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선원이야기
눈과 귀는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도 없는 공갈 CC카메라.
선비(sunbee)
2013. 1. 3. 09:44
눈 내린 밤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요?
나는 지금껏 소리는 귀로만 듣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눈 내린 밤길을 홀로 걷다보니,
소리는 몸으로도 듣는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발뒤꿈치로도 듣고,
지팡이를 쥔 손가락으로도 듣고,
......................................
눈이 다져지고 뭉치는 함성을,
얼음이 바스러지며 토하는 차디찬 신음소리를
귀는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달이 지는 새벽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요?
나는 지금껏 형태는 눈으로만 보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달이 지는 새벽하늘을 바라보노라니,
형태는 마음으로 본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세보지 않은 사람은
별이 그토록 많은 줄 미처 알지 못합니다.
떠오르는 해에 쫓겨 지는 달을 보지 않은 사람은
핏기 없는 새벽달의 처연한 모습을 미처 알지 못합니다.
거울은 제 속을 스쳐간 어떤 모습도 담아두지 않습니다.
마음에 두지 않는 망막 속의 영상은
거울 속을 스쳐가는 영상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2013년 1월1일 용암선원에서 똥작대기 합장-