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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엿보기

손석형의 딜레마.

선비(sunbee) 2012. 1. 4. 11:22

 지난해 12월 30일 갱블과 100인 닷컴 블로그들과 창원을 선거구에 출마하는 야권후보 진보통합당 손석형, 진보신당 김창근, 무소속 박훈후보와의 공동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두 후보는 도의원을 중도사퇴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손석형 후보를 두고 예전에 도의원을 중도사퇴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한 하나라당 강기윤의원에게 보궐선거비용을 물게 해야 한다고 맹비난을 하던 당사자가 지금에서는     정작 자기자신이 그와 같은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어 이는 도덕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이에 손석형 후보는 국회의원과 창원시장에 출마하였던 자신이 도의원에는 출마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강의원이 중도사퇴를 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야권후보로 민노당에서 자신을 지명하므로 당의 명령에 따라 도의원에 출마를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권영길 국회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야권통합을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서 통합진보당(구 민노당 격)은 사고지역구가 되었고, 이 사고지역구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당원들은 당내 경선에서 자신을 절대적으로 지지를 하였고, 자신은 이 같은 당의 명령을 지켜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도의원을 중도사퇴 하여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은 앞으로 유권자들에게 부지런히 양해를 구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요약하자면 과거 도의원에 출마를 한 것도 당의 명령에 따른 것이고 이번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도 당의 명령에 따른 자신의 책무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여당뿐만 아니라 진보 성향의 당이나 시민단체들이 모두 도의원 중도사퇴는 유권자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비난을 하고 있으니 손석형 후보로서는 당원들의 명령에 거역할 수도, 유권자들의 비난을 외면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손석형의원의 이런 피치 못할 사정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중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창원을지역구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많고, 또 그리 되어야 기득권에 기대어 자만심에 빠지는 정치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길이라 이야기들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야권에 많은 힘을 보탰던 시민단체의 사람들이나 심지어 노동운동을 하는 노동자들까지도 “지들끼리 찌지고 복고 하도록 내버려 두라모. 이놈을 밀면 저놈하고 원수가 될 것이고, 저놈을 밀면 이놈하고 원수가 질 터인데 그런 진흙탕구덩이에 왜 우리가 끼여들끼고.”하며 도리를 잘잘 흔들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선거에 대한 냉소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지난해 김해을 보궐선거를 상기해 봅니다.
 정치인들이 이야기하는 소위 선거구도에 있어서는 야권후보가 무조건 당선되는 지역이라 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선거 전 모든 여론조사에서도 그렇게 나왔고요.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이 선거에서 유시민은 김해에 살다시피 하며 이봉수가 후보인지 유시민이 후보인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유시민의 대중으로 하여금 빠져들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명연설은 자타가가 인정합니다. 그런 그가 그토록 사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게 된 이유는 김태호가 잘나서도 아니고 야권이 미워서도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야권이 단일화만 되면 무조건 이긴다는 선거구도가 바로 함정이었던 것입니다.
 단일화만 되면 누구든지 이길 수 있는 조건이다 보니 어느 당이건 사생결단하고 자기 당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는 과정에서 야권 사람들 간 마음에 앙금이 생기기도 하고 시민단체 사람들은 “너희들끼리 잘해라.”며 등을 돌리고 냉소를 보내게 된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창원을 선거구는 지난해 김해갑 선거구에서 벌어졌던 현상에서 단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닮은꼴입니다.

 그러고 보니 닮은꼴이 두 개가 되네요.
 -전임 도의원인 중도사퇴를 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하였듯이 후임 도의원이 중도사퇴를 하고 국회의원에 출마.
 -무조건 이기게 되어 있는 선거구도에서 질 수밖에 없는 야권 단일화. 

 야권 각 후보와 정당에 바랍니다.
 유권자의 눈높이와 여망을 아전인수격으로 자신이나 자기 당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보통사람의 상식과 도덕기준으로 판단해 주기 바라며,
 지난해 김해갑 보궐선거를 타산지석의 경험으로 명심하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