장애아들 집단 심리치료 강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등학교 남학생이 딸에게 달려들어 구타를 하였고, 딸은 그 학생에게 “너 지금 촬영기사 아저씨가 촬영까지 하고 있는데 이런 짓 하면 경찰에 잡혀갈 수도 있다.”고 하자 학생은 촬영기사에게까지 달려들어 카메라를 박살내고 폭력을 휘두르므로 주변에 있던 여러 사람이 그 아이를 붙잡아 가고 하는 난리 바람에 수업은 중단되었으며, 그 아이 힘이 어찌나 센지 어른 넷이 겨우 저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딸의 말로는 이렇게 발작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힘은 초인적 괴력으로 보통사람들로서는 감당키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의 경우에는 부모들이 심리치료 상담사에게 이런 증세가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알려줘야 하는데 이런 점을 알리면 대부분 아이를 받아들여주지 않기 때문에 알리지를 않는다고 합니다.

 

 나는  지난 10월 7일 블로그 활동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경남도의회에서 "학교도서관과 Wee클래스가 만나 행복한 학교를 이야기 하다"라는 주제로 하는 '전담사서- 전문상담사 공동정책토론회'에 가보았습니다. 
 이날 토론회서는 전담사서와 전문상담사들이 일선학교에서 계약직으로 교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행정직도 아닌 어중떵떵한 신분으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애환과 보람을 발표하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정책토론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김해내동중학교에 전문상담사로 재직 중인 박영옥씨의 체험담은 내 딸이 체험한 바와 흡사하여 많은 공감이 갔습니다.
 박영옥씨가 말하는 중학생의 증세는 대충 이렇습니다.
 학교수업 도중에 갑자기 화가 나면 충동조절이 되지 않으며 자신은 이 세상에 살 가치도 없으니 죽여 달라 하기도 하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려고도 하며, 국어선생님이 책을 읽으라고 하면 책을 찢어버리기도 하고 미술선생님의 뺨을 때리기도 했답니다.
 이 학생이 처음 상담실을 찾았을 때 남선생님 3명에 의해 끌려왔는데 중학생의 초인적이 힘에 성인 셋이 끙끙댔다고 합니다. 그리고 박종옥 상담사가 가까이 가 말을 건네려 하자 어깨를 확 물려고 해서 겨우 피했다고 합니다.


 여차여차한 과정을 거쳐 이 학생에게 가족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였더니 그림에서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가정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답니다.
 이 학생은 어릴 때부터 말이 어눌하고, 급하면 말을 더듬고 하여 아버지는 말로 혼을 내주기도 하고 매를 들기도 하면서 아이에게 약물치료라도 할라치면 “크면 아무렇지도 않을 아이에게 왜 약을 먹이냐?”고 야단을 치면서 아이의 치료에 부정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생의 어머니는 강박증과 우울증이 있어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가정이 이 정도이고 보면 그 학생이 가정에서 겪고 살아온 일상이 대충 짐작됩니다.

 아무튼 이 학생은 상담사와 많은 대화를 하고 약물치료를 받고 사회복지기관에 봉사활동을 하러 다니면서 증세가 많이 호전되어 예전에는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화도 않았는데 지금은 인사도 하고 미소도 지으며 선생님들이 물으면 공손히 답을 하기도 한답니다.

 

 문제는 이런 정신적 질환을 가진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치유가 가능함에도 대개가 이를 놓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딸의 말에 의하면 청소년 10명 중 2~3명 정도가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질환 학생들이 엄청 늘어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설마 그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자식이 정신적으로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그저 시험성적표만 가지고 자식을 평가하려고 하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점점 미쳐만 가고 있다는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남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상해를 입혀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 아이들은 그것까지도 알고 상습범이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증세를 가진 정신병자들은 특이하게도 자신에게 강자와 약자를 본능적으로 구분하는 능력이 의외로 탁월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당하는 사람들은 힘이 없는 노약자, 여자, 어린 아이들과 같이 자신의 폭력에 저항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평소 때는 집중력이 좀 떨어질 뿐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이런 정신장애아들이 항시 우리네 주변을 활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섬뜩하지 않습니까?

 

-경남의 전 시군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참석하여 회의실은 초만원이었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리 생각합니다. 내 자식만이는 어떻게 하든 공부 잘하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부부는 죽자고 맞벌이를 하여 아이들을 학원 보내고 과외수업을 시키면서 그저 공부만 잘하라고 달달 볶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둘러보면 전혀 그렇지를 않습니다.
 내 아이가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에 정신질환자가 되어 가기도 하고, 또는 내 이이의 주변에 있는 정신질환자 아이들로부터 위험에 빨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오늘날 새로운 세계 경제와 문화의 지평을 연 빌게이츠, 마윈, 스티브잡스 등의 행적을 보면 학교의 학업성적과는 별 무관합니다. 이제는 암기력에 의해 수학공식, 영어단어 등등 따위 잘 외워서 받는 학업성적은 별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현상을 보면서 미래의 세상을 내다보는 풍부한 상상력, 상대방과 대중의 마음을 읽어 스스로 융화할 줄 아는 배려와 통합의 리더십, 흐르는 물소리와 흔들리는 낙엽을 보면서 시를 떠올리고 음악을 떠올리는 감성, 이런 것들이 지식을 뛰어넘는 시대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열심히 맞벌이해서 고액과외 시키고 영,수학원 많이 보내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엄마가 요리한 밥상에 앉아 아빠가 들려주는 세상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학교에서도 그렇습니다.
 수학공식 하나, 영어단어 하나 더 가르치기보다는 다양한 독서로 상상력을 키우고 선생님과 제자 간에 많은 대화를 통해 바른 품성을 길러가는 것이 훨씬 이 사회를 위해 유익한 학업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수학, 영어 선생님은 정규직 공무원으로 대우를 받지만 독서를 지도하는 전담사서직과 아이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전문상담사직 선생님들은 계약직 사원으로 정규직 공무원 선생님들의 수하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바깥세상은 수동식 전화기에서 핸드폰을 거쳐 스마트폰 시대에 이르렀지만 국가의 미래주역을 담당하는 학교의 선생님들의 세상은 수동식 전화기 시대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 셈입니다.
 전담사서과 전문상담사 선생님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전담사서과 전문상담사 선생님들이 하루빨리 제대로 대우받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시험과 경쟁의 억압에 정신이 멍들어 어둠의 세상에 살기보다는 봄의 햇살을 받아 자라나는 새싹과 같이 부모와 세상의 따스한 눈길과 관심 속에서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진 청소녕으로 자라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